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한 저는, 결혼에 대해 그리고 아버지가 되는 일에 대해, 별로 많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결손이 없는 가정에서 평범하게 (그것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복임을 살아 오면서 깨닫고 있지만..) 자랐기에, 나도 당연히 좋은 여인과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좋은 아빠가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들들을 낳고 그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아픈 시절을 겪는 모습을 함께 하면서, 나는 과연 좋은 아빠였는지... 아주 자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이들이 학원에 갈 때 데려다 주고, 야간자습 감독을 나가고, 비가 올 때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간 적이 한 두 번 있다고 해서... 어떤 이들은 좋은 아빠라고 귀에 듣기 순한 얘기를 해주시지만, 아들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철모르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엄격했던 제 모습, 친한 척 굴다가 어느 말 한 마디에 휙 돌변하여 무서운 모습을 보였던 믿지 못할 아빠인 제 모습들이 드러나면서 무척 당황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 한국을 오랜만에 방문한 호주의 아키텍트 한 분을 모시고 다니면서, 그 분과 이 일 저 일을 얘기하다가, 한국말과 영어도 매우 기본적인 부분에서는 말이 비슷하다는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마마, 아빠/파파/ABBA 등과 같은 아주 흔한 얘기였죠. 그런데, 갑자기 '아바 아버지' 하는 성경 구절이 생각나며, 하나님을 우리 모두가 아빠라고 부르게 되었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하나님...이라는 표현이 제 마음에 새롭게 꽂혔습니다.
성경은, 예수님은, 우리에게 왜 남/녀의 성별은 물론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아니신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게 하시며 그 부성(父性)을 강조할까요?
성경은 제게 하나님을 아버지의 모범으로 삼으라고 말씀하고 계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땅의 많은 아버지들이 있지만, 저를 포함하여 그 아버지들은 항상 불완전합니다. 오직 한 분 완전하신 하나님을 모범으로 삼고 그와 같은 아버지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내가 제 아들들에게 갖고 있는, 부족하지만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하나님께서도 아버지로서 제게 갖고 계신다는 것을 새롭게 생각하고 느끼고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 아들들에게 좋은 분유를 먹이고 싶어서 오랫동안 비싼 점심식사를 가급적 하지 않았듯이, 또 큰 아이가 리틀타익스 자동차를 타고 놀기에는 22평 아파트 거실이 너무 좁은 모습을 보고 은행대출을 끼고 32평 아파트로 이사를 갔듯이, 그리고 시간과 관심을 내어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었듯이.... 하나님은 제 기본적인 필요를 채우시고 제 잘못을 인내로 용서하시며 사랑을 베풀어 주셨고, 제가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시간을 조성해 주시기를 깊이 원해 오셨습니다. 제 아버지가 제게 그러셨고, 제가 제 아들들에게 그러하듯이.
저는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이 난장판을 만들고 있으면 교육의 마음보다는 짜증의 마음으로 분노를 터뜨리던 미성숙한 아빠였지만, 하나님은 결코 피곤하지 않으신 하늘의 아버지였습니다.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분입니다.
제게는 아직 건강하셔서 항상 제 감사기도 제목1호가 되시는 아버님과 어머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도 팔순을 넘기시면서 많이 연약해지신 것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제 마음의 큰 위로가 되시지만 눈물이 되시기도 합니다. 그 분들은 제게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낳으시고 기르시고 좋은 학교를 마치도록 풍성히 지원해주셨고, 결혼할 때도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제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하나님을 알고 믿게 해주신 것입니다. 당신들이 연세가 드시고 약해지실 수 있음을 아시고, 제게 결코 변함이 없는 '하늘의 아빠 아버지'를 알게 하신 것입니다.
제 아들들은 건장해지고 저는 날로 나이가 들어갑니다. 때로는 제 보살핌을 원하지 않기도 하고 제 힘도 이제는 그 아이들에게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나란히 앉아서 예배를 보는 모습이 예배당 스크린에 비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 한없이 감사했습니다. 그들에게 부족한 제가 아닌, '하늘 아빠 아버지'가 계심을 함께 알고 경배하게 된 것이 감사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는 결코 변함이 없습니다. 신실합니다. 아빠와의 좋은 추억이 있는 사람이든, 아빠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든, 우리 모두에게는 하나님 아버지가 계십니다. 그 분은 이 세상 아빠 중에서 가장 좋은 아빠입니다.
"너희 중에 아버지된 자로서
누가 아들이 생선을 달라 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며 알을 달라 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하시니라" 누가복음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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