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마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제가 중년을 넘어 노년이 되어가는 것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노쇠하신 모습이었습니다.
연세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맑은 정신과 거동을 유지하시다가 병원에 입원하신 후 몇 개월 만에 소천하신 아버지의 부재(不在)를 아직도 인정하기 어렵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문득문득 그립습니다.
반면에 파킨슨씨병으로 거동이 어려워져서 요양병원에 들어가신 후에 섬망이 생기셨고 지난 2년 여를 침상에 누워계시는 어머님이 언제나 가슴 아래가 묵직한 아픔입니다. 평생을 새벽기도와 철야기도로 가족을 지켜오신 어머님이 흐려진 의식 속에서 하나님을, 예수님을, 그리고 늘 방언으로 역사하신 성령님과의 교제를 잃어가시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그 마음에 대한 하나님의 메시지처럼, 교회 도서관에서 잠깐 발견하고 훑어본 책 한 권이 큰 위로가 됩니다.
"엄마, 치매가 와도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하나님을 잊어버려도 하나님은 절대로 우리를 잊지 않으세요. 성경에 그렇게 나와 있잖아요."
이사야서 46장 4절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내가 업을 것이요 내가 품고 구하여 내리라.”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해 온 엄마에게 왜 치매가 찾아왔을까?
치매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치매가 와도 여전히 소중한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하나님은 절대로 치매 환자를 잊지 않으십니다.
치매 환자에게 남겨진 '은혜의 섬 - 기도, 찬양, 예배'가 있습니다."
치매는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치매 교인에게도 동일하신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과 이해의 품성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니, 인생의 봄/여름/가을/겨울 또 맑은 날과 흐린 날 언제든 늘 변함없는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알기에 안심하고 감사합니다. 고통의 늪 가운데에도 절대 멈추지 않는, 망각 속에서도 기억하시는 하나님의 시선을 어머니와 제가 경험하기를 기도합니다.
잔존 기능
치매 환자에게 아직 남아있는 기능들을 '잔존기능'이라고 합니다. 어머님이 지금은 잃어버린 기능들에 매이지 않고 (아들을 잘 몰라보고 말씀이 어눌하고 음식을 삼키지 못하셔도), 어머니가 오랜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긍정적 기억과 반응들을 여전히 갖고 계신 것(기도하면 '주여!'하시고, '감사합니다'가 여전히 입에 배어 있고, 눈물 흘리시고 아픔을 호소하시는)에 큰 감동을 받고 감사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치매가 와도 감정기억은 생생합니다.
'감정기억'을 돌보는 이들이나 가족들이 알아야 합니다.
그토록 사랑하던 어머님이시지만 침상 위에서 초점 없는 눈으로 누워계신 모습을 보이실 때는 마음만 찢어질 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아무 말 못 해도 내 마음을 다 아시는 분이다...'라고 자위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가르쳐줍니다.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며 투명인간 취급을 하면 안 됩니다. 그 '감정'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마음을 나누며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치매 환자에게는 절대적으로 '공감'이 필요합니다.
치매 환자가 하는 말에 맞장구를 쳐줄 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 드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 집에서 생활하시면서도 하루에도 여러 번씩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신다면, '여기가 집'이라고 윽박지르기보다는 모시고 나가는 성의를 보이면 금방 현관 앞에서 자기 집을 알아보시게 되고 기뻐합니다. 그것이 공감입니다.
사랑해요, 고마워요... 여전히 듣고 싶어 하십니다.
정서적 교류가 오가는 따뜻한 '상황 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비록 자기 자녀를 알아보지 못해도 그 상황에서의 감사와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굳이 자기가 딸이라고 큰소리를 내며 환자가 알아보기를 요구하는 것은 서로 마음만 아플 뿐입니다.
자기 자녀는 알아보지 못해도 환자는 매일 사랑받고 사랑하면서 살고 싶어 하십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로 인정받기를 원하십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안아 드려야 합니다. 사랑을 표현하시면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해드려야 합니다. '감사합니다'하시면 묵묵히 있지 말고 함께 감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님은 절대로 치매 환자를 잊지 않으십니다.
엄마의 치매를 이렇게 해석해 봅니다.
그동안 하나님을 만나, 열심히 가정과 교회를 섬기신 엄마가
이제 걱정 근심을 내려놓고 편히 쉬다가 하늘나라에 가시도록 덤으로 주어진 시간이라고 말입니다.
치매 엄마에게 '사랑해요', '고마워요'의 말을 건네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입니다.
하나님은 지금 여기에서만 함께하시는 것이 아니라 훗날 주님 앞에 서는 날, 치매 환자를 돌본 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내가 자꾸 잊어버려서 혼란스러워할 때
네가 부드럽게 안아주어서 고맙다.
매번 밥 먹고 옷 입고 씻는 일을 도와줘서 고맙다.
