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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세18. Day3.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한 (고린도전서 13:12) 홍성원 목사

Jesus Christ/다니엘 기도회 2018. 11. 3.

강사: 홍성원 목사

현) 아시아 프로제리아(NGO) 사무국장, <내 새끼손가락 아들> 저자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과와 장로회신학대학원, 실천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로 일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소아조로증을 앓는 아들 원기와 딸 수혜 그리고 아내와 함께 평범한 삶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즐기며 산다.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해 글로 담아내는 작업도 하고 있다.

아울러 아시아의 또다른 소아조로증 환아를 찾아내 지원하고 치료약을 개발하는 일에 작은 도움을 보태고자 애쓰고 있다.


아시아 프로제리아 NGO에 대하여:

프로제리아(소아조로증)는 일반인들보다 약 7배 가량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치명적이고 희귀(2000만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한 선천성 질환으로서 (소아조로증은 아이의 전체 DNA에서 수십억의 염색체 서열(염기서열) 중 단 한 점의 돌연변이에 의해서 발생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300명 정도의 사람들에게서 발견되었고 지금은 전세계 100여 명의 아이들이 앓고 있으며 환자의 평균수명은 약 15세 이하이다. 홍목사님의 아들인 원기 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프로제리아 환자이며 현재 13세이다. 

왜 '아시아' 프로제리아인가? 홍목사님은 ‘아시아 프로제리아재단’을 설립하여 자기 아들과 같이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시아 어린이들을 직접 찾아서 교류하고 위로하는 사역을 시작했다. 중국과 일본에 각각 1명, 필리핀에 2명의 소아조로증 환자를 발견했다.


*KBS 방송: 소아조로증 12살 원기의 어린이 날 <https://youtu.be/0b0tC9_Cx9A>


여러분은 여러분의 사랑하는 사람과 얼마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까?


나는 홍성원 목사이지만, 다른 분들께는 그냥 '원기 아빠'라고 불러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것이 편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요한복음 9장을 새롭게 읽으며 내가 고민하고 아파했던 것들과 무척 잘 부합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 9:1~3) '예수께서 길을 가실 때에 날 때부터 맹인 된 사람을 보신지라 제자들이 물어 이르되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내 아이의 병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춘천에서 전임 전도사로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교회의 성도인 간호사 분이 병원에 가보기를 권하셨다.  그 병원에서는 원기를 보통 장소가 아닌 녹색 커튼에서 의료연구용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몇 주 만에 마침내 담당 의사도 낯설어 하던 희소병 '소아조로증'을 진단 받았다. 그 때 원기가 5세, 딸 수혜가 3세였다.

처음에는 워낙 큰 일이어서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원기를 입원시켰는데 아이를 일찍 재운 후에 인터넷에서 소아조로증에 대해 검색한 후에야 비로소 그 엄청난 상황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도를 했는데 주님께 '왜 그러셨어요?'라고 반복을 했고 '하나님.... 미친거야 ? 너는 뭐야..? 당신 미친 것 아닙니까?' 하고 울부짖었다.

도대체 왜 그러셨는지.... 하나님이 왜 하필 내 아들에게 그런 벌을 내리셨는지의 '이유'에 대해 알고 싶었다.

아비의 내 죄때문인지 누구의 죄 때문인지.... 그 모습은 요한복음 9장의 제자들의 모습과 너무나도 같았다. 나도 거기에서 헤어나오기 무척 어려웠다.


(책에서 발췌)

예약한 날이 되어 원기를 데리고 춘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담당 선생님은 원기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하셨다. 원기의 서 있는 사진과 양손 그리고 머리 부분을 주로 찍으셨다.

“일주일 뒤에 다시 오셔야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만 말씀하셨다. 불안했지만 분명 원기를 하나님께서 건강한 아이로 자라게 해주실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치료하면 된다고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일주일은 금세 지나갔다. 원기와 아내와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은 매우 담담하고 차분하게 우리에게 말씀해주셨다. 원기가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다고. 그리고 좀더 세부적인 검사를 위해 입원해야 한다고. 충격적이었던 건 처음 원기를 봤을 때부터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다는 걸 알았고, 다만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사진을 여러 장찍어 분석했다는 것이다.

