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약속이 도보 10분 거리여서 몇 명이 함께 걸어서 다녀왔다.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도 약해서 모두 따뜻하고 화사한 봄을 만끽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일기예보에서는 오후 3시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도저히 비 올 날씨가 아니네요."
여기저기에서 공감의 탄성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오후 5시경부터는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천둥이 으르렁대더니 이제는 많은 비가 쏟아진다. 4면 중의 2면이 대형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내 사무실은 마치 공중에 그대로 노출된 듯 폭풍우의 음향 속에 놓여 있다.
분명히 예상되고 예정된 일은, 한 때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들더라도 정해진 때가 되면 반드시 이루어지게 되는 법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온 세상이 벚꽃 화사한 상춘의 계절로 보이는 재수생에게도 11월의 수능은 반드시 닥쳐온다. 노후를 무시하고 그때그때의 소득을 모두 소비해버리는 사람에게도 노년은 반드시 닥쳐온다. 절대 들키지 않을 것 같은 범죄의 반복 후에는 뜨거운 후회를 불러일으키는 책임이 뒤따라 온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브리서 9장 27절)
신이 어디 있느냐며 자기 생각에 옳다고 생각되는 대로 마음대로 살 수 있지만, 죽음은 분명히 온다.
그리고 성경은 그 후에는 반드시 심판이 있다고 얘기한다.
이제 나이가 50도 훌쩍 넘었건만, 아직도 내게 있어 번개와 천둥과 거센 비는 심판과 죽음에 대한 경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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