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의 교회에서 열린 서울 시향의 '우리 동네 음악회'
월요일(2014년 8월 11일) 저녁에는 서초역과 연결된 '사랑의 교회'당에서 서울시향의 찾아가는 연주회...'우리 동네 음악회'가 있었습니다. 이미 벌써부터 표가 매진되었고 서초구청의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건만, 결국은 표를 구하지 못한 채, 야근을 해야 했지만, 저녁식사 시간을 이용해 무턱대고 사랑의 교회로 찾아갔습니다. 입구를 지키는 젊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몇 번의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소용이 없어, 본당이 아닌 옆 hall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눈치 보기를 30분... 마침내 공연 시작 예정 시간이 5분 정도 지날 무렵, 들어와서 빈자리에 앉아도 좋다는 승낙을 받았습니다. 6000명을 수용한다는 사랑의 교회 서초 신성전이지만, 이미 좋은 자리는 만석... 음악회에 자주 가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변두리에 앉아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쪽의 난간 복도에 앉았습니다. Bueno Vista! 지휘자 정명훈은 물론 전 오케스트라가 한눈에 보이는 명당이었습니다.
첫 곡은 드뷔시의 바다 였습니다. La mer..라는 샹송도 있었지만... 서울필오케의 바다는 string파트의 활의 움직임 자체가 음악이었습니다. 2층에서 바라보는 교향악단은... 파도가 밀려올 때도 물러갈 때도... 잔잔한 파도일 때도 급격하고 잦은 파도일 때도, 텅킹을 할 때도 시청각의 공감각적 예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곡은 라벨의 '라 발스'였습니다. 발스는 왈츠란 뜻입니다. 흥겨운 12분의 연주가 끝났습니다.
멀리 2층에서 오케스트라를 바라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연주회장에서 연주도중에 돌아다녀 본 분은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는지 절감할 것입니다.ㅋ)
겨우 급한 일이 있는 지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어 오케스트라 바로 앞쪽에 앉았습니다. 멀리 2층에서 볼 때와, 옆에서 보는 연주의 감동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고개의 움직임과 머릿결의 움직임, 팔의 떨림과 활 움직임의 강약 등으로 인해 가슴 시리게 만드는 감동의 소용돌이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제1바이올린의 우혜경 선생의 연주가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제3악장만 들었지만... 아마도 비창 전곡은 약 50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예술을 넘어서서 체력전이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예술이 그냥 재미가 아님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2. 서울 뮤직 아카데미의 18회 정기 연주회 -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
초등학교/고등학교/대학교 동창인 김건화 군의 음악회에 갔습니다. 몇 해 만인지요. 정식으로 티켓팅을 해서 음악회를 가는 것이...
건화가 출연하기 전에 먼저 눈길을 끈 것은 Sull'aria... 두 소프라노가 주고받기도 하고 화음을 맞추기도 하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제 느낌에는 메조소프라노처럼 약간은 낮게 깔리는 노래였다고 생각했었는데, 건화 말대로 그냥 소프라노 2 중창곡이 맞네요. 두 여인... 즉 수잔나가 커버해야 할 음역대는 F4에서 B♭5까지고 백작부인은 D4에서 G5까지입니다. 즉 둘 다 소프라노네요.
Sull'aria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곡입니다. 이 오페라는 알마비바 백작의 하인 피가로와 하녀 수잔나의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것입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그리 순탄하지 않은데, 알마비바 백작은 수잔나를 좋아하고 피가로에겐 마르셀리나라는 가정부가 달라붙는 등의 다각관계가 이야기를 이끌기 때문입니다. 특히 알마비바는 집요하게 수잔나와 사귀기를 원하는데요, 이 곡은 알마비바 백작을 속여 그 바람둥이 버릇을 고치기 위해 알마비바 백작 부인과 수잔나가 모의한 후 알마비바 백작에게 가짜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 부르는 곡입니다. 수잔나도 알마비바 백작에게 반했다는 내용의 가짜 편지를 보내 알마비바 백작을 불러낸 후 백작부인이 수잔나로 변장해 그 현장을 덮치기 위한 것이죠. 그러고 보면 여자들의 속임수로 남자를 테스트하는 얘기를 어제부터 계속하게 됩니다. ㅎ
이 장면에서 백작부인은 내용을 구술해 수잔나에게 받아쓰게 하는데, 이 곡은 백작부인이 구술하고 수잔나가 그 말을 반복하면서 적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 원어를 전혀 이해 못 하는 우리가 보기에는 얼핏 노래를 서로 주고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군대 용어로 '복창'하는 것이었죠.
