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현악기는 '조율'을 늘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이올린과 첼로는 그 구조가 비슷한데, 피치(pitch)를 크게 조정할 때는 peg라고 하는 좌우의 나사형 줄감개를 눌러주면서 돌려서 감거나 풀고, 미세 조정이 필요할 때는 fine tuner라고 하는 위쪽의 작은 나사를 시계방향으로 돌려 조이거나 풀어줍니다.
소리가 나오는 구멍인 f홀이 있는 쪽에는 브리지(bridge)가 있는데, 이를 수직으로 세워서 현을 팽팽하게 유지해 줍니다. 이 브리지도 접착제 없이 그저 세워져 있기 때문에 쓰러질 수도 있어서 적절하게 세워 현을 버티도록 조정(fitting)을 해주어야 합니다. 현의 장력을 크게 받아야 하는 첼로의 경우에도 악기의 칠이나 나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오일을 발라줄 뿐 접착제를 바르지는 않습니다.
우리 전통악기 중 대표적 현악기인 가야금은 머리 쪽에는 바이올린의 브리지처럼 줄을 몸통에서 적절한 높이로 띄우도록 받쳐주는 '현침(絃枕, nut)'이 있고 반대쪽인 꼬리 쪽에는 부들이 있어 줄을 당겨 양머리에 감아 놓습니다.
가야금에는 12개의 안족(雁足, 기러기 발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 각 현마다 있어, 현침 쪽으로 올리면 음이 높아지게 됩니다. 바이올린의 f홀에 해당하는 울림구멍은 가야금은 몸통의 아래쪽에 위치합니다. 거문고도 마찬가지로 기러기 발을 가지고 소리를 조율합니다. 괘(fret)이라고도 합니다.
대학교 동기 친구가 요즘 중앙일보에 한자어 사자성어를 새롭게 풀어주는 감동적인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좀 어려운 말이지만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는 말을 소재로 글을 썼습니다. '교주'는 '아교로 고정시키다'란 뜻이며 '고슬'은 '거문고를 연주하다'란 뜻입니다. 합해서 '거문고의 기러기 발을 아교로 고정하고서 연주한다'라는 말이 됩니다. 명주실로 만든 줄이 날씨에 따라 장력이 변하기 때문에 음의 피치를 유연하게 조정하기 위해서는 기러기 발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기러기 발을 아교로 붙여 놓았다는 것은 결국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적용 1. 일상적 삶에서
변화를 살피고 대응하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살피게 됩니다.
적용2. 교회 콰이어에서
우리는 각자 수십 년 동안 소리 내던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레이스 콰이어 내에서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휘자님의 지도에 음정과 박자뿐만 아니라 소리를 내는 방법까지 만들어져가고 있습니다. 아교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 된 소리를 위해 변화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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