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볼 때는 평화롭고 깨끗한데, 가까이 가보면 지저분하고 냄새가 지독해요.'였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하고 시편23편을 외울 때, 우리는 '나는 깨끗하고 순전한 양'으로 생각하고
'예수님은 그러 능력있는 팔자 좋은 인자한 분'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목자'되신 하나님은 내 지저분한 분뇨와 죄악을 대속하시고 처리하시느라 몹시 힘든 모습이어야 한다.
예수님 탄생의 첫 목격자가 된 저들밖의 목자들도 역시 그러했다. 추운 겨울날 들판에서 야영을 해야 했던 목자들이다.
목자의 이미지를 이렇게 현실감 있게 바꾸는 순간, 더욱 은혜가 크게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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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년 전, 천사들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기쁨의 좋은 소식을 들었던 목자들과 양떼들이 있었던 목장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목장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 있는 곳입니다. 양들은 떼를 지어 풀을 뜯고, 목자는 초원에 누워 피리를 부는 평화가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목장을 방문하면 가까이 갈수록 가축의 똥과 오줌이 범벅되어 있는 냄새가 진하게 풍겨옵니다. 하얀 드레스나 신사복을 활동하기 편리한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것입니다. 구두를 벗고 장화나 운동화를 신어야 할 것입니다. 이곳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목자입니다. 우리들이 이루고자 하는 작은 교회, 목장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들의 몸에 배어있는 전통적인 모습으로 예배하며 찬양하는 모습,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성가대의 아름다운 선율, 선포되는 말씀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성도들의 모습만 보면 참으로 경건하고 아름답습니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면 함께 어우러져 웃으며 받은 은혜로 화평한 얼굴들입니다. 잘 구비된 주차장과 현대식 건물, 그 안의 까페나 편리한 시설들을 보면 산뜻하고 세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접근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면 아픔과 고통, 덜 되어진 모습, 아직도 변화되지 못한 냄새로 즉시 얼굴이 굳어질 것입니다. 기뻐하며 웃는 일보다 아파서 우는 일들이 더 많은 곳이 목장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아들이 드러나서 서로 부딪치는 현장이 목장입니다. 아픔이 드러나서 지체에게 전염되는 곳이 목장입니다. 드러나면서 부족한 곳이 채워지고, 아픈 곳을 만지시는 성령의 위로하심을 경험하는 곳이 목장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곳에서 섬김을 배우고 씨름하는 목자들은 더욱 외롭고 힘이 듭니다. 너무 힘들 때는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 2. '목회자'라는 어휘에 대하여
난 기본적으로 타고난 개신교도이며 장로교인이다. 조상들이 1900년부터 장로교회에 출석해서가 아니고, 성직자와 평신도로 교회 안에서의 계급을 나누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목회장로와 시무장로로 구성되는 당회에서, 성직자와 평신도의 견제와 균형이 적절히 이루어질 때 교회를 긍정적으로 이루어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언젠가 '목사'의 영어단어가 Pastor이고 우리말로도 목(牧)사인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해 눈길이 갔다. 목자에게는 양떼가 있고, 그 양떼는 나와 같은 교인들일 것이었다.
그러나, 웬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는 아멘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목사님은 나의 목자시니...'는 어린 시절 교회의 분란, 은현교회에서의 분규 등 그동안의 교회생활 체험에서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외부에서 오신 목사님들이 '하나님의 양떼를 치는...' 운운 할 때마다 냉소적인 마음이 들곤 했다.
오늘 깨달은 것은, 내가 깨끗한 그림 속의 목자를 생각하고 이러한 쓸모 없는 '분석'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교회에 목자가 하나님이든, 교역자이든, 장로이든, 권사이든, 집사이든, 교사이든, 신앙선배이든... 그들은 양떼 위에 군림하고 대접받는 분들이 아니라, 양떼를 위해 희생하고 가슴앓이 하며 하나님의 뜻을 함께 이루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성직자들의 목회도 그야말로 분뇨 속의 희생이고, 교회 직분자들의 섬김과 봉사도 그러한 희생이기에, 목자라 할 수 있고 목회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모두가 '아멘'이다.
3. 목장된 교회에서 무엇을 바랄 것인가?
알파목장... 하는 식의 소그룹 모임이 한국교회들에서 유행했었다. 교회 전체이든, 구역이든 순이든 선교회든... 모두가 우리 양떼가 어우러져 있는 목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양떼들이다.
이 곳은, 주일 아침 성가대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듣거나 찬양단의 은혜와 감격의 찬양을 들을 때, 또 목사님의 힘있는 말씀에 큰 아멘으로 화답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볼 때, 너무나 경건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은혜가 넘친다. 간혹 감미로운 찬양 배경음악과 함께 동영상으로 지난 날들이, 여러 행사들이 비춰지면 가슴 찡한 감동에 눈물 흘리기도 한다. 우리의 새 교회당은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식당도 뿌듯하기만 하다.
그러나, 많은 새신자들이 겪는 일이지만, 또 교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다가 겪게 되는 도전이지만,
조금만 가까이에 다가서서 보다 많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고, 의견이 대립하고 여러 갈등을 겪다 보면, 너무나 많은 아픔과 괴로움을 안고 살고 있으며, 덜 되어진 모습을 드러내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게 되어, 교회를 멀리하고 싶고 조용히 살고 싶고, 때로는 하나님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우리가 주일 아침의 깨끗한 목장만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교회는 목장이다. 역한 냄새가 나고 더러운 분뇨가 뒤섞인 목장이다. 거저주신 은혜에 감사해서 기뻐서 웃는 일보다, 인생의 시련과 성도의 교제에서 오는 힘든 부분때문에 우는 일이 더 많은 목장이다. 그 아픔이 드러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쉽게 전염되는 곳이 목장이다.
그래도... 내 부족한 곳이 드러나면서도 참 목자되신 성령께서 내 마음을 위로하시고 감화시켜서 조금씩 바꿔 나가는 곳이 교회이다. 조금씩 조금씩 참된 현실적인 거룩함을 배우는 곳이 교회 목장이다.
더욱이 이러한 곳에서 자신을 죽이며 섬김을 배워 나가고, 나아가 이웃을 위한 봉사를 계획하는 성직자 목회자들의 아픔은 더욱 크며, 교회 직분자들의 외로움과 힘듬은 측량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서로를 사랑하며 서로의 부끄러운 곳을 감싸주며, 아름다운 은혜의 동산의 목장을 가꾸어 나가기를 이 아침에 기도한다.
양떼와 목자들.... 모두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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