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훨씬 넘겨 잠자리에 들었건만 다시 새벽에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피곤한 중에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의 단편이 생각힙니다.
할아버님은 제가 태어나고 바로 돌아가셨지만,
제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까지는, 지금은 도시가 되어버린 그 때 시골에는 할머님이 계셨습니다.
어쩌다 큰집(할머니 계신 곳)에 가면 잠자리가 설어 새벽에 잠을 깨곤 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석유 등잔불을 썼는데, 방 안에서 쓰는 것은 호롱불이라 했습니다.
호롱불은 외풍에 따라 흔들리며 잦아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듯이 커지곤 했습니다.
쪽진머리 풀어내리고 참빗질을 하시며 '성신이여~ 강림하사~' 찬송을 부르시던
할머니의 그림자도 함께 흔들리고 커지는 바람에,
새벽 소변 참아가며 실눈으로 지켜보던 어린 손자는 무섭기도 했습니다.
이어지는 '우리 오형제 육남매~' 새벽기도는 제 삶의 뿌리를 이루었습니다.
제가 이리 보고 싶은데, 우리 아버지는 할머님이 얼마나 그리울까요. 천국에서 다시 뵙기를 믿음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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