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말

<유희윤>


바닷마을 아주머니

텔레비전에 나오네


가마솥

뚜껑 열고


펄펄 끓는 숭어국

한 국자 떠 주며

잡사 봐!

잡사 봐!


후후

불어 주며


잡사 봐!

잡사 봐!


그 참

맛있는 말


침이 

꿀떡 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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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

"금방 가야 할 걸 

뭐 하러 내려왔니.” 


우리 엄마는 

시골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의 봄눈입니다. 


눈물 글썽한 봄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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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너도
포도
나도
포도 

우린
포도 

나도
작고
너도
작고

근데
참 크다

한 송이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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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더 불래요
자꾸만 더 불래요 

그럴 줄 알았어요
풍선이 빵 터졌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으앙, 울음보도 터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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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비를 맞으며
걸어 간다 

아빠 우산
내 우산 

우산에서
우를 빼면 

아빠 산
내 산 

아빠 산은 높고
내 산은 낮고 

낮은 산 앞세우고
높은 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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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기계

뻥! 뻥!
강냉이 튀기는
뻥튀기 기계
이라크에 보내면 좋겠다 

가서
대포 대신 총 대신
뻥! 뻥! 뻥!
신나게 쏘아라 

화약 대신 총알 대신
고소한 강냉이
펑펑 쏟아 주라 

천 대 만 대
이라크에 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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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과자

모래알로 떡 해 놓고
조약돌로 소반 지어
언니 오빠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이건
우리나라 옛 어린이들의
소꿉놀이 노래

진흙으로 과자 구워
맛있게도 냠냠……
이건
아이티 어린이들의
소꿉놀이 노래 

그렇담 얼마나 좋을까
진흙 과자 굽는 건
놀이가 아니라네
노래가 아니라네 

지진으로 엄마 잃고 아빠 잃은
아이티 어린이들
진흙 과자 진짜로 먹는다네
배가 고파 먹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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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닮았나?

 

치약과 칫솔을 싫어하는 벌레가

입속에 산다고?

그걸 누가 몰라?

 

가만,

그런데 이상하네

나는 왜

치약과 칫솔이 싫지?

 

벌레를 닮았나?

이를 썩게 하는 벌레를?

 

에이,

말도 안 돼

내가 왜 벌레를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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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파스야

 

우리 할머니

허리에 바르고

무릎에 바르는 물파스

신기하다

아기가 볼펜으로 죽죽 그어 놓은

벽에 발랐더니

볼펜 자국을 깨끗이 지워 준다

 

물파스야

신기한 물파스야

볼펜 자국 없애듯

깨끗하게 없애 주면 안 되겠니?

우리 할머니

허리 아픈 거

무릎 아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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