똑같은 질문을 수없이 해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고
엉뚱한 요구와 성냄, 그리고 황당한 행동에도
잘 참아주었다.
무엇보다 나에게 생명 같은 시간을 내어주어서 고마워.”
교회에서
치매 교인에게는 이렇게 대해 주세요
1."제가 누구예요, 집사남?" 하는 식의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질문은 치매 교인을 당황하게 합니다. "안녕하세요, 집사님, 저 OOO 권사예요. 이렇게 뵈니까 너무 반가워요. " 하고 편안하게 인사를 건네주세요. [다그치지 않고 먼저 소개하는 인사법]
2 치매 교인이 한 말에 되받아 질문하기보다는 “그렇구나.” “그랬군요."라고 공감해 주세요. ~구나' 혹은 ~겠다는 표현은 상대방에게 이해받고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줍니다.
3. 대화 중에 치매 교인이 뭔가를 언급하려고 하는데 머뭇거리면 얼른 알아차려서 언급해 주면 좋습니다.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개방형 질문보다는 양자택일 혹은 “예"나 “아니오"로 답할 수 있도록 질문해 주세요. 함께 식당 같은 곳에 간다면 "뭐 드시겠어요?" 보다는 “이 중에서 뭐 드시겠어요? "라고 하면 편안해하실 겁니다. [의견을 묻지 말고 '응/아니'로 쉽게 다하는 질문 던지기]
4. 치매 교인 앞에서 '치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치매라는 단어를 꼭 써야 할 경우에는 '인지증'이라고 표현해도 좋습니다. 교회 공동체에서도 치매 교인을 놓고 하는 이야기가 치매 교인의 귀에 들리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5. 치매 판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예전과 달라진 모습들. 이를테면 기억력이 현격하게 떨어지거나, 예배시간에 늦거나, 계절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했거나. 어떤 한 가지에 너무 고집을 부린다거나 하는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분이 있다면 그 앞에서 옮고 그름을 가리려고 하기보다 그 성도의 가족에게 귀띔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6. 치매가 의심스럽다면 교회 식구들이 안부 전화도 자주 드리고 집도 방문하여 어떻게 생활하고 계시는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좋습니다. 가령 집안이 너무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거나 냉장고에 오래된 야채나 과일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7. 예배 중에 성경책이나 찬송가를 찾지 못하시는 것 같으면 슬쩍 "잘 안보이시죠. 제가 찾아 드릴까요?"라고 하면서 찾아 주세요. [친절]
8. 교회 내에서 치매 교인을 만나면 반가움과 사랑의 마음을 비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습니다. 안아드리거나 손을 꼭 잡아 드리면서 “집사님, 사랑해요.", “오늘도 이렇게 뵈어서 기뻐요." 혹은 "그때 감사했어요. " 하고 표현하는 것도 좋습니다.
치매의 진행을 늦춰주는 신앙 활동들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약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행되며, 약 80%는 6년 안에 치매 증상을 보인다는 피터슨 박사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한 비율의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되지 않거나 정상인지로 회귀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노력할수록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1. 찬송가 부르기
평상시에 즐겨 불렀던 것이나 가사가 특별히 와닿았던 찬송 혹은 힘든 시절에 매일 불렀던 찬송가나 배우자 혹은 자녀가 좋아하는 찬송가 등
의미가 있는 찬송으로 나누어 자주 부르면 좋습니다.
2. 성경 말씀 암송하기
성경 말씀도 평소 본인이나 가족들이 좋아하는 성경 구절, 혹은 매주 설교 본문 중에 한 구절을 택해서 암송할 수 있습니다. 성경 구절을 집 안 곳곳에 붙여두고 매일 보면서 외우는 것도 좋습니다.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 역시 그동안 계속 암송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외우실 수 있습니다.
3. 간단한 율동 따라 하기
만약 교회에서 '실버대학 등을 운영한다면 몸을 움직이며 찬양하는 프로그램이 좋습니다. 여전도회 모임에서도 회원 중한 사람이 율동을 곁들인 찬양을 워밍업으로 하고 모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4. 교인들과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 갖기
사회적 접촉이 많을수록 우리의 인지능력(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등)이 느리게 쇠퇴합니다. 인지 능력이 높다는 말은 신경세포들의 연결인 시냅스의 수가 많다는 의미인데, 사회적 접촉이 많을수록 시냅스의 수가 천천히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인들과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많이 웃고 어울리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Jesus Christ > 주님과 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Rick Warren sermons @20221111 (0) | 2022.11.11 |
---|---|
오직 나의 영으로 (슥 4:1~6) 김은호 목사 (0) | 2022.11.09 |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시118:28) 김은호 목사님@추수감사절 (0) | 2022.10.30 |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세요 (0) | 2022.10.24 |
두려움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예배하라 (라 3:1~3) 김은호 목사님 (0) | 2022.10.23 |
인생의 해답, 예수 그리스도 (1) | 2022.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