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몇 해 전에 가까운 친지에게 배포하실 목적으로 한정판으로 내신 책의 제목이 '완주필경'입니다. 이 책은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서 일상적인 인사만 하고 끊은 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할 때 아버지와의 좀더 깊은 대화를 하기 위해 읽기도 하고, 차마 아버지께 회사에서 일어난 속상한 상황을 상세히 말씀드리기 어려울 때 '아버지는 어떻게 하셨었을까...'하는 마음으로 이 곳 저 곳 뒤적이며 읽기도 하느라, 책상에 앉아서 바로 손을 뻗을 곳에 항상 두고 읽고 있습니다. 성경책 바로 아래에 있죠.
그 책의 아버지의 글 중에서 오늘 제 가슴에 쉐마처럼 다가온 쪽글입니다. 제게도 그 분을 알게 되어서 내 사회생활이 의미있게 되었다...하는 고마운 분이 있습니다. 평생의 멘토죠. 또 한국군 훈련병 시절에 이유 없이 제게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 주신 분을 항상 마음 속 깊이 고마워 하고 있습니다. 그 두 분이 전부가 아닙니다. 예쁜 딸을 고이 키워 제게 주신 저희 장인 어른께 대한 마음은 고마움을 넘어 깊은 사랑이 된 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께 저는 한 번도 제대로 '복음의 씨앗'을 뿌린 적이 없습니다. 한 분은 천주교회를 다니시고 다른 분은 무교이셨으며 마지막 분은 교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계시지만, 그 분들을 혹시 하늘나라에서 뵙지 못하면 슬픔 없는 하늘나라에서조차 제게 무척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라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 고마운 분들과의 관계가 서먹해지는 것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버지의 글을 다시 읽으며, 아버지께서 겪으셨던 그 우정과 회한을 온몸으로 느끼며, 새로운 결단을 해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복음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결심입니다.
내 숙부같고, 형님같고, 진정 아버지인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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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라면 좋겠더라.
글쓴이 : 완주 김용균
“그 친구 내 아들이라면 좋겠더라!”나들이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께서 마루 끝에 걸터앉으시며 누구에게랄 것 없이 혼잣말처럼 하신 말씀입니다. 사연인즉, 시내에서 돌아오시는 밤길에서 K선생을 만나 길동무삼아 걸으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말씨나 태도가 예의바르고 겸손하며 그 언행이 양반집 자식다웠고, 정치 문화 경제 교육 사회의 다방면에 식견이 밝아서 아버지의 둘째아들을 삼고 싶더라는 말씀이셨습니다.
K선생은,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하였고 군대에서 대위(大尉)로 제대한 후에 교직에 종사하며, 뚜렷한 교육관을 바탕으로 어린이교육에 지성으로 헌신하는 유능한 교사로 소문이 자자하였으나 나는 길을 오가며 우연히 만나면 가볍게 목례를 나눌 뿐 깊은 교제를 갖지 못하다가, 마침내 나도 그분이 근무하는 P학교에 교감으로 전임케 되어 좋은 분과 깊이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왔노라고 기뻐하였지만 그분역시 S학교로 떠나 만날 길이 어긋나고 말았고, 그 이후로는 시도(市道) 교육연구발표회 때나 중앙교육연구발표대회 자리에서 만나 서로 조언을 나누기도 하면서 각별한 우정을 가지고 지내는 터였습니다.
