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 중요합니다.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님의 설교를 매주 들으며 신앙생활을 한 지 13년째를 넘기면서, 김은호 목사께서 반복하여 강조하는 메시지와 용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결혼식 주례사에서는 신랑 신부가 결혼하는 이유가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기 위함'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합니다. 즉 사랑하는 두 남녀가 결혼하는 것이 엔딩이 아니며 둘이 함께 가꾸는 삶의 출발점이기에 사랑의 감정은 오래가지 않아 줄어들 수도 있고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서운한 마음만 커질 수도 있지만, 결혼생활을 통해서 두 부부가 하나님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 목적과 이유가 된다면 아름다운 가정을 굳건하게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권유입니다.
설교에서는 '성도로서의,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너무 자주 듣다 보면 때로는 그냥 흘려듣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깊은 묵상에 잠기게 되기도 합니다.
미국계 기업에서의 제 정체성 (맨 처음 저에 대해 떠올린 이미지)은 '한국인'이었습니다.
30년을 훌쩍 넘기도록 미국계 회사들에서 일해오는 동안, 끊임없는 자기 정체성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제 영어 이름은 사무엘 Samuel인데, HQ의 Global Vice President가 되어 대부분의 리더들이 컨설팅에서의 Samuel을 알게 된 후에도, 제가 없는 곳에서 제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모든 사람이 맨 처음 떠올린 것은 'Korean'이었습니다. 비즈니스 성장을 견인한 일도 강력한 리더십도 모두 그다음에 언급되는 것들이고, 맨 처음 사람들이 언급하는 것은 언제나 '한국인'이었습니다.
반면에 국내 대기업으로 옮긴 후에는 모두가 '외부 영입'이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맨 처음에 떠올리고 언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나 스스로에게 '내가 누구인가?'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쩌면 내 삶을 주도하는 중요한 이미지일 것입니다.
그 이미지가 김은호 목사님이 강조하듯이, '하나님의 자녀'이고 그것으로 인해 다른 모든 것이 없어도 제 주관적인 삶의 행복에 큰 차이가 없기를 소망합니다.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뛰어난 자아 발견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 자녀와 함께 하심을 믿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 자녀들이 간절히 기도한다고 해서 그 자녀들을 강하고 능력 있게 만들어 주시거나 큰 행운을 주는 분이 아니라는 것이 제가 배우고 확신하는 기독교 신앙입니다. 그보다는 아무리 약하고 무능력하며 어려운 일들만 몰아치더라도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며 내 강함이 되어 주신다는 것이 제가 갖고 있는 기독교 신앙입니다. 즉, 내 질병을 낫게 하시고 내게 좋은 일자리를 주셔서 나를 강하고 존귀하게 하시기를 기도해도 응답이 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많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보다는 질병 속에서도 오직 하나님만 바라게 하시고, 좋은 일자리가 없어도 성실하게 사랑을 베풀게 하시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내 강함과 존귀함으로 칭찬을 듣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바라보고 칭찬하게 하시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하심을 느끼며 기도의 응답을 받았다고 감사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나를 강하게 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이 내 강함이 되어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내 강함이 되시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제나 하나님을 의지하고 예수님만을 붙들고 살아가는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깨닫고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의 성취를 경험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내가 잘났다고 자랑하거나 약하다고 움츠러들지 않고, 내 강함 되신 하나님을 드러내며 그 힘과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조직에서도 너무 강한 자의식이 아니라, 자기의 소명에 집중하는 것이 바른 정체성 인식입니다.
기업의 조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승진이나 발탁을 통해 어떤 포지션에 앉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크게 변하는데, 어떤 사람은 마치 자신이 '그 무엇'이 된 것처럼 여기고 이른바 'the Smartest Person in the Room'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 힘은 회사와 임명권자와 포지션에서 생기는 권한과 권능일 뿐 그 사람 자체가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더 일반적입니다. 그 차이를 깨닫고 조직을 리딩한다면 갑질이나 배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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