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사전의료의향서)
나는 지금 이 글을 통해, 내 삶이 마지막으로 향하거나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받게 될 의료 행위 및 돌봄 방식에 대한 내 희망과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가족과 의료진, 그리고 나를 돌봐주는 모든 분들이 내가 남긴 뜻을 존중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
- 생명을 단순히 연장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편안하고 존엄한 상태에서, 예수님 품에 안기기 전 이 땅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 나 스스로 말을 하거나 결정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도, 여기에 적는 내 의향이 최대한 존중되길 바랍니다. 가족과 의료진이 충분히 대화하고 고민하여, 내가 추구했던 가치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려주시길 당부합니다.
콧줄(비위관) 삽입 및 인공영양에 대한 의사
- 나는 병이 악화되어 구강으로 식사를 전혀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콧줄(비위관)이나 위루관(PEG)을 삽입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 특히,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오랜 기간 콧줄로만 영양 공급을 받으며 생존을 이어가는 상황은 피하고 싶습니다. 그보다는, 설령 내 여명이 짧아지더라도, 가능한 한 내 몸에 추가적인 불편과 고통을 최소화하며 마지막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 다만 일시적인 재활 가능성이 있고, 짧은 기간 콧줄을 통해 근육이나 연하 기능을 회복해 다시 구강 섭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있을 경우에는, 내 주치의와 가족이 충분히 논의해 결정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 기간이 6개월을 넘기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
- 심폐소생술(CPR), 인공호흡기, 지속적 투석 등과 같은 연명치료 또한 내 질환이 말기·임종기로 접어들어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시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만약 연명치료 없이도 내가 자연스럽게 숨을 거두는 과정을 맞이할 수 있는 시점이라면, 의료진이 필요 이상으로 인위적인 장치를 부착하여 고통을 연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증상 완화(통증 조절, 호흡 곤란 완화 등)를 위한 의학적 처치는 끝까지 적극적으로 시행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편안함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 주십시오.
수액 및 영양제에 대한 생각
- 임종이 임박한 시점이나, 내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식사나 수분 섭취가 어려울 경우, 과도한 수액 투여나 영양제 공급은 최소화하기를 부탁드립니다.
- 그러나 탈수로 인한 불편감이나 통증을 줄여주기 위한 수준의 수액이나 간헐적인 영양 공급은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 통증 조절, 구강 청결, 보습 등 작은 부분이라도 나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돌봄에 집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적·정서적 사랑에 대한 바람
- 내가 더 이상 먹지 못하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되더라도, 의료진과 가족이 대화나 손길, 음악(특히 찬송가), 촉감, 향기 등 다른 방식으로 나에게 다가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아래 첨부한 찬양은 제가 휴대폰 벨소리로도 늘 듣고 있는 곡입니다. 이 노래를 부탁합니다. https://youtu.be/_Mf0f06I0tE?si=jSkHsIaAwVGFTmiw)
- “먹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공동체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과 사랑, 환대를 베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 내 주위에 있는 분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이와 같은 사랑 속에서 외롭지 않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기타
- 내가 남긴 이 의향서·유서는 법적 문서가 아닐지라도 내 의지와 소망을 담은 기록입니다. 의료진과 가족, 돌봄 제공자 모두가 이 글의 의미를 깊이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혹여 내가 주변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이 문서가 내 목소리를 대신한다고 여겨주십시오.
-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신뢰하는 의료진이 죄책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에게 가장 좋은 길”을 함께 고민하고 선택해 주기를 바라며, 그 결정이 내 뜻과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나는 누구든 반드시 맞이하게 되는 생의 마지막을, 예수님 품에 안기게 되는 그 직전의 시간을, 지나친 의료적 개입 없이 따뜻하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내고 싶습니다.
그 여정의 끝자락에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서로 작별을 나누고, 남은 시간이 길든 짧든 함께 웃고 울면서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 유서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2025년 3월 3일 (아버지를 여읜 지 만 3년이 지났고 어머니의 임종을 준비하라는 병원 측의 연락을 들은 매우 가슴 아픈 시간에)
- 작성자: 김은생 (金殷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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