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Matcha), 텐차(Tencha), 일반 녹차(Sencha, Bancha)
텐차 (Tencha)는 말차의 원료가 되는 차엽입니다.
수확 20~30일 전부터 차나무에 차광막(햇빛 차단)을 설치하여 햇빛을 차단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엽록소 증가, 아미노산 풍부, 쓴맛 감소 등 효과가 생깁니다. 가공은 찌는(증제) 방식 후, 비벼 말리는 과정 없이 납작하게 건조합니다(잎이 깨끗한 편). 갈아서 말차로 만들기 전의 상태입니다.
말차 (Matcha)는 텐차를 맷돌 등으로 곱게 간 가루 상태의 차입니다. 곱디고운 녹색 가루 형태이며, 가루를 뜨거운 물에 풀어 우려내는 것이 아니라, 물과 함께 마시는 방식으로 음용합니다. 감칠맛(우마미), 단맛, 쌉쌀함의 조화. 고급일수록 쓴맛 적고 부드럽습니다. 차 도구로 점차(抹茶)로 마시거나, 말차 라떼, 말차 디저트 등으로 활용합니다.
'점차(點茶)'란 차를 물에 점점이 풀어낸다는 뜻으로 곱게 간 가루차(말차)를 뜨거운 물에 풀어 마시는 행위를 뜻합니다. 중국에서는 송나라 때 소동파 등이 이 방식으로 차를 즐기며 예술과 차를 통합했고, 12세기 일본으로 전파되어 말차+점차+불교수행이 결합된 일본 다도의 뿌리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녹차(Sencha, Bancha 등) 특히 센차(煎茶)는 햇빛을 받으며 자라서 쓴맛이 강하고 향이 밝습니다. 센차는 수확 후 찐 뒤, 비비고 말리는 과정을 거치며 잎 뿐만 아니라 줄기나 줄기 섬유질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녹차는 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서 마시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抹茶 (Matcha) 가루차 : 그늘에서 키운 차잎을 곱게 갈아낸 가루차. 차도(茶道)에서 사용됨
碾茶 (Tencha) 맷돌차 : 말차의 원료가 되는 찻잎. 찐 후 비비지 않고 건조함
番茶 (Bancha) 일반차 : 수확 시기가 늦거나 품질이 낮은 잎으로 만든 일상용 차
점차와 와비사비(侘寂) 정신
"와비사비(侘寂, Wabi-Sabi)"는 일본의 전통 미학을 대표하는 철학 개념으로, 불완전함, 덧없음, 자연스러움 속의 아름다움을 중시합니다. 단순한 디자인 개념을 넘어, 삶의 태도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까지 포괄하는 깊은 정신입니다.
- 와비(侘) 외로울 와 - 고요함 검소하고 소박한 삶의 미덕, 의도된 불편함 속의 정적
- 사비 (寂) 고요할 적 - 쓸쓸함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오는 노화, 쇠퇴, 침묵의 아름다움
결국, 와비사비는 완전하지 않고, 오래되고, 소박한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이로부터 다도, 도자기, 정원, 하이쿠 등의 일본 문화 전반에 적용되었습니다.
와비사비는 단순히 "낡은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유한한 삶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는 순간,
즉 "시간이 흐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여는 감정입니다.
예를 들어, 금이 간 찻잔을 볼 때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기억을 느낀다. 빛 바랜 나무 기둥에서 삶의 흔적을 본다. 떨어지는 낙엽에서 덧없는 아름다움을 본다....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이끼 낀 오래된 돌담을 지날 때, 빛바랜 사진첩을 펼쳐볼 때, 찢어진 종이와 닳은 책 모서리 등에서 와비사비 감성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이 차를 물에 풀어내어 음용하는 행위에 적용된 것입니다.
중국차, 일본차, 인도차
중국차는 발효 단계별 다양성과 숙성 문화 중심이며, 일본차는 의식과 정제미, 우마미 중심의 녹차입니다.
반면에 인도차는 강한 풍미와 대중성, 사교 문화 중심의 홍차가 주종을 이룹니다.
우롱차(烏龍茶, Oolong tea)
우롱차는 부분 발효차(10~80%), 즉 홍차와 녹차의 중간에 위치하는 독특한 차로, 중국의 복건성(福建省, 푸첸)과 대만이 대표 산지입니다.
