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쩍'을 아십니까?
'살쩍'이라는 단어를 아세요? '살짝'을 애교스럽게 바꿔 쓰거나 잘못 쓴 표현이 아닙니다.
성경을 읽다가 '살쩍'이라는 말이 나와서 찾아보았습니다.
밀어드릴까요?
단골이 아닌 이발소에 가면 맨 마지막에 흔히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귀와 관자놀이 사이의 머리털을 가리켜 살짝 누르며) 밀어드릴까요?”
이곳이 바로 ‘살쩍’입니다.
나이 들어 생기는 흰머리를 감추기 가장 어려운 곳이기도 하지요.
여러 해 전에는 이곳을 몽땅 미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었습니다.
살쩍을 깎은 자들
우리말 성경에서 유독 예레미야서에만 ‘살쩍’이라는 표현이 다수 나옵니다.
사사기에 2회 나오기도 하지만 이 때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사사기에서는 '관자놀이'와 동의어로 쓰입니다.
히브리 원어로 ‘페아 peah’인데 모퉁이를 뜻하므로 영어로 corners가 되지만, 문맥상 sideburns입니다.
예레미야서에서는 모두 ‘살쩍을 깎은 자들’이라는 표현이 사용됩니다.
이발소에서 묻는 ‘밀어드릴까요?’의 대상이 바로 ‘살쩍’인데,
귀와 눈초리 및 관자놀이 사이에 잔머리털이 길게 아래쪽으로 내려온 곳입니다.
그 머리털이 턱수염으로 이어지면 구레나룻이 됩니다.
예레미야 당시 이스라엘 동쪽에 살던 유목 민족들은 자신들이 섬기던 신을 공경한다는 의미로 ‘살쩍’ 머리를 일부러 미는 풍습이 있었던 듯합니다.
따라서 ‘살쩍 깎은 자들’은 이방 유목 민족을 의미합니다. 아직도 어떤 유태인들은 살쩍 머리를 깎지 않고 길게 기르고 다닌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구별된 마음
성경을 읽다가 우리말 어휘이지만 뜻을 모른 채 그냥 흘려보내기 쉬운 단어여서 굳이 톺아보았습니다만,
성경 예레미야서에서 진짜 마음에 담아야 할 내용은, 생식기에 할례 의식을 받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할례 곧 구별됨’이 중요하다고 하나님께서 무척 분명하게 말씀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살쩍(밀이)
사족인데요,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이 귀밑머리털이 망건 밖으로 삐져나오면 머리털을 밀어 넣는, 대나무나 뿔로 얇고 갸름하게 만든 물건이 있었는데 이것을 ‘살쩍’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구별하자면 ‘살쩍밀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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