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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Others/생각의 흐름 2015. 12. 5.

그대

                                                시인 <정두리>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이파리도 되고 실팍한 줄기도 되고 아 -

한 목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인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입니까

이노리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 나게 하는

눈물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오는 길

그대와 나는 내리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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