- 동정우롱(凍頂烏龍茶) : 대만 남투. 약발효 (~20%), 은은한 꽃향, 부드러운 감칠맛
- 철관음(鐵觀音) : 복건성 안계. 중발효 (~30%), 묵직한 꽃향과 달콤함, 중국 10대 명차
- 수선(水仙) : 복건 무이산. 중~강발효, 강한 나무향과 구수함
- 대홍포(大紅袍) : 무이산. 강발효 (~60%), 로스팅 강함, 진하고 깊은 맛
- 봉황단총(鳳凰單欉) : 광동성 조우. 발효도 다양, 복숭아·꿀·망고향 등 향미 계열 풍부
대만에서는 알리산 고산우롱, 금선(金萱), 문산포종(文山包種) 등이 대표적입니다.
발효도는 다음 순서로 높아집니다. 문산포종 → 동정우롱 → 철관음 → 수선 → 대홍포
푸얼차(普洱茶, Pu-erh tea)
푸얼차는 중국 운남성(雲南省)에서 생산되며, 후발효차(후숙차)로서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지는 ‘숙성형 빈티지 차’입니다.
- 생차 (生茶) : 가공 후 발효 없이 자연 숙성. 맛이 예민하고 청량. 10년 이상 숙성되면 부드러움 증가
- 숙차 (熟茶) : 인위적으로 습도+온도로 발효 촉진 (인공 후발효). 맛이 진하고 구수. 1~2년 후 마시기 적합
저장은 20도 이상의 온도와 60% 이상의 어느 정도 습도가 있는 상온에서 직사광선을 피해 저장하는데, 보통은 종이 포장 상태 그대로, 대나무 통 또는 상자에 넣어 보관합니다. 20년 이상 보관하면 고가의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차의 기원과 확산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2737년경, 중국 신농(神農) 황제가 끓인 물에 우연히 찻잎이 떨어지며 차의 시작이 되었다고 전해지지만, 고고학적 증거와 문헌은 기원전 2세기 삼국시대에 이미 차를 마시는 문화가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은 8세기에 당나라 유학僧이 차를 전파했으며, 한국은 통일신라 말~고려 때 승려 중심으로 불교와 함께 전파되었습니다.
남아시아 즉, 인도, 스리랑카에는 17~19세기, 영국이 인도 식민 통치하면서 차를 본격 재배하기 시작했으며 1830년대 영국은 중국과의 무역 의존을 줄이기 위해 인도 북동부 아삼 지역에 야생차 발견 후 본격 재배를 시작했고, 이어서 다르질링(1840s), 닐기리 지역(1860s) 등으로 확산했습니다. 스리랑카는 원래 커피 농장이었으나, 병충해로 붕괴되자 1870년대부터 차로 대체했습니다.
러시아는 17세기, 실크로드 통해 중국으로부터 수입했으며 삼오바르(Samovar)로 끓이는 러시아식 다기가 발달했고, 이슬람권은 무역로를 따라 퍼져서 터키·이란의 차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유럽은 17세기, 네덜란드·영국 상인들이 중국 홍차를 수입했으며, 18세기 영국 왕실 중심 애프터눈 티 문화가 확립되었습니다.
아프리카는 케냐, 말라위 등 영국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지역이 20세기부터 차 재배지로 성장해서 현재 케냐는 세계 3위의 홍차 수출국이며, 남미 일부 지역(아르헨티나 등)도 최근에는 차 재배를 시작하였습니다.
차는 처음에는 해열, 해독, 소화 등 약용으로 활용되었고, 향신료와 함께 고부가가치 무역 상품으로 유럽·이슬람 상인들의 선호 대상이 되었으며, 영국은 인도·스리랑카에 차 산업을 이식하여 중국 의존 탈피를 시도하였습니다.
서양에서의 차 소비 트렌드는 변화되었습니다.
18~19세기 영국 초기 수입은 대부분 중국 녹차 (Gunpowder Green, Hyson 등)였습니다. 귀족층의 고급 취향으로 녹차 소비가 활발했으나, 19세기 후반에는 홍차로 전환되었습니다. 발효된 홍차는 보존성이 뛰어나 장거리 수송에 적합 했고 인도·스리랑카 식민지에서 홍차 대량 생산 가능해지며 수입 구조가 변화하였습니다.
차 이름 및 발음에 대하여
중국의 ‘茶’ 발음은 cha와 te가 공존했습니다. 북부 중국과 광동지역에서는 cha로 발음했으나, 복건성의 푸젠어/민남어는 te(de)로 발음했습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VOC)는 중국과 교역하면서 복건성의 항구 도시에서 활동했는데, 암호이(Amoy, 지금의 샤먼 Xiamen)의 민남 방언에서 차를 "te" 또는 "tay"로 발음했기에, 네덜란드 상인들이 이 발음을 자국어인 "thee" (테이)로 기록했고, 영국에서는 tea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페르시아, 러시아, 아랍권이나 힌디어에서는 cha 계열이 퍼져 chai, cha 등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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