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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촉절에서, '동방박사들이 마구간에 온 적이 없다'까지 생각이 흐르다.

Others/생각의 흐름 2023. 2. 4.

2월 2일아기 예수의 봉헌과 성모 마리아의 정결례를 기념하는 가톨릭 축일입니다. 

라틴어로는 페스타 칸델라룸 (festa candelarum) 즉, 촛불 축제라고 하는데 이 축제를 기념해서 가톨릭 교회에서 많은 초를 켜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촛불 행렬을 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아기 예수의 봉헌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누가복음 2:22~24 모세의 법대로 정결예식의 날이 차매 아기를 데리고 예루살렘에 올라가니, 이는 주의 율법에 쓴 바 첫 태에 처음 난 남자마다 주의 거룩한 자라 하리라 한 대로 아기를 주께 드리고, 또 주의 율법에 말씀하신 대로 산비둘기 한 쌍이나 혹은 어린 집비둘기 둘로 제사하려 함이더라.)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유대인의 율법과 관습에 따라' 출생 후 8일 만에 할례를 받고 천사가 알려준 대로 '예수'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40일이 되자 예루살렘 성전에서 봉헌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시므온과 안나에 의해 구세주로 처음 인식됩니다. 그것을 기념해서 가톨릭 교회는 촛불 행렬을 통해 예수님이 온 세상의 빛이 된 것을 기념하였습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어린 시절 이야기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나옵니다.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은 공생애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유아기에 대한 내용이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서 상당히 다른 부분을 다룹니다. 당시에 다른 독자들을 대상으로 써진 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많은 혼란은 그 두 다른 독자 대상의 다른 이야기를 하나로 섞어 풀기 때문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수태고지한 것은 누가복음에만 나옵니다. 천사가 요셉에게 여러 차례 나타나 이야기한 것은 마태복음에만 나옵니다.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출생하신 것은 공통적이지만, 마태복음에는 왜 베들레헴으로 요셉과 마리아가 가야 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따라서 여관에 방이 없어서 예수님이 마구간에서 태어나셔서 말구유에 누인 이야기도 마태복음에는 없고 누가복음에만 나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한 사람들도 마태복음에는 동방박사들이 나오지만 목자들은 없고, 누가복음에는 목자들은 나오지만 동방박사 이야기는 없습니다. 따라서 누가복음에는 헤롯의 유아 학살이나 요셉 일가의 이집트 피난 등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당연히 오늘 아기 예수의 봉헌 이야기는 마태복음에서는 없습니다.

의문은 예수님 출생 이후의 어떤 이야기가 사실인가에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가 시므온과 안나를 만났을까, 이집트로 피난해서 헤롯이 죽은 후에 유대를 거쳐 갈릴리로 돌아오셨을까? 

이런 의문에서 살펴보면 마태복음의 예수님 출생 이야기는 탄생일에 즈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태복음을 조심스럽게 읽어보면 '이미 탄생하신 예수님'을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를 따라 찾아와서 마구간이 아닌 '집'에 들어가서 경배한 것을 보게 됩니다. 아마도 예수님이 태어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동방 박사들이 찾아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헤롯의 유아 학살도 두 살 아래의 아기들에 대해 이루어졌고요.

어쩌면 어린 시절 성탄절마다 제가 맡았던 동방박사 역할은 잘못된 설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

 

마리아의 정결례는 아이 출산과 관련하여 정해진 기간 동안 산모가 격리된 후 드리는 정결례로서 (눅 2:24)의 내용이 그 이야기입니다.

Groundhog day

이렇게 촛불 행진으로 인해 Candlemas day라고 부르던 성촉절이 미국에서는 Groundhog Day가 되었습니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의 원제이기도 하고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Groundhog day는 'Punxsutawney Phil'이 1866년 이후 지금까지 날씨 예측을 해주고 있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봄의 전조는 모든 농경사회에서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칩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때로 생각했고, 유럽에서는 오소리, 곰 등의 동물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것을 봄이 오는 신호로 삼았다고 합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독일 이주민들이 많았고 그들은 유럽의 전통의 영향을 받았는데, 펜실베이니아에는 우드척 다람쥐, 즉 그라운드호그가 많이 살고 있어 봄을 알리는 상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라운드 호그가 굴 밖으로 나와서 아직 추우면 다시 굴 속으로 들어간다고 보았습니다.

 

2월 초가 되면 언제나 생각나는 Groundhog day에 대한 생각에서 예수님의 유아기 시절로 생각이 흐른 후에, 성경 짜깁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성경의 내용을 합성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잘못은 아니며 때로는 큰 은혜가 되기도 하지만,
자가발전해서 오류와 의심으로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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