Sull'aria... 이 아름다운 곡은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나와서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다음으로 특징이 있었던 순서는... 두 명이 피아노를 함께 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두 대의 피아노에 각각 앉아서 동시에 피아노를 칠 수도 있지만...
이 날은 한 대의 피아노를 두 명이 함께 치는 방식이었습니다. 즉 1 piano for 4 hands입니다.
저는 본방은 못 봤지만, 이찬진 씨의 아내가 된 김희애 씨와 유아인이 나온 밀회에서
숨 막히는 설정 속에서 둘이 피아노를 치던 모습입니다.
김희애 씨의 '연기'를 보면서... 피아노를 어느 정도 치는지 모르지만 저렇게 '연기'를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생활 수준을 파악하겠다는 미명 하에 아이들의 가슴에 멍울을 남기는 야만적 행위를 학년초마다 하곤 했습니다. 바로... 집에 라디오 있는 사람, TV 있는 사람, 자가/전세/사글세, 아버지 직업 등을 손을 들게 해서 파악하는 것이었죠.
항상 기가 죽어 있던 제가 자신 있게 손을 들던 항목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집에 피아노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직 TV도 없던 1학년 때에도...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우리 집에는 피아노가 있었습니다. 부유해서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때 사범학교 밴드부에서 피아노, 클라리넷, 플루트 등을 배우셨던 아버지께서 부업으로 피아노 레슨을 하셔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생계형 피아노였던 것입니다. 늦게 난 아들들은 호되게 가르치시기가 너무 마음 아파서 젓가락 행진곡 밖에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대나무 뿌리로 손가락 등 쪽을 맞으며 눈물로 배운 누나들은 모두 상당한 수준의 피아노 실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유가 있는 방학이나 주말이 되면, 아버지와 누나 또는 누나들 간의 피아노 연탄곡 연주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탄곡은 대개 느리지 않기 때문에 평소의 예술적 곡들의 연습에 짜증을 내던 저도, 함께 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 연탄곡 스타일의 연주가 Piano for 4 hands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 동창 김건화 군이 나와서 역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더 이상 날지 못하리'... 를 불렀습니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장면 중에서, 살리에르가 헌납한 음악을 황제가 좋아하며 피아노로 연습해보는데 모차르트가 황제의 더듬거리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들어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황제가 모차르트에게 상황 설명을 하며 악보를 주면서 한번 연주해 보라고 하자
"아, 필요 없습니다, 벌써 다 외웠습니다" '아니, 한 번밖에 안 들었잖아?" "그래도, 다 압니다." "어디 해봐!"
그래서,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한번 연주하고는 "너무 재미가 없지요? 요렇게 하면 어떻습니까?"라면서
곡을 즉석에서 마음대로 변화시키면서 연주를 하자 살리에르는 못 믿겠다는 듯 놀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이렇게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다니!!"
이것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더 이상 날지 못하리" 멜로디의 기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 친구 김건화 군의 두 번째 곡은 슈만의 Stille Tränen (조용한 눈물)이었습니다. 바리톤 중에 껌 좀 씹는다는 사람들이 대개 즐겨 부르는 곡인 듯합니다. 김건화 군이 혼신을 다해 부른 이 곡은, 예전에는 본인이 부르다가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모두의 가슴을 정말 가라앉게 하기도 했고... 거기에서 깊은 슬픔을 심장 뻐근하게 느껴야 했으며, 그로 인한 카타르시스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건화의 그 내장 깊은 곳에서 구르는 듯한 아픔의 내뱉는 소리를 나누고 싶은데... 좋은데... 참 좋은데.... 그 방법이 없음에 안타깝습니다. 너무 슬픔에 공감되면 조용한 눈물마저 마른다는 것을 이번에 체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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