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매우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은... 기억력에는 여러 유형이 있어서 기억력의 좋고 나쁨을 한 가지로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매우 다양한 사소한 기억들을 상세히 갖고 있습니다.
집사람과 처음 소개팅한 날짜와 요일과 시간을 결혼한 지 23년이 되지만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우리 나이 네 살 때 아버지의 학교에서 놀던 일, 옆집 사람들과의 일들도 기억합니다.
반면에 굉장히 많은 일들을 잊어서 집사람을 실망시킬 때가 많기도 합니다. ㅎ
오늘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보았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여러 일들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기의 여러 기억들은 현재의 우리를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 기억들은 뒤틀리지 않은 올바른 모습이며 적절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요? 좋은 일만 기억하면 좋겠으나, 많은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거기에는 오해가 없을까요?
때때로 내 삶을 컴퓨터처럼 리셋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오늘의 영화를 통해서 난 이러한 체험을 간접적으로 한 것 같습니다. 우리 삶의 기억들은, 그 잠재적인 기억들까지 제대로 수정되어야 합니다. 바르게 cleansing되어야 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제 인내력으로는, 솔직히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명작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오마쥬인 것이 확실합니다. 마들렌... 기억... 이런 소재들이나 영하에서의 인용구, 등장인물의 이름들에서 프루스트의 영향이 뚝뚝 흐릅니다. 한동안 프루스트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비따비(Vis ta vie.)는 과거 나쁜 기억으로부터의 자유함 뿐 아니라, 여러 모습으로 내 삶을 제한해오고 침체시켜왔던 Satan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그리스도와 완전한 연합을 이루는 것이라는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칼멘같은 정열의 욕정이든, 베아트리체같은 숭고한 종교적 전통의 틀이든, 원래의 하나님의 나를 향한 창조 목적과 다르게 나를 뒤틀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 참된 내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Others > 생각의 흐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원의 해피엔딩과 죄 (0) | 2014.09.10 |
---|---|
일등과 일류 (0) | 2014.09.10 |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해도... (0) | 2014.09.10 |
내게 필요한 지혜 (0) | 2014.08.30 |
이상 - 거울 (0) | 2014.08.30 |
애모 (0) | 201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