어느 날 그 분은 문교부지정연구학교인 K학교 연구주임으로 발탁되었고, 얼마 후에 B학교교감으로 있던 나도 K학교교감으로 전임되어서 드디어 그리던 K선생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인사의 철도 아닌데 뜻밖의 인사발령이 된 것은 문교부지정연구발표를 앞두고 교감자리의 보강이 절실하게 요구될 때에 교육청에서는 연구실무자인 K선생의 특청(特請)을 받아들여 전략적(戰略的)으로 인사발령을 했던 것입니다. K선생과 머리를 맞대고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밤을 지새워 연구에 몰두하면서 성취의 기쁨과 좌절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정렬을 불태웠습니다. 풀 한포기 나무한그루 돌멩이하나까지 손수 옮겨가며 강당을 짓고 분수대를 만들었으며 조류(鳥類)원, 조각(彫刻)동물원, 식물원, 수중관찰학습원, 향토학습원과 왜성사과농장을 만들고 정원을 아름답게 꾸몄으며, 전교직원이 새 교육과정운영 전문요원(專門要員)이 되어서 문교부지정시범연구발표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네 덕이요”하며 공은 서로에게 돌리고 “내 탓이요”하며 허물은 스스로가 뒤집어쓰며, 보고 가는 학교를 만드노라고 온갖 정성을 쏟아서 일하던 어느 날 그가 진안교육청관내 J학교교감으로 승진되어 갔고 며칠 뒤에 나 또한 순창교육청관내 B학교교장으로 나가서 서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산골학교교감으로 있던 K선생이 옥구교육청장학사로 발탁된 소식을 듣고 용이 비구름을 만난 것같이 연구통의 그가 드디어 적재적소(適材適所)로 자리 잡게 되었음을 기뻐하며 교룡득운우(蛟龍得雲雨)란 축하의 글씨 한 폭을 써 보냈는데, 나도 또한 그가 가있는 옥구교육청장학사로 자리를 옮겨서 그와 또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장학업무를 담당하고 나는 인사업무를 담당하여 쌍벽을 이루며 선구적인 교육을 이룩하기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배타성(排他性)이 강한 지역사회에서 출신학교와 출신지역이 다른 우리들로서 이겨나가기 힘든 때도 있었지만 지성으로 섬길 때에 그분들의 절대적인 인정을 받고 따뜻한 격려와 호응 속에서 기대하는 장학의 목표를 이룰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평소의 과중(過重)한 업무와 불규칙적인 식생활이 탈이 되었는지 몸이 많이 상하여 종내(終乃)에는 위암의 선고를 받고 수술하였으며 장기간 요양하게 되었고 때마침 돌풍처럼 거세게 불어온 공무원정화바람에 휘말려서 그도 피할 수 없이 의원면직(依願免職)의 쓴맛을 보게 되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며 단장(斷腸)의 아픔이었습니다.
그가 완치의 소망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눈물겨운 투병생활(鬪病生活)에 임한결과 병세가 기적적으로 완쾌되었고, 마침 교사특채(特採)의 기회가 있어서 K선생은 이리교육청관내 H학교교사로 복직하였으며 그다음 인사철에 교감으로 승진하여 옥구교육장의 특별내신에 의하여 관내의 도지정연구학교인 D학교교감으로 발탁되어서 가진바 역량을 십분 발휘하였으며 그의 명성을 회복함에 이르렀으나, 인사업무실무자로서 그의 의원면직(依願免職)에 직접간접으로 하수인(下手人0노릇을 한 나는 늘 마음이 편치 못하였고 보상(補償)이라도 하듯 그의 뒷바라지를 하노라고 애를 써보았습니다. 그 뒤에 내가 장학사에서 교장으로 전직하여 이리교육청관내 Y학교교장을 거쳐서 T학교교장으로 있을 때, K선생역시 교육연구원연구사를 거쳐서 이리교육청관내 D학교교장으로 전임되어 와서 다시 만난 그와 나는 초등교육의 개혁을 이루는데 마지막기회로 삼아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가진바 정열(情熱)을 함께 쏟아 붓다가 물러설 때가되어 교육자동지여러분과 학부모들과 어린이들을 뒤로한 채 흔연히 정년퇴임의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밟았습니다.
지난날에 써두었던 연구논문의 원고도 정리하고 못다 읽은 고전도 뒤적이며 그동안 관심을 갖지 못했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테니스모임에도 나가던 나는, 자식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받았던 건강정밀검진에서 협심증과 C형간염환자란 진단이 내려서 시술을 받고 복약하며 요양하던 중에, 전주사범학교동기모임에서 우연히 K선생의 병원입원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원광대학교부속병원에 찾아가보았지만 그 병원에서는 이미 퇴원한 뒤였고 자택에 가보아도 만날 수가 없어서 어물어물하다가 급기야는 뒤늦게 부음을 접하고야 말았습니다. 참 좋은 친구,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친구, 사리(事理)에 밝고 거짓이 없으며 그릇됨과 타협하지 않는 친구, 예절바르고 언행심사가 고와서 누구나가 즐겨 따르던 좋은 분이었는데 아깝게도 천수(天壽)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분을 떠나보내고 더더욱 애석하고 안타까운 것은, 생전에 그에게 천국복음을 전하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보낸 일입니다. 워낙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분이었기에 만일 거절당하면 어찌할까? 그로 인하여 우정에 금이 가면 어찌할까? 염려가 앞서던 나의 우유부단한 성격 탓으로 주저주저하다가 그만 전도의 시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떠나갔더라면 그를 아들같이 좋게 여기시던 내 아버지를 저 천국에서 만났을 것이며, 後日에 생명그칠 때 나또한 분명히 다시 만나 주님의 품안에서 함께 영생복락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참으로 후회스럽기 그지없어 회한의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뒷일은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고서 그가 받든 말든 일단은 복음의 씨앗을 뿌렸어야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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