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오래된 차 브랜드 같지만, 사실은 2008년생 싱가포르 로컬 브랜드?”
고급 티 브랜드 TWG TEA는 전 세계적으로 무척 유명한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에 가면 많은 분들이 선물용으로 꼭 사오시는 차이기도 하고, 노란색 바탕에 ‘1837’이 크게 적힌 로고가 워낙 눈에 띄죠.
저는 개인적으로 1991년에 싱가포르에서 약 3개월간 교육을 받기도 했고, 그 이후로도 매우 빈번하게 싱가포르에 업무차 출장을 다녔지만 어느날 갑자기 부각된 TWG 브랜드가 제게는 낯설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차 브랜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TWG는 2008년에 설립된 싱가포르 브랜드랍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이미지가 생겨났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브랜드 이미지 vs. 브랜드 아이덴티티
● 소비자는 ‘오랜 전통의 유럽 브랜드’로 인식
TWG TEA의 로고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눈에 띕니다.
- “1837”이라는 연도가 크게 쓰여 있음.
- 고풍스러운 서체(Serif 폰트) 사용.
- “The Finest Teas of the World”와 “Grands Crus Prestige” 같은 문구 삽입.
이렇듯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조성해, 마치 180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럽의 전통 차 브랜드처럼 보입니다.
● 실제 정체: 2008년 설립 ‘싱가포르 로컬 브랜드’
그러나 진짜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릅니다.
- TWG는 2008년, 싱가포르 라이프스타일 회사인 The Wellness Group(TWG)의 자회사로 출범.
- “1837”은 브랜드 창립 연도가 아니라, 싱가포르 상공회의소 설립 연도를 기념하기 위한 숫자.
- 창립자는 Manoj M. Murjani(인도계 홍콩인), 티 소믈리에 Taha Bouqdib(프랑스계 모로코인) 부부로, 유럽 브랜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즉, TWG = The Wellness Group의 약자이며, “1837”이라는 연도가 준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는 사실상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2. 어떻게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을까?
● 유럽풍 티 살롱 콘셉트
TWG TEA는 창립 초기부터 ‘유럽식 티 살롱 & 부티크’를 지향했습니다. 프랑스의 전통 티 살롱 브랜드인 Mariage Frères를 벤치마킹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죠.
- 매장에 황동 저울을 시그니처 장식으로 두고,
- 이탈리아산 대리석으로 바닥을 깔며,
- 고급 목제 장식장을 설치해,
- 전체적으로 ‘프랑스풍 티 부티크’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 독특하고 다양한 제품 라인업
TWG TEA는 차를 단순히 따뜻한 음료가 아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로 포지셔닝했습니다.
- 무려 800여 종이 넘는 찻잎 블렌딩을 선보이며,
- 차 맛 초콜릿, 젤리, 아이스크림, 셔벳, 향초 등으로 영역을 확장.
이 과정에서 “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고,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티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3. 빠르게 전 세계로 뻗어나가다
● 해외 진출 & 항공사 협업
TWG TEA는 설립 다음 해인 2009년에 뉴욕에 매장을 오픈했고, 그 후로는 도쿄(2010년), 홍콩(2011년) 등 세계 각지에 진출했습니다.
싱가포르 항공 역시 2009년부터 기내식으로 TWG 차를 제공, 세계인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 동남아 여행 필수 쇼핑 아이템
싱가포르 등 동남아 여행 시 ‘선물용 고급 차’로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에게 “TWG=어떤 특별한 날 선물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굳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럭셔리하면서도 대중적인 고급 티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죠.
4. 상표권 분쟁, 그리고 ‘TEA WG’
● 홍콩 시장에서의 소송
TWG TEA가 승승장구하던 중, 홍콩 진출(2011년) 직후 상표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 홍콩에는 이미 **1932년부터 ‘TWG’**라는 약어를 써온 Tsit Wing Group이 존재.
- Tsit Wing Group이 TWG TEA를 상표권 침해로 고소해 승소.
결국 TWG는 **홍콩에서만 ‘TEA WG’**라는 명칭으로 브랜드명을 바꿔야 했습니다.
5. 소유권 분쟁과 현재 TWG 주인
● 창업자 간 소송전
TWG를 공동 창업했던 Manoj M. Murjani와 Taha Bouqdib 부부는 2014년에 소유권 문제로 법적 분쟁을 벌이게 됩니다.
소송 끝에,
- Murjani와 모회사 The Wellness Group은 회사를 떠나고,
- Bouqdib 부부가 TWG TEA의 소유권을 가져갑니다.
- 회사 이름도 The Wellness Group에서 The Wellbeing Group으로 변경.
즉, 현재 TWG TEA는 Taha Bouqdib 부부가 이끌고 있으며, 법인명조차 유사하게 바뀌었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6. 마무리: TWG가 주는 교훈
TWG TEA는 브랜딩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로고와 숫자(1837)만으로 “유럽 전통 차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
- 사실은 싱가포르에서 2008년에 생겨난 비교적 젊은 브랜드.
이처럼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가 불일치해도, 전략에 따라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각종 소송과 분쟁도 뒤따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누리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TWG TEA는 2008년 싱가포르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1837년부터 이어진 유럽 전통 차 브랜드’라는 인식은 사실 잘 짜인 마케팅 전략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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