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木백일홍
정채원 여름이 깊어야 비로소 피던 꽃 다른 꽃 다 폈다 져도 백일 동안 지지 않고 버티던 꽃잎들 아무리 못 본 척해도 고집스레 붉던 꽃잎들 연못 가득 떨어져 있다 그래, 잘 가라 외나무다리 건너 나도 언젠가 너 따라 가리니 가서, 나도 백일 동안 지지 않고 붉을 것이니 너를 향해 한결같이 피어 있을 것이니 그 때 너, 나를 모른다 모른다 하라 첫서리 내릴 때까지 내가 너에게 그랬듯이 ** 어느 지하철역에서 비상문 앞에서 잠깐 읽었는데 가슴에 와 닿았다. 정채원님은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6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이 있다. 일부러 이 분의 시를 몇 개 찾아 읽어 봤는데, 공감이 팍팍 간다. 1990년 풍납동 물난리 때 태양금속 앞을 가슴과 어깨까지 차오른 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