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하는 약속 - 기도할게요
"기도할게요."
이 말만큼 우리가 쉽게 던지는 약속이 또 있을까요?
누군가 힘든 이야기를 할 때, 대화가 애매하게 끝날 때, 우리는 습관처럼 이 말을 합니다. 마치 "행운을 빕니다"의 기독교 버전처럼요.
그리고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주기도문에 숨겨진 핵심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뜻이 이루어지이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그리스어 원문으로는 "게세테또 또 텔레마 수(γενηθήτω τὸ θέλημά σου)"입니다.
이 문장의 방향성을 주목해야 합니다.
하늘의 뜻이 땅으로 내려와서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이 땅의 내 소원이 하늘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저 높은 곳의 이상이, 이 낮고 척박한 현실에 그대로 펼쳐지기를 원하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기도란 하늘의 뜻을 땅의 현실로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가르친 대로 사신 예수님
더 놀라운 건 이 표현이 주기도문에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십자가를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 예수님은 똑같은 말씀을 하십니다(마태복음 26:42). 한 글자도 다르지 않게, "게세테또 또 텔레마 수"라고요.
제자들을 가르칠 때 하신 말씀과, 당신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 하신 기도가 일치합니다.
이것은 기도가 예수님에게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는 증거입니다. 몸에 밴 습관이자, 삶의 방식이었던 거죠.
가르친 대로 사셨고, 사신 대로 가르치셨습니다.
우리가 착각하는 기도
우리는 종종 기도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요청하는 것
- 쇼핑 리스트를 제출하는 것
- 내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하나님과 협상하는 것
하지만 예수님이 보여주신 기도는 정반대입니다.
- 내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
- 내 욕망을 꺾고 하늘의 주파수에 맞추는 것
- 내 계획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계획에 순종하는 것
기도는 내 욕망의 간구가 아니라, 내 영혼의 조율입니다.
진짜 기도의 모습
예수님은 겟세마네에서 땀이 핏방울처럼 되도록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이 짧은 기도 하나를 위해, 온 존재를 쥐어짜셨던 겁니다.
이것이 진짜 기도의 무게입니다.
이제는 다르게
"기도해 줄게"라는 말을 쉽게 던지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봅시다.
정말로 그 사람을 위해, 내 뜻을 꺾고 하나님의 뜻을 구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차라리 침묵 속에서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를 진심으로 삼키며, 내 고집 한 겹을 벗겨내는 것.
그것이 예수님이 우리에게 진짜 가르치고 싶었던 기도가 아닐까요?
기도는 입술의 주문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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