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리시 주현동 45-6'
형과 저와 제 동생이 태어난 곳이고, 저희 여섯 남매들이 30년 동안 주로 장성한 집터의 주소입니다.
제법 너른 앞마당을 낀 한옥집이 이리역 폭발사고로 대부분을 도로 건설에 수용당한 후 겨우 1층 상가를 가진 2층집이 되었습니다.
90년대 들어 우성, 제일 아파트로 부모님의 거처는 바뀌었지만 메모를 확인해야 하는 낯선 아파트 주소와는 달리,
주현동 45는 꿈에서도 언제나 생생한 '우리 집' '본제입납(本第入納)' 주소였습니다.
아버지의 새 주소
전주 요양병원 침대 위에서 흐린 의식을 끝을 붙잡고 계시는 어머니를 뵙고 온 날이며, 먼저 소천하신 아버지 생각이 더욱 절실합니다.
아린 마음을 달래려 이런저런 글을 쓰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손 편지를 써봤습니다. 다음에 어머니를 뵐 때 읽어드릴 편지도 써 봅니다.
그리고 봉투에 넣어 밀봉하고 겉면에 내 이름 '본제입납'과 주현동 주소를 적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는 편지를 부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새 주소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
평생 그리스도 예수님과 동행하신 아버지의 영혼이 하늘나라에서 예수님 품에 안긴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시신을 고향 의과대학 병원에 기증한 후 아직 돌려받지 못했기에 아버지의 몸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아버지의 새 주소를 모르는 안타까움 속에서 아버지를 향한 이야기는 부치지 못한 채 쌓여갑니다.
그래도 어느 곳에 계시는지 잘 알고 있는 어머니를 향한 이야기는 더욱 많이 짓고 더욱 자주 전달할 것을 마음에 다짐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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