내 아들 원기가 우리나라에 단 한 명뿐인, 그래서 이름조차 생소한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나도 모르게 울먹이며 의사 선생님께 말했다. 아니, 중얼거렸다.

“그랬군요. 그랬군요. 어쩐지 뭔가 이상했어요. 그래서 원기가 머리카락이 안 났군요….”

늘 원기에게서 느껴졌던 이상한 그 무언가의 실체를 결국 알게 된 것이다. 원기에 대한 그 찜찜한 느낌은 역시 틀린 게 아니었다. (발췌 끝)


(요 9:3)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원기의 병에 대해 알고 난 후, 내게는 요한복음 9장 3절의 말씀은 와 닿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계속 2절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8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아! 하나님이 나와 원기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있으셨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


그 무엇인가의 첫째는 바로 '시간의 의미'였다.

8년 전의 나는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섭섭함이 가득했으나, 시간이 흘러 지금은 그 일을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에게 때로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흘러서야, 그제서야 비로소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다, 저렇다...라고 단정하여 답을 말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도 때때로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받고 나 또한 다른 분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초기에는 기도회에서도 기도를 하면 언제나 '왜 그랬나요?'하고 하나님을 원망을 하곤 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의 의미를 깨닫게 되자 '순간을 감사'하게 되었다..

우리의 수많은 질문에 대해 의사 선생님은 원기에 대해 아무 것도 얘기해 줄 수 없다고 하시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원기가 유치원을 다닐 수 있을까, 졸업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마치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았다. 


언제나 그렇게 '오늘이 원기와 우리 가족 사이의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가슴에 응어리져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이렇게 원망하고 있을 시간이 없구나. 오늘이 원기와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무엇을 해야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원기가 무엇을 하든 원기를 듣고 보고 만지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헬렌 켈러의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구절, '내일 갑자기 장님이 될 사람처럼 여러분의 눈을 사용하십시오. 내일 귀가 안 들리게 될 사람처럼 음악 소리와 새의 지저귐과 오케스트라의 강렬한 연주를 들어보십시오. 내일이면 촉각이 마비될 사람처럼 만지고 싶은 것들을 만지십시오. 최대한 모든 감각을 활용하세요.'는 그야말로 내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자 원기의 병이 하나님으로부터 벌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은 사라지고, 원기가 기쁨이 되고 원기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기쁘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 순간 순간에서 멀리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순간에서의 현실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다 보니 천국과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이 너무 감사했고 이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이 순간의 예배와 기도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임을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셨다.


원기와 이 세상에서 시간을 공유하는 동안 꼭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아빠, 아빠가 있어서 정말 재밌었어. 아빠 덕분에 신났어요. 고마워요, 아빠.”

원기에게 그런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


2014년에 보스톤의 소아조로증 재단에 가서 1주일 간 검사를 받고 소아조로증에 도움이 되는 약을 받아왔는데, 마지막 날에 뇌혈관을 촬영해야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응당 필요한 수면 마취제를 주지 않았고 촬영 장소도 아무 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모든 것이 하얀 곳이었다. 마치 세상도 아니고 천국도 아닌 묘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이었다.

11월의 보스톤은 무척 추웠는데 그 촬영은 소음이 커서 원기의 귀를 온통 틀어 막아 놓고 그 큰 기계 안으로 안을 들여보내야 했다. 그것이 마치 원기를 죽음의 세계로 떠나보내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촬영 시간 동안 2시간 이상을 서로 그 방안에서 환자인 원기와 보호자인 나, 둘 만이 서로를 바라보며 촬영을 해야 했다. 

그 때 언젠가는 원기와 내가 진실로 죽음으로 인해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가 오기 전에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원기가 행복하게 남은 시간을 지내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진짜 중요한 시간은 함께 하되, 나머지의 시간은 원기에게 자기 자신의 시간을 살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때는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아들과 함께하는 그 운명이 너무나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그 원망과 분노는 사라져버렸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즐겁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니까. 온 힘을 다해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을 즐기는 삶,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삶이 내게는 가장 가치 있는 삶이 되었다.”

시간은 주인은 하나님이시므로 우리는 그 시간의 '사용'자로서, 순간 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순간의 행복을 즐기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 무엇인가의 둘째는 '관계의 의미' 이다.

