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대화 갈등은 ‘세대 차이’보다 ‘역할 갈등’
직장에서 흔히 많이 쓰지만 사실은 최악의 말이 뭐가 있을까요? 예를 들면, “나 지금 순간 열받았어.” 같은 말들이 있죠. 그런 말들은 상대에게 “내가 이런 말까지 들으면서 일을 해야 하나?”, “내가 설 자리가 없는 건가?” 같은 마음을 들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직장 상사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가?”
특히 ‘MZ 사원과 꼰대 상사’라는 프레임으로도 흔히 말하는데, 이런 관계에서 어떤 문제가 제일 많이 발생하나요?
답:
제가 최근에 평균 연령이 26.5세 정도인 회사에 간 적이 있는데, 그 회사에서는 “꼰대가 있어서 큰일이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도대체 누가 꼰대인가?” 했는데, 보니까 기성세대를 의미하는 전통적 ‘꼰대’가 아니라, 젊은 친구들 중에도 ‘젊은 꼰대’가 있더라고요. 제가 관찰해 보니 이건 세대 간 갈등보다는 '역할의 갈등'이었습니다.
평균 연령 26.5세라는 회사에서도 ‘누구는 원래 안 그랬는데 입장이 달라지니까 달라지더라’ 같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즉, 역할이 달라지면 내가 원하는 것도, 필요한 것도 달라지고, 옳고 그름의 기준도 조금 달라집니다.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MZ세대라고 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 아예 없진 않아요. 60~70년대생,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 및 X세대는 부모님들이 허리가 휘도록 일하시는 걸 보고 자랐기에, 자기 욕구를 잠시 밀어두는 희생 문화를 어느 정도 존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마음속에 “우리 때는 이렇게 고생했어” 하는 억울함도 있고요. “요즘 애들은 그렇게 안 하더라”라고 말하시는 분도 종종 있습니다.
반면, MZ세대는 유례없는 비교와 경쟁의 사회에서 자라왔습니다. SNS가 발달한 시대라 어디를 가도 비교가 이루어지고, 단 한 번도 쉴 틈이 없이 뛰어온 거죠. “내 욕구가 중요하다”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진짜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늘 비교하고, 조급한 마음에 바쁘게 움직여 왔기 때문이죠. 이미 번아웃 상태에서 회사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서, 조금만 불편한 말이 들려도 쉽게 터져 나오는 겁니다.
결국 두 세대 간 갈등이라기보다, “내 욕구를 뒤로 미루는 세대”와 “이제 내 욕구를 표출하기 시작한 세대”가 만났다고 볼 수 있죠. 그러면 어떤 말들이 가장 불편해질까요? 예를 들어, “왜요? 제가요? 갑자기요?”처럼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예전에는 대답을 안 해도 괜찮았는데, 요즘 친구들은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으면 납득하기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상사 입장에서는 “왜? 그냥 하라니까 해!” 하고 싶을 수 있죠. 이런 괴리가 커지고 있어요.
최악의 말은 ‘상대의 존재를 흔드는 말’
사회자:
대화를 하다 보면, 똑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느끼는 말이 있잖아요. 직장에서 흔히 많이 쓰지만 사실은 최악의 말들, 어떤 게 있을까요?
박재연 소장:
“나 지금 열 받았어”처럼 즉각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말이 그렇고, “이게 그렇게 어려워?”, “네가 말했으니까 네가 해 봐” 같은 말도 듣기 거북하죠. 이런 말은 상대가 아이디어를 내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저희가 조직에서 “듣기 싫은 말을 다시 듣는 세션”이 있는데, 예를 들면 “밥 사 줄게” 같은 말이 대표적이에요. 누가 하느냐, 언제 하느냐, 어떤 맥락에서 하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똑같은 말이지만, 상대방에 따라 기분 나쁠 수도, 기분 좋을 수도 있거든요. 예컨대 “밥 사 줄게”라는 말 자체는 좋을 수도 있지만, 너무 싫어하는 상사가 “밥 사 줄게” 하면 기분이 확 나빠질 수 있죠.
또, 회사에서 듣기 싫은 말 중 하나가 “맞는 말인데도 듣기 싫은 말”이에요. 예를 들어, 중학생 아들이 집에 와서 “아빠는 맨날 누워 있어요”라고 하면, 아빠 입장에서는 사실 맞는 말인데 듣기 싫죠.
조직 안에서는 특히 책임을 전가하거나, 다른 사람의 공을 가로채거나,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말이 굉장히 싫은 말들에 속합니다. “야, 너 요즘 소문 안 좋더라” 같은 말도 최악이죠. “네가 우리 팀에 들어온 뒤로, 여기저기서 조직 문화가 엉망이 됐다는 얘기가 들려” 같은 식의 말은,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어요.
