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시인의 아름다운 시 하나를 소개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룸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코모레비 (木漏れ日、こもれび, komorebi)
일본어 표현에는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태양'이라는 뜻의 코모레비가 있습니다.
영어로 뜻풀이를 'sunlight that filters through the leaves of trees' 합니다.
영어로는 'dappled sunshine'이라고도 합니다.
따뜻하고 행복하던 어린 시절의 엄마 품에서 느끼던 감정을 되찾게 하는 표현입니다.
영화 Perfect Days에서 나온 표현이기도 합니다.
윤슬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경험하면서도 그것을 언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처럼, '윤슬'이라는 단어도 제게는 그러했습니다.
해안 도로를 드라이빙할 때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찾은 단어가 '윤슬'이었습니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란 뜻입니다.
영어로는 sun sparkle 또는 sun glitter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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