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튜브에서 <생애 처음 초원을 본 젖소들의 ‘반응’>이라는 비디오 클립을 보았습니다.
평생 축사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와 본 적이 없던 젖소들이 생애 처음으로 푸른 초원을 본 뒤에 보인 뜻밖의 반응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을 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일의 쾰른에 있는 한 축사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인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젖소들은 총 25마리로 평생 축사에 갇혀 우유를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농장주는 이들 젖소가 더 이상 젖을 짜내지 못하자 도축을 해야할 상황에 처했죠. 소들이 하루에 먹는 사료 등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소식이 주변에 알려지자, 한 동물보호 단체에서 기금을 모아 25마리 젖소들에게 자유를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삶을 얻은 첫날이 되었습니다. 평생 축사에만 갖혀 있던 젖소들이었지만, 처음 풀밭을 보자 흥분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초원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 젖소들이 마치 강아지들처럼 신이나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소들은 풀밭에 머리를 부비고, 처음 만난 세상을 찬미하듯 신선한 풀향기에 취해 행복한 한때를 보냈습니다. 동물보호 단체는 이들 젖소가 죽을 때까지 안락하게 초원 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고,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에게 후원이 이어지면서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동물애호가도 아니고 환경운동가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것은, 이를 통해 제가 오늘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새롭게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저는 그동안에 제가 기독교 신앙 안에서 가지고 있던 여러 관점들에 대해 기본적인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내가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현재 마음이 평안한 기쁨을 얻는 것이냐 아니면 사후의 내세를 보장 받는 것이냐...하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죽음에 대한 걱정 속에서 내세에 대한 소망이 크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죽음 이후의 세상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도 들면서, 굳이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도 크게 가치있는 일로 여겨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또 몇 개월 전부터 어린시절 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과 37년만에 사귐을 다시 나누게 되었는데, 결국은 새롭고 좋은 것보다는 어떤 때는 오래되고 익숙한 것들이 우리에게 큰 기쁨과 평안을 안겨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굳이 아무도 잘 모르는 막연한 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현세의 많은 즐거움을 희생시키는 것에 대해 조금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들의 이야기를 듣고 비디오 클립을 보면서, 제 삶을 이 소들로 유추(analogy)할 수 있었고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을 새롭게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삶도 축사에 갖혀 산 이 소들의 삶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삶은 계란'이라고 농담도 하지만, 사실은 '삶은 고해'와 같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입니다. 우리는 이 축사와 같은 이 세상에서 태어나서 살고 늙어 갑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하는 날,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에 살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는 지금껏 가 본 적은 물론이고 본 적도 없는 곳입니다. 낯선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소들이 본능적으로 좋아하고 기뻐하듯이, 그곳은 우리의 실제 본향이며 사랑하는 예수님이 다스리는 곳이며, 우리는 초장 위의 이 소들처럼 기뻐 뛰며 볼을 부비고 즐거워 할 것입니다.
독지가들의 도움 없이도, 우리는 그 나라에서 하나님과 더불어 영원히 기뻐할 것입니다. 축사 안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기쁨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 소망이 오늘 제게 크게 다가 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본향으로 돌아온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소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그 곳에 갈 수 있는 준비된 마음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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