사회자:
그렇다면 어리석지 않은, 현명한 리더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박재연 소장:
예를 들어, “네가 와서 팀 분위기가 엉망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좀 걱정되는 게 있어. 팀이 좀 더 화합하면 좋겠는데, 네 생각은 어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묻는 게 낫죠. “팀원들하고 차근차근 티타임을 가져 보면서 의견을 들어볼래?”처럼 방법을 제시해 주는 거예요.
그런데 “너 때문에 소문이 안 좋다”라고 하면, 상대는 “누가 그런 말을 했지?” 하며 불신이 커지고, “내가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하면서 위축돼요. 두려움, 수치심, 죄책감 같은 감정만 남고 기쁨은 없어지죠. 사람은 기쁨이 없는 상태를 오래 견디기 힘듭니다. 결국 그 말 한마디가 오래 남는 거죠.
상처 주는 말에는 ‘반영’하거나 ‘번역’해서 되묻기
사회자:
그렇다면 내가 상사로부터 “초등학교는 나왔냐?” 같은 무시하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박재연 소장: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지금 제가 잘 들은 게 맞나요? 저한테 초등학교 나온 거 맞냐고 하신 거죠?”라며 들은 대로 반영하고 확인하기. 그러면 상대가 그 말을 다시 듣는 순간, “아, 그건 아니고…” 하면서 톤이 다운될 수 있어요.
둘째, “초등학교 나온 거냐고 물으신 건 제가 이해하기로는 진짜 궁금하신 게 아닌 것 같은데,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은 건지 정확히 말씀해 주세요”라고 번역해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대가 정말 묻고 싶은 건 “너 태도가 왜 그래?” 같은 걸 텐데, 그렇게 물어보면 정작 할 말이 없을 거예요.
“너 요새 삶의 태도가 안 좋다더라, 여기저기서 말이 많아”라고 하면, “그럼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시나요?”라고 되물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게 어려울 수 있으니, 상대를 너무 악인으로만 보지 말고, “저 사람도 어딘가 여린 부분이 있겠지. 갑각류처럼 겉만 딱딱한가 보다” 하고 연민을 느끼면 좀 더 편해집니다.
사회자:
맞아요. 내가 계속 참다 보면, 결국엔 그 말 한 번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고, 속에만 쌓이다 독이 되잖아요?
박재연 소장:
맞습니다. 결국엔 용기를 내서 “지금 저한테 초등학교 나왔냐고 물으셨어요?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정도는 물어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 상대도 “아, 그건 아니고…” 하며 태도를 바꿀 수 있죠.
좋은 리더는 ‘침묵의 배려’와 ‘구체적인 표현’에 능하다
급여나 인센티브처럼 민감한 정보는 비밀을 지키고,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와”보다는 “내일 2시에 이야기하자”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하며 신뢰를 만든다.
사회자:
직장에서 아무리 가깝고 친해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면 뭘까요?
박재연 소장:
실제 사례가 하나 있었는데, 인센티브 문제가 있었어요. A 팀장님이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아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는데, 같은 회사 다른 팀에 입사 동기이자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 친구가 팀 평가가 좋지 않아 인센티브를 적게 받았어요. 그런데 술자리에서 “야, 우리 인센티브 한번 공개하자” 하다가, 결국 서로 비교가 되면서 완전히 틀어졌습니다.
이처럼 인센티브나 급여 같은 건 프라이버시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생계욕구와 직결되고, 스스로의 셀프에스팀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거든요. 조직에서 서로 비밀로 유지해야 할 사항은 지켜주는 게 좋아요.
그리고 두 번째,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예전에 어떤 리더가 있었는데, 팀원 중 한 사람이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시설에 데려다 주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은 일찍 퇴근해야 했어요. 그 리더가 그걸 2년 동안 비밀로 지켜줬습니다. 아무에게도 “쟤가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느라 일찍 간다”라고 말하지 않았던 거죠. 이 사람이 훗날 중역이 됐을 때, “나에게 리더십이란 그 상사였다. 내가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나도 팀원들의 말을 일단 들어보게 됐다”라고 했어요. 침묵이라는 것도 대화의 중요한 방식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사회자:
“김 대리는 성과도 좋은데 왜 승진이 안 되고, 박 대리는 승진이 됐을까? 말 잘하는 사람이 승진을 더 잘한다”며 억울해하는 분도 많습니다.
