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시간에 요양원 병상에서 거동을 못하시는 어머니 생각에 눈물로 기도하다가 문득 곁에서 함께 기도하는 아내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아버지께 늘 순종적이셨던 어머님이셨지만 연로하신 후에는 아버지의 말씀에 거부감을 드러내시는 경우가 가끔 있었습니다. 그때 주로 하신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곱게 하시지 왜 그렇게 '머퉁이'를 해요?"
더 거센 표현으로 가면, '멋싸니'라고도 하셨습니다.
아내는 머퉁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하는 서울 사람이지만, 아내에게 머퉁이를 했던 제 모습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하나님 앞에서 회개했습니다.
'머퉁이'는 '꾸지람, 핀잔'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입니다. 명사이므로 서술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다'를 붙입니다.
그 어원은 불분명하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퉁명'스러운 핀잔을 한다는 뜻의 '퉁'을 놓다, '퉁바리'를 놓다에서 유래되었으리라고 짐작합니다.
그러나 멋싸니라는 표현은 다른 곳에서는 듣거나 찾을 수 없던, 제 어머님의 속상함이 농축된 고유의 표현인 듯하지만, 주변 고향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간혹 그 표현을 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딴지를 걸거나 쓴소리 한다는 뜻의 '뭐라(고)하다'에서 파생된, '뭐라 하는 사나운 소리' 정도의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표현이든 핀잔 섞인 말을 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만, 감정계좌의 잔액이 충분한 경우는 늘 그런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시를 한 편 소개합니다.
퉁
송수권
벌교 참꼬막 집에 갔어요
꼬막 정식을 시켰지요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그리고 삶은 꼬막 한 접시가 올라왔어요
남도 시인, 손톱으로 잘도 까먹는데
저는 젓가락으로 공깃돌 놀이하듯 굴리고만 있었지요.
제삿날 밤 괴
꼬막 보듯 하는군! 퉁을 맞았지요
손톱이 없으면 밥 퍼먹는 숟가락 몽댕이를
참꼬막 똥구멍으로 밀어 넣어 확 비틀래요
그래서 저도- 확, 비틀었지요.
온 얼굴에 뻘물이 튀더라고요.
그쪽 말로 그 맛 한번 숭악하더라고요.
비열한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도 남도 시인- 이 맛을 두고 그늘이
있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그늘 있는 맛, 그늘 있는 소리, 그늘
있는 삶, 그늘이 있는 사람
그게 진짜 곰삭은 삶이래요
현대시란 책상물림으로 퍼즐게임 하는 거 아니래요
그건 고양이가 제삿날 밤 참꼬막을 깔 줄 모르니
앞발로 어르며 공깃돌놀이 하는 거래요
詩도 그늘 있는 詩를 쓰라고 또 퉁을 맞았지요
- 퉁(꾸지람): 퉁사리, 퉁사니 멋퉁이 등.
- 괴: 고양이.
- 숭악한 맛: 깊은 맛 (숭악=흉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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