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의 뜻
교회 밖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교회 안에서 흔하게 접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심방'입니다.
심방(尋訪)은 '찾을 심'과 '방문할 방'의 한자어로, 문자적으로는 '방문하여 찾아봄'이라는 뜻입니다.
한국 기독교에서 '심방'은 목회자가 교인의 가정을 방문하여 영적인 돌봄과 교제를 나누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냥 지나다가 들르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계획된 방문입니다.
'촌지' 문화나 대접 부담때문에 사라지기는 했지만, 제가 어릴 때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학년 초에 학생들의 가정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생활 환경을 살피고 부모님이나 보호자와 상담하는 일을 '가정 방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일반 사회에서는 주로 '방문'이라는 말을 쓰지만, 교회 내에서는 영적인 돌봄과 교제의 의미를 담아 '심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영어로는 주로 'visitation', 'home visitation', 'pastoral visitation'등으로 번역합니다.
성경 안에서 유래를 살펴보면, 구약에는 히브리어로 ‘보살피다’라는 의미를 가진 <파카트>로 표현하고 있고 70인역에는 이 <파카트>를 ‘감독하다’와 ‘보살피다’의 뜻을 가진 <에피스켑토>라고 번역되어 <목양>(잠27:23, 렘23:2)의 기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말이 신약시대에 들어와서 헬라어로 ‘방문하다’, ‘돌보다’, ‘권고하다’ 등의 뜻을 가진 <에피스켑토스>로 표현한 것이 바울사도가 에베소 장로들에게 ‘성령이 교회를 치게 하셨다’(행20:28)고 한 바와 관련이 있게 됩니다. 즉, 심방과 목회는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용어입니다.
목회는 ‘영혼의 돌봄’, 즉 라틴어로는 ‘쿠라 아니마룸’(cura animarum), 독일어로는 ‘제일조르거’(Seelsorge)이다.
심방의 유래
목회자가 성도의 가정을 방문하여 신앙 생활을 점검하고 기도로 돌보는 심방은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에서 중요한 목회 활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종교개혁 이전 가톨릭에서는 신자가 자발적으로 신부를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는 전통이 있어 목회자의 심방이 불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이 고해성사 제도를 폐지하면서 목회자의 심방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루터와 칼뱅 등이 심방(visitatio)을 강조하며 개신교 목회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에는 개신교 선교사들에 의해 심방 문화가 전해졌고, 특히 봄·가을에 전 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심방'(또는 '정기심방', '전체심방')과 필요에 따른 수시 심방 등이 정착되었습니다.
이러한 한국 기독교의 심방 문화는 다른 나라의 기독교 문화와 비교할 때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정기적인 대심방 관행: 한국 교회는 보통 1년에 2회, 봄과 가을에 전 교인을 대상으로 정기 심방을 실시합니다. 이는 한국 교회만의 독특한 관행으로, 과거 무속 문화의 영향을 받아 교인들의 무속적 욕구에 대한 대응체계로 대치된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심방 그 중에서도 대심방은 한국교회에만 있는 현상이라며 그 유래가 옛날부터 있었던 무속풍습으로 지역 무당이 자신과 신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당골 : 단골이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봄)들을 봄과 가을에 방문하여 기복을 위한 작은 치성을 드리는데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영적 돌봄과 교제에 초점: 심방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성도의 신앙생활을 점검하고 목회자가 기도로 돌보는 영적인 만남입니다. 목회자와 성도가 인격적으로 만나 영적인 교제를 나누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특히 서구 교회의 가정방문(Visitation)은 주로 환자, 노약자, 상황이 어려운 성도를 대상으로 이뤄지며, 영적 돌봄과 함께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데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목회자의 권위: 한국의 심방 문화에는 목회자에 대한 권위주의적 태도가 남아있어, 심방 시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반면에 서구의 심방은 성도의 요청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목회자와 성도 간에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편입니다.
- 다양한 심방 주체: 서구 교회에서는 목회자 뿐 아니라 장로, 집사 등 평신도 리더들도 심방을 담당하며, 팀 사역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물질적 부담 : 한국의 심방 문화에는 음식 대접이나 심방 헌금 등 물질적 부담이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교인들에게 부담을 주고 심방의 본질을 흐릴 수 있습니다. 이런 이슈로 학교 가정방문을 폐지한 배경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처럼 한국 기독교 심방 문화는 집단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한국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반면, 서구의 심방은 개인주의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교회에서도 심방의 형식과 내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은 무속적인 것일까? 나는 그 영향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인은 “머리는 기독교인, 가슴은 불교도, 배(창자)는 무교인, 사회에서는 유교인”이라고 합니다.
어느 선교사님은 , “조선인은 개인적으로는 공자로부터 교육을 받고, 부인을 불교 사찰에 보내어 자식을 간구하게 하며, 삶의 곤경에 처해서
는 샤머니스트인 무당에게 기꺼이 복채를 지불한다”고 한국전통문화의 혼합적 성격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심방의 부작용을 경계하며 여러 측면을 세심하게 배려하되, 따뜻한 교제와 돌봄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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