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소천 전, 어머님 거동이 어려워지기 전까지는 부모님 두 분 모두 반드시 전주의 한 유명 헤어숍에서만 머리를 손질하셨습니다. 원장님과 어머니의 단골 관계가 40년 이상 유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원장님이 청소년기에 익산에서 처음 미용을 배울 때부터 어머님의 마음에 들어 서로 좋은 사이가 되신 후에, 그분이 성장하여 본인의 샵을 개점하고 또 전주로 옮겨 사업을 크게 확장하신 후에도 어머님이 전주까지 그분을 줄곧 찾아가셨기 때문에, 그분도 자신이 매우 유명해진 후에도 '의리를 지키며' 일반 손님과는 달리 크게 할인된 가격에 마음을 다해서 어머님과 아버님의 머리를 손봐주셨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미스 춘향, 미스코리아 전북 등 고향의 대부분의 미인대회 진선미는 그분 손에서 탄생할 정도로 유명한 분이시고 무척 세련되셨는데도, 항상 아버지의 머리를 원장님이 직접 나서서 손질하고 이른바 '베토벤 머리'로 파마를 하신 후에는 스스로 언제나 크게 감탄사를 발했는데 바로 '멋져부러~!'였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 저희 자녀들이나 부모님이나 주변 손님들까지 언제나 그 감탄사로 인해 참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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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는 전라도, 좁게는 전주/익산/군산 쪽에서는 말끝이 '~요잉', '~부러', '~당께(요잉)' 등의 콧소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께'는 '~다니까' 정도의 어감이어서 질문에 대해 약간의 귀찮음이 섞인 표현이라 권장할만하지 못하지만, '~요잉'은 약간 상대에게 동의를 구하는 듯한 어감이어서 대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저절로 '그러죠잉~'하고 맞장구를 치게 됩니다.
전라도 말은 '아따, 거시기, 참말로' 등을 추임새처럼 쓰는 경우도 많은 것이 특징이기도 하지만, 제가 국어의 고문을 공부할 때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시험 문제를 풀 때 고향 방언을 떠올리면 'ㅂ 순경음'처럼 사라진 옛글자들을 유추하기가 매우 쉬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말 고어 발음들 일부가 표준말에서는 음가도 글자와 함께 사라져 버렸지만, 전라 방언에서는 오히려 'ㅅ'이나 'ㅂ'으로 강하게 변화하여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무(무우)'는 '무수/무시', '가위'는 '가새', '여우'는 '여수' 등이 그런 전라 방언들입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그 동네에서만 통하던 우스개는 이런 것입니다. 'OO아, 너희 어머니 여수 가셨다며?' '응, 미역이랑 멸치 사러 가셨어.' '그래? OO네 엄마, 여수 가시네~' 친구 엄마를 '여우' 같은 여자라고 놀리는 이런 우스개는 여우를 '여수'로 부르는 곳에서만 통하는 얘기입니다.
'~을 하자'는 뜻으로 친한 사이에서 사용하는 어미는 '~하게'입니다. 그러나 예사말이나 약한 낮게 표현하는 형식의 명령형 '~하게'와는 실제 구어에서는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전주/익산 지역의 생활어에서는 끝을 살짝 힘주어 발음하기 때문에 '서두름'이나 '강력한 의사'의 느낌이 강합니다. '빨리 가게~!'
그렇지만 이른바 남도말인 전남/광주 말과 비교하면 그래도 무척 부드러운 어감이 전주/익산/군산의 말투입니다.
표준말과는 전혀 다른 어휘들도 있습니다.
누룽지(깜밥), 지렁이(그시랑), 그을음(끄시름), 호주머니(봉창), 많다(겁나~), 발돋움(깨금발), 하루살이(깔따구), 음식을 탐하다(껄떡대다, 껄떡이), 연기냄새(냉갈내, 낸내), 절구(도구통), 무덤(묫동), 염소(맴생이), 마음보(심뽀), 새끼줄(산내기), 왼손(외약손), 젓가락(저분), 장독대(장꽝), 끼이다(찡기다), 쓰레받기(티받이)... 고향 친구를 만나면 저절로 나오는 표현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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