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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희귀병 성악가 이야기

Jesus Christ/주님과 함께 2008. 12. 17.

곳곳에 겨울비 내린다는 기상청의 예보입니다.

겨울이 깊어지면 떠오르는 음악이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목으로 유명하지만, 원제 Winterreise를 직역하면 ‘겨울여행’이라고 하네요.

‘겨울여행’은 슈베르트가 독일 시인 뮐러의 시를 소재로 해서 만든 곡입니다. 이 곡은 여러 성악가가 불렀으며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곡이 가장 유명합니다.


올해 83세인 피셔 디스카우는 몇 년 전 한 친구로부터 어느 젊은 시골 음악교사의 노래를 꼭 들어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디스카우는 70 노구를 이끌고 그의 노래를 들으려고 시골로 갑니다. 피셔 디스카우는 노래를 듣고 “이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감탄했습니다.

피셔 디스카우가 자신의 후계자로 인정한 그 젊은이가 토마스 크바스토프입니다. 크바스토프는 신체 장애인입니다. 두 발과 두 손이 그냥 엉덩이와 어깨에 붙어 있습니다. 해표상지증, 바다표범팔다리병, 단지증 등으로 불리는 이 장애는 약 부작용 때문에 생겼죠.


1950
년대 말 선보여 48개국에서 신경안정제, 임신부의 구토방지제 등으로 쓰인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원흉이었습니다. 임부가 임신 초기에 이 약을 복용하면 태아는 바다표범팔다리병 뿐 아니라 눈, , 생식기, 소화기, 입 등에 심각한 기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약이 최근 한센병(나병), 다발성 골수종, 성상세포종이라는 뇌종양, 만성 루푸스 등의 희소병 치료에 쓰인다하니 참 아이러니하군요.

크바스토프는 부모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독일의 사회 안전망 덕분에 정상적으로 컸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음악, 특히 피아노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는 법대를 졸업해서 은행원, 방송국 아나운서 등으로 일하다 음악에 대한 열병을 이기지 못하고 음대에 지원했습니다. 그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짧은 다리로는 피아노를 칠 수 없다는 이유로 낙방하자 대신 성악을 하게 됩니다.

그의 노래에는 단아한 아름다움이 녹아 있습니다. 의사이면서 음악평론가인 풍월당 박종호 사장은 저서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에서 “그의 노래에는 인품이 묻어 있다”며 “그의 목소리는 은은하며 슬픔은 한 번 걸러져서 나온다”고 평합니다.


만약 크바스토프의 부모가 아이의 기형에 절망해서 그를 내팽개쳤다면 인류는 큰 보물을 잃어버렸을 겁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한 번 얻은 생명을 얼마나 귀하게 간직해야하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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