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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님의 새벽기도 자정을 훨씬 넘겨 잠자리에 들었건만 다시 새벽에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피곤한 중에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의 단편이 생각힙니다. 할아버님은 제가 태어나고 바로 돌아가셨지만, 제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까지는, 지금은 도시가 되어버린 그 때 시골에는 할머님이 계셨습니다. 어쩌다 큰집(할머니 계신 곳)에 가면 잠자리가 설어 새벽에 잠을 깨곤 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석유 등잔불을 썼는데, 방 안에서 쓰는 것은 호롱불이라 했습니다. 호롱불은 외풍에 따라 흔들리며 잦아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듯이 커지곤 했습니다. 쪽진머리 풀어내리고 참빗질을 하시며 '성신이여~ 강림하사~' 찬송을 부르시던 할머니의 그림자도 함께 흔들리고 커지는 바람에, 새벽 소변 참아가며 실눈으로 지켜보던 어린 손자는 무섭기도 했습니다. 이어.. 2011. 10. 30.
왜 옮기는가...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요즘 제게, 교회도 회사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잘 참아 오다가, 왜 갑자기 변화를 택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거기에 대한 제 답을 예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얘기해준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며 성공의 비결을 갈구한다. 미래의 성공을 바라면서 과거 성공 리더들의 사례를 돌아보기도 한다. 위대한 과학자, 위대한 예술가, 위대한 비즈니스 리더들의 공통된 특징은 ‘뜬 구름’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성과가 있는 것 만을 붙잡았다. 이것만 알아도 우리는 이제 위대한 리더들의 성공 비결에 접근한 셈이다. 잭 웰치 회장은 지난 1981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20년 동안 세계 최고·최대 기업 GE를 경영했다. 성과.. 2011. 6. 25.
가르치는 이의 자세 *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서 아래 글이 오늘 인용되었습니다. 요즘 태훈이에게 인수분해를 가르치면서 느꼈던 제 한계를 잘 지적한 내용입니다. 그러려니하고... take it easy해야 하겠습니다. ^^ 스승은 설법이 능숙해야 합니다. 설법이 능숙하다는 것은 제자를 이끄는 수단이 훌륭하며, 가르침의 의미를 제자에게 바르게 전하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말입니다. 스승은 피곤해 하지 않고, 지칠 줄 몰라야 합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가르치더라도 피곤하지 않아야 하고, 가르침을 설하는 고행을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 소남 갈첸 곤다의《티베트 밀교의 명상법》중에서 - 2011. 5. 20.
제사에 대하여 이번 글은 제사에 대해 논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다. 요즘 며칠 사이에 내게 많은 유혹이 되었던...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르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것에 대해 오늘 하나님께서 답을 주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선한 분들의 practice에 동화될 것인가, 아니면 그리스도 안에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practice로 다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님이 교회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오늘 설교에서도 인용되었다. 김목사님께서 설교시간에 말씀하시기로는, 제사는 우리 민족의 전래의 미풍양속이라기 보다는 이조 초기부터 유교에 의해 시작된 유교제례라는 것이다. 공자와 맹자는 제사를 드리지 않았으며, 주희의 주자가례를 이.. 2011. 2. 27.
[시] 木백일홍 정채원 여름이 깊어야 비로소 피던 꽃 다른 꽃 다 폈다 져도 백일 동안 지지 않고 버티던 꽃잎들 아무리 못 본 척해도 고집스레 붉던 꽃잎들 연못 가득 떨어져 있다 그래, 잘 가라 외나무다리 건너 나도 언젠가 너 따라 가리니 가서, 나도 백일 동안 지지 않고 붉을 것이니 너를 향해 한결같이 피어 있을 것이니 그 때 너, 나를 모른다 모른다 하라 첫서리 내릴 때까지 내가 너에게 그랬듯이 ** 어느 지하철역에서 비상문 앞에서 잠깐 읽었는데 가슴에 와 닿았다. 정채원님은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6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이 있다. 일부러 이 분의 시를 몇 개 찾아 읽어 봤는데, 공감이 팍팍 간다. 1990년 풍납동 물난리 때 태양금속 앞을 가슴과 어깨까지 차오른 물을 .. 2011. 2. 11.
시느미 시느미 '시느미'란 말은 강릉지방의 토속어다. 어머니는 어릴 적 밖에서 놀이에 빠져 있는 내 이름을 서둘러 부르셨지만, 밥숟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하면 으레 "시느미 먹어라. 급히 먹다 체할라." 하셨고 아무리 급한 길도 "시느미 오너라." 하셨다. 시느미란 말이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따뜻한 염려와 정성스러움, 그리고 진솔함 때문일 것이다. - 최장순, '시느미'에서 - 빨리빨리를 외치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급히 서두름에는 속도를 늦추면 뒤쳐진다는 심리가 섞여있습니다. 물론 신속을 기해야하지만 대충이 아닌 여유와 정성이 담긴 천천히, 느리게 가는 삶도 필요합니다. 2009.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