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2층에서 7층까지 주차장이 있는 대형빌딩에 입주한 회사의 소수 임원은 고객용 주차장이 있는 2층에 주차할 특혜를 누린다. 바로 지하2층 상가로 나오면, 출근길에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들러 습관적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게 되는 유혹에 빠진다. 요즘 임원들은 비서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멋있어 보이려고...? No. 비서가 냉동건조 커피를 황금비율로 아무리 잘 타 온들 갓구운 원두를 바로 갈아서 추출한 엑스프레소에 뜨거운 물탄 아메리카노만 하겠는가?
주말 등산을 위해, 교회에서의 족구 대회를 위해서는 아웃도어를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 물건을 고른다. 퇴근 무렵에는 친구와 만나 새로 생긴 카페에 간다. 거기에서도 친구와의 대화는 반절만... 나머지는 SNS에 사진을 올리고 또 다른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의 풍경 속에서 때때로 나는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의 모습을 본다. 사회를 잘 굴러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데 머물러야 할 것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 인간의 존엄성마저 잡아먹기 시작했다. '저것을 갖지 못하는 나는 불행하다. 저기에 살지 못하는 나는 불행하다. 저 일을 하지 못하는 나는 불행하다.'
특정 밴드에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고 불평하지만, 탈퇴 후에는 엄청난 금단 현상에 시달리다가 다시 가입하게 된다.
이 불안의 정체는 무엇일까?
'부러움'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힌 중산층들로 아웃렛과 면세점이 붐비고,
'자존심은 덜 상하면서도 따라 하기에 만만한' 연예인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셀레브리티로 등장했다.
물신화된 자본주의의 극단에는 마침내 종교로 치환된 자본주의만이 남았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국가의 정치적 연출로 여론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었다. 건전하고 깊은 연구에서 나오는 올바른 생각을 설파하는 지식인들보다, 상식을 이용하는 보수정당과 공익광고의 결합된 힘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모두가 물질적 성공만을 좇으며 개인의 노력 여하만이 모든 성공의 열쇠임을 강조하게 된 결과, 정작 정치 경제 사회 체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그 뿌리를 숨긴 가운데, 개인은 완전히 실패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아주 드물게는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인간은 정주를 꿈꾸지만, 자본은 정주를 업신여긴다.
자본은 '부동'의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자본은 정주하고 싶은 사람의 꿈을 하찮게 여기며 유동의 자유를 강조한다.
자본이 이윤을 좇아 이동을 하면 할수록, 거주의 터전에선 막대한 규모로 난민들이 만들어진다. 삶의 터전이 재개발 대상 지역에 포함되는 순간,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난민'의 처지가 되어 유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좋은 삶을 기대하는 유토피아적 희망은 삶의 무시무시한 리얼리티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먹고 자란다. (…) 세상은 아름다운 만큼이나 추하고, 사람들은 선한 만큼이나 악하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도 있지만, 짐승만도 못한 인간도 있는 법이다. 이러한 세속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삶의 리얼리티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판타스마고리아라는 환등상의 등불을 끄게 만드는 힘의 근원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유토피아적 희망, 소박하게 말하자면 '좋은 삶'에 대한 기대는 약간은 가슴 쓰라린 세상의 리얼리티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세속화의 끝자락에서 자본주의는 종교의 마지막 남은 아우라마저 소멸시키고, 종교를 자신의 법칙 속으로 흡수한다. (...) 왕성한 식욕으로 종교를 소화시킨 자본주의는 종교가 잡아먹힌 시대의 유일한 종교로 등극한다. 자본주의는 우리를 신 없는 나라로 데려가지 않는다. 종교를 집어삼킨 자본주의가 우리를 데려가는 곳은 자본이라는 유일신이 지배하는 성전이다. 그곳에서 자본주의는 지구 상의 모든 종교를 집어삼킨 유일한 종교로 남아 있다."
"공감은 동정이라는 따듯한 감정으로 냉혹한 현실을 잠시나마 가릴 수 있다는 낭만적인 태도와도 거리를 둔다. 동정의 다리 위에선 이따금 불우이웃돕기 모금이나 자선바자회가 열리지만, 공감의 다리 위에선 복지라는 제도의 나무가 자란다."
오늘 아침, 매우 어려운 책의 조금 덜 어려운 서평을 읽었다.
그러나 그 메시지와 감동이 너무 강렬해서, 조금 쉽게 그 서평을 내 언어로 표현해 봤다.
여전히 어려울 수 있으나, why not a try?
원래의 책이름을 묻지는 말아 달라... 첫째는 나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며, 둘째는...일부 인용구절에서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매우 어려운 문체로 되어 있는 사회학 서적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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