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를 가리켜 '큰 집을 작은 집으로 만드는 물건'이라고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바둑의 정석처럼, 거실에는 TV 맞은 편에 소파를 두고, 주방에는 식탁을 두고, 침실에는 침대를 둔다.
큰 마음도 먹고 목돈을 써서 겨우 하는 일은, 크지도 않은 아파트를 단숨에 작은 아파트로 만들어 버리고
사람이 통행하기에도 불편하다며 다시 훨씬 더 넓은 아파트를 꿈꾼다.
반면에,
어린 시절, 이리역 폭발사고로 인해 내가 태어나 자라난 한옥집을 떠나 양옥집으로 이사한 날의 충격적 기억으로 가구가 집을 크게 보이게 한 경험이 너무 생생하고 강렬하다.
새 거처가 멀지 않았기에 이사할 때 빠뜨린 물건이 없는 지 살피고 오라는 어머님 말씀을 듣고 옛 한옥집으로 갔다. 큰 방과 작은 방이 있었는데 농과 찬장이 빠져나간 큰 방은 결코 큰 방이 아니었고, 책상과 책장이 빠져나간 작은 방은 방이라고 보기 조차 민망한 작은 공간으로 보여서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우리 육남매가 어떻게 이 좁은 공간에서 살았을까...하는 놀라움이었다.
가구가 집을 좁게도 만들지만, 또 가구가 비워지면 방을 초라하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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