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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국밥

Others/생각의 흐름 2022. 12. 19.

아버지와 어머니는 콩나물 국밥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함께 제공되는 '수란'을 참 좋아하셨지요.

명절 아침에도 며느리들이 너무 수고하는 듯하면 온 가족이 함께 전주 '두레박' 등 유명한 콩나물국밥집으로 자동차 여러 대에 분승하여 가서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일상화되었었습니다.

일해옥

최근 10여 년은 주현동의 '일해옥'이 모든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이곳은 수란이 제공되지 않지만 그래도 좋으셨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지신 후에는 '포장'을 해서라도 즐겨 드셨습니다.

국물의 감칠맛이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맛이어서, 그 비결을 궁리해보았지만 알 수는 없었습니다.

 

언론에 드러난 내용으로는 첫째는 통영산 '조림용' 멸치(과거에는 일본산 멸치. 방사능 우려로 남해안 멸치로 교체)를 24시간 끓여내 육수를 만드는 것이 비결 중의 하나인 것 같은데, 멸치 등 재료들이 베에 싸여서 솥 안에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으므로 그 내용물의 구성에도 무엇인가 비법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국물용 멸치는 대개 크기가 크고 비늘도 떨어지고 내장을 제거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데, '조림용' 멸치는 대개 작고 깨끗하며 내장의 비린 맛이 없기에 그 깔끔한 맛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콩나물을 삶지 않고 쪄내 바로 찬물에 담가 아삭한 맛을 살린다고 합니다. 저희는 늘 콩나물 리필을 2차례 이상 하기에 별도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여주인께서 늘 추가로 콩나물을 수북이 별도 대접에 담아서 주시는데, 국물은 매우 적은 별도의 콩나물인 것을 보면 콩나물을 별도로 쪄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삶는다는 것은 식품을 '물에 넣고 끓이는' 것이고, 찌는 것은 '물을 끓인 수증기로' 식품을 익히기 때문에 찜기를 통해서 물과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이 다른 점임을 모두 잘 아시지요? '삶다'의 영어 표현은 강한 불로 끓여 삶을 때는 boil, 약한 불로 삶을 때는 simmer라고 합니다. '찌다'는 당연히 steam이고요. 삶지 않고 찌면 너무 물러지지 않고, 재료 속의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오지 않기 때문이지요.

 

또 익산에서는 대부분 국밥을 토렴으로 하는데, 이곳도 토렴을 합니다. 사장님(정기섭, 1961년생)이 주로 토렴을 맡으셨었는데, 요즘은 부재 시에는 부인이나 선임 직원이 하시기도 합니다. 토렴을 하기에 국밥이 매우 맑게 나오지만 밥은 무척 부드럽습니다. 즉 밥이 국물 맛을 흐트러뜨리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일해옥은 군산에도 있습니다. 어느 곳이 본점인지는 잘 모르지만, 저는 익산점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국물이 되직하지 않고 맑다고 할 수 있는 깍두기가 매우 시원하고, 고추 장아찌는 달콤 매콤합니다. 이렇게 두 가지 반찬이 전부입니다.

 

저는 콩나물 국밥 위에 올려져 나오는 양념이 무척 좋습니다. 김가루와 채 썬 파, 고춧가루 등의 양념이 적정량 함께 제공됩니다. (어머님이 매운 것을 드시지 못하게 된 후에는 역시 별도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여주인께서 고춧가루는 빼고 주셨습니다.) 고춧가루는 일단 말린 후에 식당의 솥 위 쟁반에서 말리기도 하고 살짝 굽기도 한 것을 가루로 낸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대개 처음에는 양념을 섞지 않고 맑은 국물을 여러 숟가락 즐긴 후에, 국물을 리필받아 양념을 섞어 국밥을 먹습니다.

 

이른 아침 손님들은 대개 술을 마신 후 해장하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조기 축구회 등 운동을 마치고 들린 사람들도 많고, 우리처럼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도 무척 많습니다.

저는 아마도 '일해옥(日海屋)'일 것이라고 짐작했었으나, '해장국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집'을 뜻하는 상호명이라고 합니다.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 국밥과 거꾸로 자라는 콩나물

대개는 밥이 든 뚝배기를 가스불에 펄펄 끓여 흘러넘치는 것을 내오는 직화식 '전주 끓이는 콩나물 국밥'에 비해, 밥이 든 뚝배기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내는 일 즉 토렴을 여러 차례 한 후에 내오는 것을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계란은 뚝배기에 넣지 않고 '수란'으로 제공해서 약간의 국물을 떠 넣고 김가루와 함께 먹을 수 있게 합니다.

 

임실의 '서목태 (쥐눈이 콩)'을 전주 교동지역 및 사정골 노대기의 샘물로 콩나물을 키웠다고 하지만, 지금은 해당 사항이 없고, 오히려 거꾸로 자라는 콩나물 등이 특징이 되었습니다. 잔뿌리가 적고 더욱 고소한 맛이 납니다.

보통 콩나물 재배는 7일 정도가 걸리는데, 거꾸로 자라는 콩나물은 분통을 한 후 이틀 정도가 지나서 뿌리가 막 나오기 시작할 때쯤 통을 한번 뒤집어 콩나물 머리가 밑으로, 뿌리가 하늘을 보도록 한 뒤에 물을 주면 콩나물이 웃자라지 않기 때문에 잔뿌리가 없고 더욱 고소해집니다. 잔뿌리가 적고 콩나물이 질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 뒤집기도 의미가 있지만, 좋은 물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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