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과 컴퓨터에서의 어떤 작업과 관련하여 긴 통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더욱 아버지 곁에 살고 있지 못함이 죄송하기도 하고,
언제라도 안부를 여쭙고 여러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아버지의 건재함으로 인해 가슴 벅찬 감사함도 갖게 됩니다.
이제 정년퇴임하신 지도 오래 되셨지만,
제 아버지는 반백년이 되는 긴 세월동안 교편을 잡으셨습니다.
항상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 일 중의 하나는,
아버지께서는 비오는 날을 소풍날로 잡으신 적이 그 긴 세월 중에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말씀이 항상 제게 큰 가르침이 됩니다. 왜냐구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시죠.
제 아버지는 지난 수십년간 교회의 장로님이십니다.
매일 새벽에 어머님과 함께 기도회에 나가십니다. 많은 기도의 응답을 받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지금까지 내가 잡은 소풍날 중에,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서 하나님이 들어주지 않으신 날이 거의 없었다.'고 자랑하신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어쩌면, 비가 안 올 날을 잘 선택할 수 있도록 기도하셨을 수는 있으나, 아버지께서 임의로 날을 잡고 그 날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 적은 없으신 것입니다. 화창한 날을 주시든, 비궂은 날을 주시든, 그것은 하나님께서 결정하시는 일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학교 소풍을 위해 비를 멈추게 할 성격이 아닌 것이죠.
저도 요즘은 일주일에 4일 이상 새벽기도회에 갑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정한 일을 하나님께서 이루어 주시도록 기도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잘 깨닫고 (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나를 하나님의 뜻에 맞추어 순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기도는 매우 드뭅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필요론적 신관과 목적론적 신관으로 나누어보면 너무 분명하게 필요론적 신관에 얽매여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제 제 기도도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아침QT의 글과 아버지와의 전화 등이 섞여서 회개하는 마음이 생겨 몇 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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