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디 교회 소그룹 모임에 대해서 그다지 긍정적인 사람이 못되었다.
21년간 다닌 교회는 교인 수가 200여 명에 불과했고 특히 열심히 교회 일에 참여하는 남성 신도 수는 매우 적어서 남자 소그룹 모임이 없었고, 몇 년 전 대형교회로 옮긴 이후에는 목회자도 없이 평신도들끼리 모임을 갖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부작용들에 너무 일찍 간접 노출되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하면서 소그룹모임 참석이 필수조건이어서 참여하게된 남자 순모임에서 나는 큰 기쁨과 성숙을 경험하게 되었다.
제가 지금 모이고 있는 우리 오륜교회 방이송파교구의 남자 2순은 총 5명인데 은퇴하신 대기업 간부, 현직 대기업의 임원, 중견기업의 대표이사, 서울대학교의 젊고 유망한 교수 등이 순원으로 서로를 섬기고 있다. 얼핏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 있는 남자들의 작은 모임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에서는 사회적으로 상대적인 좋은 위치에 있든, 종교적으로 신앙심이 깊든, 항상 기쁨과 평안 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고난과 아픔을 겪게 된다. 남자 순모임에서는 이런 것들을 서로 드러내어 나누고 함께 기도한다. 성도가 일만수천명이 되는 대형교회에서 함께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그 해결을 고민하는 것은 꼭 필요한 성도의 교제임을 시간이 갈수록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내 아이의 수능을 앞두고 있을 때 떡과 선물을 챙겨 주시고 함께 기도해주시는 순원들을 보며 감동하기도 했고, 어느 집사님 따님의 가정사에서의 어려움을 들으면서 형제의 아픔처럼 공감하고 그 슬픔이 여러 날을 힘들게 하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게 되는 내 모습의 변화를 보면서 스스로 놀라기도 하고 있다. 순원 집사님의 새로운 사업구상에 대해 내 일처럼 관심이 가고 가능한 위험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다니는 각 지체들의 모습을 보며 서로 놀라고 있다. 중년이 되어 혈연/학연/지연이 없는 사람들이 종교적 테두리 안에서 만나 이렇게 삶을 나누는 '위로'가 얼마나 큰 지 모른다.
이제 분명히 갖고 있는 확신은, 순모임에서 내 기도 제목을 내놓으면 우리 순원들은 그 내 문제를 듣고 그것을 마음에 담아 자기들의 문제와 기도 제목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성도들끼리 나누어 가면서 하나님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하면서도 하나님이 그것을 들어주실 지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잦다. 아마 기도의 응답이 내가 정한 시한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아뢰면, 기도하면, 그것을 들으시고 그것을 하나님 자신의 문제로 삼으시고 그것의 해결책이나 나를 향한 가장 좋은 계획을 생각하시고 이루어가신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소그룹에서 우리가 그러하듯이, 하나님이야말로 우리의 문제를 들으시고 본인의 것으로 삼으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며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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