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한자의 영향으로 인해, 어떤 단어들은 순우리말인지 한자어인지 분간이 쉽게 가지 않을 때도 있다.
미련이 그렇다.
미련을 한자어로 어떻게 쓸까?
'미련'은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릴 정도로 매우 어리석고 둔함을 뜻하는 순우리말 명사다. 해당하는 한자어가 없다.
그러나 또한 '미련'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을 뜻하는 한자어다. '未練'이라 쓴다. 뒤의 練은 익힐 '련'자로서 어릴 때 학교에서 쓰던 '연습장' '단련장' 등에 사용하던 글자다.
나 어릴 적 노래 '오동잎'의 가수 최헌은 미련 때문에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혼자서' 걸었다고 노래했고,
약사 출신 가수 주현미도 미련, 미련 때문에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걸었다'고 노래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이렇게 깨끗이 잊지 못하고 생각이 끌리고 마음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인간적이라고 좋게 흘릴 수도 있으나 터무니 없이 어리석고 둔할 뿐임을 스스로도 안다.
순우리말과 한자어의 차이처럼 완전히 다른 두 의미의 미련과 미련(未練)이 동음이의어가 아니라 결국은 같은 뜻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I feel the fee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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