원기의 병을 확인한 후 초기에 내가 '어떻게... 나에게..'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

나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부모의 영적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며, 부모가 더 회개 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듣고, 회개 기도를 열심히 하기도 했다. 아내가 이제는 더 이상 회개할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회개를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과 가치관을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서로에게 상처로 남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신앙인들이 고난 중에 있는 사람에게 다가갈 때는 훨씬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물론 이웃들로 인해 깊은 감사와 기쁨을 체험하기도 했다. 춘천에서 교구 식구들의 깊은 위로도 체험했으며, 사역지를 옮길 때마다 언제나 성도들의 깊은 사랑의 섬김과 위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원기의 학교는 밀알두레학교(대안학교)이다. 2학년 1학기부터 전학을 해서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원기가 힘들어 했으나 모든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따뜻한 배려로 원기가 잘 적응을 하게 되었다.

학교를 옮겨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보스톤에 가 있을 때에도 같은 반 친구들의 따뜻한 위로 편지들을 받고 큰 감동을 해서 부자가 엉엉 울기도 했다.

지금 원기는 중등 과정인데 잘 다니고 있다. 원기를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김은호 목사님의 기도 정리) '오늘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실족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를 경험하게 하소서.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게 하소서.'


그 무엇인가의 세번째는 '사명'이다.

원기와 함께 나도 많은 일을 했다.

보스톤에서 준 약이 5일만에 실패한 후, 원기에게는 자기의 지방이 매우 적어서 내 지방을 주기도 했다. 

막상 지방을 주기로 덜컥 약속은 했으나 구체적 방법은 몰랐는데, 수술 중에도 당황스러웠고 수술 후에 보니 배가 온통 시커멓게 멍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 했는데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원기에게 물 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심부름을 곧 잘 하다가 며칠 만에 귀찮아하는 원기를 보면서, 나를 위해 피와 살을 주신 예수님의 은혜를 다시 되새기기도 했다.

원기로 인해 힘들고 지칠 때마다 '네가 원기 아빠 잖아? 원기가 네 아들이잖아....'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님께서 이 연약한 생명을 내게 맡기셨음을 새삼 깨닫고 그 '사명'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아울러 하나님께서 내 사명으로 내게 맡기신 원기를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즉, 하나님의 심판과 벌과 징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가장 돌볼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셔서 맡기셨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죄책감에 사로 잡히지도 말고 숨기고 부끄러워하지도 말자. '맡겨 주신 것이므로' 최선을 다해서 돌보면 된다고 다짐한다.

또한 아시아 프로제리아 활동도 하고 있다.

언론에는 약 300명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전세계에 123명의 소아조로증 환자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콜롬비아의 미구엘이라는 아이를 만났는데 계속 그 아이 생각이 나서 한국에 초대해서 여러 관광을 시켜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필리핀의 소아조로증 남매를 초대하기도 했는데 같은 소아조로증 환자의 가족들은 모두 원기의 상대적인 건강함을 의아해 한다.

보스톤의 약을 다른 아이들은 복용하고 있는 반면 원기는 5일만에 끊었는데도 원기는 상대적으로 더우 건강하다. 그래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15세가 평균 수명인 소아조로증 환자 아이들에게 20대를 만들어 주자...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가면 라이더(rider)를 좋아하는 원기가 가면 라이더 가게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맺음말)

오늘 본문처럼, 우리 인생은 (고대의 청동 거울로 비춰어) 보는 것처럼 희미해 보일 때가 많다.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하나님이 정하신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서로 마주 보듯이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다.

그 때까지는 오늘 본문의 그 다음 구절인 (고전 13:13)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씀처럼,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살아가야 한다. 사랑하고 섬기며 살아가야 한다.


(찬양: 487장) 어두움 후에 빛이 오며 바람 분 후에 잔잔하고....


(김은호 목사님의 기도 인도) 오늘의 말씀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한다.

*시간. 오늘이라고 하는 이 시간은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선물이다. 이 시간을 불평하고 원망하기 보다는, 오늘 행복하고 기뻐하고 감사하자.

*관계. 오늘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실족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를 경험하게 하소서.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게 하소서.

*사명. 하나님은 때로는 고난을 통해서 우리의 사명을 깨닫게 하신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것이 내 사명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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