박재연 소장:
만약 진짜로 점수나 데이터상 내가 더 좋은데도 승진을 못 했으면,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인간은 감정적인 존재라, “일 잘하는 김 대리가 싫어지면 ‘약삭빠른 놈, 머리만 쓰는 놈’” 식으로 평가할 수도 있고, “반면 박 대리는 말도 잘 걸어주고, 상사의 컨디션도 챙겨주니까 포텐셜이 높아 보인다”라고 좋게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360도 평가나 다면 평가가 점점 중요해져서, “말만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기는 어렵고, “일을 잘하는 사람은 대부분 말을 잘한다”라고 봐요. 예를 들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자기 요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긍정적인 단어를 쓰며,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그렇게 소극적으로 일하지 마”처럼 모호하고 부정적인 말 대신, “회의할 때는 모두 들릴 수 있는 목소리로 말해 보고, 눈을 마주치며 말해 보자”처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긍정적 언어를 쓰죠.
또, 격려를 잘합니다. “힘들면 언제든지 와”가 아니라 “내일 2시에 시간이 비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내 자리로 와”처럼 구체적으로 말해요.
제가 볼 때 김 대리님이 정말 억울하다면,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길 권해요. “내가 이런 말을 들었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요. 왜냐하면, 사람은 자기 자신의 장단점을 전혀 모를 수도 있거든요. 저도 어느 날 제 아들이 “결국 엄마는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잖아요”라고 하는 걸 듣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 막상 제 엄마와 친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래, 너 고집 세다”라면서 공통적으로 그러더라고요. 받아들이기 억울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동일하게 말하면 그게 어느 정도 사실이죠.
상대의 말에 숨겨진 감정을 통역해주는 방식으로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다.
꼰대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말보다 ‘태도’가 중요
“라떼는 말이야”도 공감과 허락을 받은 뒤에 하면 조언이 되지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면 꼰대가 된다. 조언 전에는 상대의 상태와 욕구를 먼저 읽는 태도가 핵심이다.
사회자:
요즘 ‘꼰대’라는 단어가 워낙 부정적이어서, 직장에서 꼰대처럼 안 보이려고 노력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꼰대처럼 보이게 하는 말이 있을까요?
박재연 소장:
저희가 대화 훈련을 해 보면, 똑같이 “라떼는 말이야”라고 해도, 어떤 상사가 하면 사람들이 들으려 하고, 어떤 상사가 하면 다 싫어하더라고요. 말의 내용이 비슷해도 차이가 확실히 있습니다.
주니어들이 “라떼는 말이야”에 귀를 기울이는 상사는 그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내가 조언을 하고 싶은데, 들어볼 만하겠어?”라고 물어요. 그리고 “네 말을 들어 보니, 네 마음이 이렇구나” 하고 짧게라도 공감해 주죠. 그다음에 “예전에 내가 너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도움이 될까? 이야기해 줄까?” 하고 물어봐요. 주니어가 “네, 해 주세요” 하면, 그때 “라떼는 말이야”가 나오는 거죠.
결국 포인트는 “꼰대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어떤 말 몇 가지를 하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상대를 공감하고,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지 묻는 태도”가 중요한 거예요.
사회자:
요즘에는 다른 사람에게 “이건 이래서 문제인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도 꺼리고, 조언하려고 하면 “꼰대”라는 말을 들을까 봐 다들 입을 닫아버리는 분위기도 있잖아요. 대화 전문가로서, 이런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박재연 소장:
옛날에 봤던 어린이 영화이지만, 어른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가 있어요. <원더>라는 영화인데, 선천적으로 얼굴 기형으로 태어난 ‘어기’라는 아이가 헬멧을 쓰고 다니죠. 그런데 엄마가 “이제 헬멧을 벗고 학교에 가라”고 해요. 첫날부터 다른 아이들한테 온갖 놀림을 받습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고 질문했을 때, 어떤 여자아이가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답해요.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죠.
우리도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도전을 받습니다. “내가 꼰대 소리 들을까 봐 조언을 못 하겠다”는 분들도 있지만, 삶에서 정말 중요한 말이라면, “네가 날 꼰대라고 해도 좋아. 그런데 내가 너를 6개월 동안 지켜보니까, 넌 정말 대단한 아이야” 정도는 해 줄 수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런 말조차 할 수 없는 삶이라면 너무 허무하잖아요.
다만, 그 조언을 할 때 “네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아?”라는 태도가 아니라 “이건 정말 중요한 거라 말해주고 싶어. 듣고 네가 판단해 봐”라는 태도로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대화 아닐까요?
영화 <원더>의 결말에서, 어기가 결국 친구들에게 진짜 우정이 뭔지를 보여 주고, 놀림과 편견을 깨요. 그 아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과, 가족의 지지 덕분이었어요. 외모가 자존감을 떨어뜨려도, 본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거죠.
제가 보기엔 MZ세대라고 불리는 분들도 그런 어른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놓지 않고, 진심을 다해 좋은 말을 건네는 어른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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