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날,
두 친구가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 친구가 뒤늦게 도착해서 막 가게로 들어서려는데,
술집 입구에서 꽃을 팔던 할머니가 다가왔다.
“신사양반, 꽃 좀 사줘요”
“이렇게 추운데 왜 꽃을 팔고 계세요?”
“우리 손녀가 아픈데 약값이 없어서
꽃을 팔아야만 손녀딸의 약을 살 수 있다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들은 그는, 할머니가 말씀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꽃을 샀다.
꽃을 들고 술집으로 들어서자,
친구가 꽃 장수 할머니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 그 꽃, 저 할머니한테서 샀지?”
“어떻게 알았어?”
“저 할머니 사기꾼이야.
저 할머니 저기에서 항상 손녀딸 아프다면서 꽃 팔거든?
그런데 저 할머니, 아예 손녀딸이 없어.”
그러자 속았다며 화를 낼 줄 알았던
그 친구의 표정이 환해졌다.
“정말? 진짜? 손녀가 없어?
그러면 저 할머니 손녀딸, 안 아픈 거네?
정말 다행이다! 친구야. 한잔 하자. 건배!”
어느 일본 CF이야기란다.
이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오랫동안 먹먹했다.
나를 포함한 대개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속았다고 생각하면 대부분 억울해 한다.
꽃을 할머니에게 도로 갖다 주고
꽃 값을 돌려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고 속의 주인공은
추운 겨울에 꽃을 파는 불쌍한 할머니에게 아픈 손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진심으로 행복했던 것이다.
관점을 바꾸면 우리의 삶은 이렇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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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2학년 때 신림동 술집이 많은
녹두거리 바로 옆골목에서 하숙을 했다.
토요일 오후,
교회 대학부 모임을 다녀오다가 하숙집 앞 골목을 서성이던 학생과 마주쳤다.
"저는 부산대 상대 2학년 학생인데요...
광장서적에서 책을 사러 서울에 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아는 사람도 없고 내려갈 차비 좀 빌려주실 수 없을까요?"
부드럽고 떨리는 경상도 사투리로
박홍립의 경제 원론을 들고 사정하는 그가 너무 안스러워 보였다.
내 방으로 뛰어 올라가
주일 헌금으로 준비했던 돈과 생활비로 찾아 놓았던 돈을 모두 모아,
책 살 돈까지 얹어서 상당한 돈을 가져다 주었다.
하나님께서 대학부 모임에서 찬양과 기도로 나를 준비시키셔서
저 불쌍한 사람을 돕도록 준비하셨구나...라며 좀 흥분했었다.
그는 참 착했다.
난 온라인통장번호만 적어 줬는데
굳이 하숙집 주소도 자기가 적고 하숙집 전화번호도 적어 갔다.
그리고...
감감무소식에 애만 태우던 나는
3주 후에 그 친구가 녹두거리에서 똑같은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
그 날도 교회에 다녀오던 길이어서
488번만 참아주고 또 걸리면 요절을 내려 했는데,
그 뒤로는 그 사람을 다시 보지 못했다.
문제는 나 자신의 어수룩함에 대한 자괴감과 분노였다.
그 쓴뿌리가 아주 오래, 어쩌면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
위에 소개한 CF얘기를 듣기까지....
아.........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자기를 마치 신의 자리에 놓고 이웃을 정죄하는 심판자 노릇 하지 말고,
신의 사랑을 입어 이웃에게 넉넉하게 너그러운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비로소 그 쓴뿌리를 뽑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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