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맞춤법이나 사용례에서 어긋나는 경우의 상당수는 동사와 형용사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특히, 한자어에서 파생된 경우는 더 헷갈립니다. 그래서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1. 당연히 의미상 구별하는 것이 처음 할 일입니다.
동사는 주어의 움직임, 즉 동작이나 과정을 의미하고, 형용사는 주어의 성질이나 상태를 의미하는 용언입니다.
2. 종결형 현재시제 선어말 어미 '-는-', '-ㄴ-'을 사용해서 그 기본형이 어색해지면 형용사입니다.
이 원칙을 형용사의 관점이 아닌 동사의 관점에서 살피면 더욱 분명할 수 있습니다.
즉, 동사는 현재시제 서술형일 때 바탕꼴(기본형) 그대로 쓰이지 못하고 '-는다, 또는 -ㄴ다'가 붙습니다. '간다, 먹는다'처럼요.
반면에 형용사는 by definition, 현재형이 별도로 있지 않습니다. 그냥 기본형이 사용됩니다.
그러면 언제 '-는-'을 사용할까요? 어간의 끝이 자음일 때입니다. (예시; '먹다'의 현재형은 '먹는다', '걷다'의 현재형은 '걷는다'입니다.)
당연히 '-ㄴ-'은 어간의 끝이 모음일 때입니다. ('가다'의 현재형은 '간다', '보다'의 현재형은 '본다'입니다.)
그러나 형용사인 '예쁘다'를 '예쁜다'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3. 관형사형(뒤에 오는 체언을 꾸며주는) 어미 '-는', '-(으)ㄴ' 모두가 적용되면 동사, '-(으)ㄴ'만 어색하지 않게 적용되면 형용사입니다.
'보다'는 '보는 사람, 본 사람' 모두 적용가능하므로 동사입니다. '맞다'도 '맞는 답, 맞은 답' 모두 적용가능한 동사입니다.
그러나 '붉다'는 '붉은 꽃'은 적용가능하지만 '붉는 꽃'이라고는 하지 않으므로 형용사입니다. '알맞다'는 형용사로서 '알맞은 양'은 맞는 표현이지만, '알맞는 양'이라는 표현은 틀립니다.
'-는'은 관형사형 어미 중에서도 '현재시제'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4. '진행'의 '-고 있다'를 사용할 수 있으면 동사, 어색하면 형용사입니다.
'가고 있다'는 이상하지 않지만, '예쁘고 있다'는 이상하지요. 이 경우는 '예뻐지고 있다'로 형용사를 동사로 파생시킨 단어를 사용합니다.
5. '의도'의 '-려', '목적'의 '러'를 사용할 수 있으면 동사, 어색하면 형용사입니다.
'공부하려고 해요' '공부하러 가요'는 동사이지만, '즐거우려 해요' '즐거우러 가요'는 일반 표현에서는 어색합니다. '즐거워지려 해요' '즐겁기 위해 가요' 등으로 바꿔 표현해야 합니다.
6. 명령형 또는 청유형으로 바꿔봐서 어색하면 형용사입니다. (명령형 어미는 '-어라', 청유형은 '-자'입니다.)
즉, '먹다'의 명령형 '먹어라', 청유형 '먹자'는 아무 어색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예쁘다'에 명령형을 사용해서 '예뻐라'는 어색하고 (누군들 예쁘고 싶지 않으랴!), 청유형을 사용해서 '예쁘자'라고 하는 것도 혹시 시에서는 몰라도 일반 문장에서는 이상합니다. 따라서 '예쁘다'는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입니다.
'좋다'와 '좋아하다'는 대표적인 형용사와 동사의 구별 예시입니다. '좋다'를 '좋아라' '좋자'라고 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다'를 사용해서 '좋아해라. 좋아하거라', ''좋아하자' 등으로 표현합니다. 따라서 '좋다'는 형용사, '좋아하다'는 동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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