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다보면... 어떤 때는 그 시절을 대표하는 대중가요나 가곡이 있기 마련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전방입소를 들어가는 차속에서 같은 반 강승준이 불렀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부를 때마다, 고민 끝에 입소버스에 올랐던 그 혼란의 시간이 떠 오른다.
'눈'이라는 가곡을 들을 때마다, 대학 2학년 겨울 방학 때 같은 하숙집에 있던 '합창단' 형이 아주 초창기의 '눈'을 복사해서 부르 던 기억이 생생해지며, 그 하숙집의 반 지하 방이 생각난다. 물론 그 곡 덕분에 자주 올랐던 관악산 기슭의 사람 다니지 않는 조용한 눈길도 함께 떠오르는 추억의 한 장면이다.
조하문의 '이 밤을 다시 한번'은, 논산훈련소에서 카투사 동기 중에 노래를 가장 잘 하던 친구가 장기자랑때마다 불렀던 곡인데, 나중에 은현교회에서 조하문씨와 성가대를 함께 하게 되었을 때도 논산훈련소가 자꾸 떠올라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는 꼭 '이밤을'을 '이 브아암을'로 부르곤 했다.
2. 이태원의 그대
전방입소를 마치고 돌아오늘 길에 버스 안에서 들은 방송에서 이태원씨의 '그대'라는 곡이 우연히 흘러 나왔고, 그 곡은 내 감성을 사로 잡았다. 마침, 전방입소 직후에 사귀던 여학생과 이별하게 되면서, 그 곡은 내 상실의 아픔을 많이 달래주게 되었다. 그 때는 자운 연꽃 인지 자운영꽃인지도 모른 채 사랑했던 그 곡의 가사를 적어본다. (이태원씨의 노래를 듣고 싶은 분은 아래 그림을 클릭하면 들을 수 있도록 연결해 놓았다. 지금은...)
그대 아름다운 얼굴에 슬픈 미소 짓지 말아요
그대 사랑하는 이 마음 언제라도 있지요
그대 아름다운 마음에 슬픈 추억 갖지 말아요
그대 좋아하는 이 마음 언제라도 있지요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 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띠를 두르고
스스로 닦아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배로 다시 고이는 힘 잎파리도 되고
실팍한 줄기도 되고 아 -
한몫의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인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 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입니까
이노리 나무 정수리에 낭낭걸린 노래 한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 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네가 내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 오는 길
그대와 나는 내리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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