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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여기 전세 냈어?

Others/이것 저것 2021. 10. 4.

뚜렷한 임자가 없는 공공 장소 등에서 자리 다툼을 하다 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볼멘소리가 '당신이 여기 전세 냈어?'이다. '그래 전세 냈다. 어쩔래?' 하고 맞대응하는 사람도 대개 허세일 뿐이지만, 진짜 전세 냈다면 굴복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런 관점에서 전세의 '전'자가 '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국어사전을 찾아 보니 '傳'임에 무척 놀랐다. 아직 이해는 하지 못한다.

돈이 오가는 다양한 거래에서 갑을(甲乙) 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집주인이 갑일까, 현금을 제공하는 세입자가 갑일까? 지금은 전세금이 치솟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우월한 관계에 있으나, 원래 전세의 유래를 따라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때는 토지 소유자가 돈이 필요해 땅과 그 사용권을 '저당'잡히고 돈을 융통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금제공자가 사금융업자로서 갑의 위치에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요즘 전세자금 대출을 옥죄면서 전세의 월세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고도 진척이 느린 가운데 내가 20년 넘게 실거주한 아파트는 전세로 내주고 웃돈을 얹어 넓은 평수에 전세로 들어온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내년 전세 만기를 앞두고, 내 아파트의 세입자인 새댁네가 은행과의 전세자금 대출계약 갱신을 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게 되지는 않을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인이 전세금을 어떻게 요청할 지 모르는 가운데, 전세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 반면에 회사에서 야외 모임을 위해 관광버스를 전세 내어 사용하는 경우의 전세는 '專貰' 즉 chartered 란 의미로 오로지 '전'을 사용한다. 아무나 타는 버스가 아니라, 특정 사람들만 오로지 이용한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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