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 김치를 좋아합니다, 여름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옛 어머님의 고생스런 모습 중의 하나는
더운 여름날 구시장 청과물 노상에서 열무를 몇 단 사셔서
그 열무단을 머리에 이고
반마당에서 주현동 언덕으로 올라오시던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손에는 김치에 넣을 몇가지 푸성귀가 함께 들리고...
열무단은 흘려 어깨까지 늘어져 얼굴을 간지럽히고...
이마에 흐르는 땀도 닦을 수 없어,
햇살은 따가워... 찡그린 모습의 어머님의 모습입니다.
그 날 저녁은 새로 담근 열무 김치에
시래기 된장국에 밥 말아 맛있게 먹곤 했지요.
강남 어느 골목 안에 있는 테이블 5개의 작은 만두집 하나를 단골 삼아
자주 가는 이유는 그 집의 열무 김치 맛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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