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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rencia

Others/생각의 흐름 2014. 7. 31.

*초등학교 동창 밴드에 올린 글*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어떤 장님이 밤길을 나서기 전에 등불을 마련하여 길을 갔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길은 보지 못해도 다른 사람이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걸어가다 어떤 사람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을 배려했는데도 부딪히다니...짜증이 나서) "여보시오, 눈좀 똑바로 뜨고 다니시오!" 장님이 신경질적으로 말했습니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길에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 않는데 왜 당신은 눈을 뜨고 다니지 못하시오!" 화가난 나그네(길가다 부딪힌 사람)도 소리쳤습니다. 
"난 소경이지만 이 등불이 보이지 않소?" 장님은 화가 치솟듯 다그쳤습니다. 

"당신 등불은 꺼졌구료!" 자기 등불이 꺼진 것을 모르고 상대방을 탓한 것입니다.
장님이니 자기 등불이 도중에 꺼진 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조철희 군이 querencia라는 스페인어휘를 상기하게 하고, 금희가 a special place라는 말로 그 어휘를 더 생생하게 설명해준 듯 합니다. querencia는 투우장 내에서 싸움소가 스스로 정한 자기 충전을 위한 쉼의 장소/구역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많은 동창들에게 이 band가 querencia(께렌씨아) 또는 a special place가 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서 투우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 querencia를 찾는 것이 투우경기의 핵심입니다. 그곳에서 소가 힘을 되찾기 전에, 그리고 마음이 풀려 있을 때 일격을 가해야만 이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querencia는 이렇게 우리가 뜻하지 않은 상처를 받기 쉬운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특별한 곳에서의 상처는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향한 배려와 (겉은 터프하더라도 속은...) 예절이 필요하고, '다름'에 대한 너른 아량과 이해 (똘레랑스)가 필요하며, 비난보다는 격려와 '인정(recognition)'이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됩니다. 그래서 여러 무늬로 알록달록한 colorful band가 아름답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도 우리 각자 자신을 먼저 볼 줄 아는 지혜 속에서 겸손하게 살아가시기를 저와 여러분께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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