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얼굴에는 주름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마에는 큰 지렁이가 세 마리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 때는 제가 삐쩍 말랐기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얼굴이 동글이처럼 살졌을 때도 이마의 주름살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미간에는 아주 깊은 주름이 내천자를 긋고 있어서 '보톡스'를 심각하게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학교 때부터 나쁜 눈으로 무엇인가를 집중해서 보려 할 때 온 힘을 양미간에 주곤 했던 습관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장 절망적인 것은 양 눈가의 깊은 주름들입니다. 이 주름은 자주 실없이 웃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합니다. 웃을 때 분명히 생기는 깊은 주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웃는 습관 때문에 서먹서먹한 사이일 때도 제게 깊은 호감을 보이시는 성도들을 만난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주름으로 인한 손해보다 웃음으로 인한 이익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우리는 기쁘고 즐거울 때 웃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웃으면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저도 따라 해본 적이 있는데, 억지로 웃으면 긴장은 조금 완화되지만, 지속적인 기쁨은 별로 생기지 않습니다. 대입으로 고생하던 큰 아이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무척 기뻤고 맥없이 싱글싱글 웃고 다니게 되었던 즐거운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CS 루이스의 가장 유명한 책 중의 하나는 "기쁨의 하루"란 책입니다. CS 루이스는 기쁨에 대해 무척 깊은 묵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기쁨을 그저 '인간 마음 속의 현상일 뿐'이며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가 없다고 했습니다. 기쁨의 참된 가치는 그 기쁨이 갈망하는 대상에 기인한다고 말합니다.
너무 중요해서 다시 말씀드립니다.
기쁨은 인간 마음 속의 현상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가 없다.
기쁨의 참된 가치는 그 기쁨이 갈망하는 대상에 기인한다.
여기에 기뻐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똑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포커에서 대박이 났기 때문이고, 다른 한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된 진리의 기쁨으로 기뻐한다면, 그 들의 기쁨의 가치는 그들이 갈망하고 있는 대상 즉, 포커(노름)인가 진리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저는 눈가에 주름이 깊어지도록 무엇을 위해 웃었을까요?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때로는 비겁한 웃음을 짓느라 주름졌을까요, TV 개그를 보면서 웃다가 주름이 졌을까요? 아니면 양미간 내천자의 험한 인상을 순하게 하기 위해 과도하게 웃고 다니다 주름이 졌을까요? 어떤 기쁨이 그 동안 제 인생에 흘러 넘쳐서 이토록 깊게 주름지게 되었을까요? 혹시 작은 성공에 기뻐하면서, 범죄 수준의 일탈 속에서 열락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이 상하도록 마음껏 퍼붓고 만족해 웃다가 생긴 기쁨의 주름은 아닐까요?
그런데 (화제전환/장면전환), 여기에 한 앉은뱅이 거지가 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 성전 미문 앞에 앉아서 구걸을 하다가 오순절 성령강림 이후 그야말로 영빨(?)이 최고조에 있던 베드로와 요한에게 말을 걸게 됩니다. 목적은 '무언가를 얻을까 하여' 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은과 금은 내게 없으나, 내가 가진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어라!'하고 선포했고 그는 일어나 뛰며 걷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 최고의 것을 준비하고 계신데, 우리는 무엇이라도 얻어볼까 하는 거지 심정으로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새벽에 제 기도의 대부분은 어쩌면 무언가를 얻을까 해서 구걸하는 거지의 수준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제 삶의 구원과 창조주 하나님 안에서의 참된 기쁨을 주시고 싶어하시는데 말이죠.
제가 행복을 위해, 기쁨을 위해 하나님께 구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거기에 따라 제 마음 속의 현상에 불과한 기쁨의 가치가 달라진다면, 진짜 중요한 것을 하나님께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예수님은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더하시리라'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마무리하는 이 즈음...기도합니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 강북강변이 뻥 뚫리게 해주세요. ㅋ
'참을 수 없는 내 기쁨의 가벼움'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주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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