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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O 전역패

About me/나와 뿌리 2007. 12. 22.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줄 것이 없다.

다만 무력을 고백하는 나의 신뢰와

그리고 이 하찮은 두어 줄 시 밖에.

내 마음 항아리처럼 비어 있고

너는 언제나 향그러운 술이 되어 그것을 채운다.


정신의 불안과

그보다 더 무거운 생활에 이끌려

황막한 벌판 또는 비내리는 밤거리의 처마 밑에서

내가 쓰디쓴 여수에 잠길 때

너는 무심코 사생해 주었다

토요일 오후 맑은 하늘을.


아! 너는 진실로 교목같이 크고

나는 너의 그늘 아래 잠드는

여름철 보채는 소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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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는 '이형기'의 <송가> 인 듯하다.

송가>                            이형기

나는 아무것도 너에게 줄 것이 없다

다만 무력無力을 고백하는 나의 신뢰와

그리고 이 하찮은 두어 줄 시밖에.


내 마음은 항아리처럼 비어 있고

너는 언제나

향그러운 술이 되어 그것을 채운다.


정신의 불안과 그보다

더 무거운 생활에 이끌려

황막한 벌판

또는 비 내리는 밤거리의 처마 밑에서

내가 쓰디쓴 여수(旅愁)에 잠길 때

너는 무심코 사생(寫生)해 주었다

토요일 오후의 맑은 하늘을.


어쩌면 꽃

어쩌면 잎새

어쩌면 산마루의 바람소리

흐르는 물소리.


아니 이 모든 것은 전부와 그밖에

또 헤아릴 수 없이 풍성한 토지와

차운 대리석!


아, 너는 진실로 교목같이 크고

나는 너의 그늘 아래 잠이 든

여름철 보채는 소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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