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가 그린 '시스티나의 성모 Sistine Madonna'라는 그림은 교황이 마리아와 예수님을 알현하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그 그림의 아래쪽에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두 명의 천사가 그려져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천사의 모습입니다. 얼핏 큐피드처럼 보이지만, 르네상스 시기의 성화에서는 이 천사들을 '케루빔'이라고 부릅니다. Cherubim은 복수형이고 단수는 Cherub(케룹)입니다.
우리말 성경에서는 케룹을 '그룹'이라고 번역합니다. 성경의 그룹 또는 케룹/케루빔은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하나님께서는 케루빔(그룹)이 '불칼'로 무장하고 그들이 돌아오는 길을 막도록 하였니다(창세기 3:24).
출애굽 이후 가나안 정복전쟁까지 이스라엘과 언제나 중요한 위치를 점유했던 언약궤와 관련하여 케루빔이 중요하게 제시됩니다. 언약궤는 나무상자에 금을 입히고, 위에는 '속죄소'라 불리는 순금 뚜껑을 덮었는데, 그 뚜껑 위에 두 개의 케루빔 조각상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팔 대신에 날개를 단 두 케루빔은 날개를 쭉 뻗고 있어 서로 닿을 듯 했습니다. 속죄소 위, 날개 사이의 간격이 바로 신이 머무는 신성한 공간입니다. 시은소! 구약성서에는 "그룹(케루빔)들 사이에 좌정하신 만군의 여호와"라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바벨론이 남유다를 멸망시키고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한 후에도 사람들은 케루빔을 기억했습니다. 바벨론에서 타향살이를 하던 선지자 에스겔은 케루빔이 등장하는 신비스런 환상을 보았는데, 케루빔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성경에 나옵니다.
"그 온 몸과 등과 손과 날개와 바퀴 곧 네 그룹의 바퀴 둘레에 다 눈이 가득하더라 …… 그룹들에게는 각기 네 면이 있는데 첫째 면은 그룹의 얼굴이요 둘째 면은 사람의 얼굴이요 셋째는 사자의 얼굴이요 넷째는 독수리의 얼굴이더라"(에스겔 10:12, 14).
언약궤 위의 케루빔과 에스겔의 환상 속의 케루빔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무시무시한 천상의 존재를 다 케루빔이라고 부른 것 같습니다. 에스겔 1장에서는 환상 속에서 본 그 케루빔을 '생물'이라고 단언합니다.
케루빔 또는 그룹이 천사라고 성경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성서에 언급된 천사들은 대부분 인간과 아주 비슷한 모습이며, 언약궤 위의 형상과도 다르고 에스겔이 보았다는 기이한 존재/생물과도 다릅니다. 그러나 케루빔이 천상의 존재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성화에서 케루빔이 왜 어린아이 모습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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