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3 주일예배 설교
본문: 창세기 14장 17절~24절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은 “하나님께 Yes, 세상에 No”라는 주제입니다.
본문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아브람을 맞이한 두 왕, 곧 살렘 왕 멜기세덱과 소돔 왕 베라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이 두 인물을 통해, 아브람은 온전하게 하나님께 ‘예스(YES)’를 외치고 세상에는 단호하게 ‘노(NO)’를 선포합니다.
로마의 개선 행진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고대 로마에서는 개선장군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행진을 할 때, 뒤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 당신도 언젠가 죽는다!”라고 외쳤습니다. 이 말은 인간이 승리와 영광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영원하지 않으며, 오직 하나님만이 영원하고 절대적인 분이심을 기억하라는 교훈과도 같습니다.
오늘 본문의 아브람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자신이 아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바로 이 점이 우리의 신앙에도 큰 울림을 줍니다. 우리가 인생의 모든 승리를 누릴 때마다 스스로의 교만이 아닌, 전적으로 하나님을 기억하며 그분을 높여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멜기세덱과의 만남: 하나님께 YES (창 14:18~20)
멜기세덱: ‘의(義)의 왕’이자 ‘하나님의 제사장’, 그리고 선지자
아브람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살렘 왕 멜기세덱이었습니다. “살렘”은 ‘평화’라는 뜻이며, “멜기세덱”은 ‘의(義)의 왕’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왕일뿐만 아니라, 성경에 “하나님의 제사장”(창 14:18)으로 소개됩니다. 심지어는 하나님을 대변하는 선지자의 사역까지 감당하는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시편 110편과 히브리서 7장을 보면, 예수님을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른 영원한 대제사장’으로 묘사합니다. 멜기세덱은 예수님의 ‘예표(모형)’로 주어진 인물이었으며, 아브람에게 나타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과 구원의 그림자를 드러냈습니다.
한편, 이 땅에서 “내가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른 재림 예수”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도, 성경은 분명히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하신 구원자요 영원한 대제사장이심을 말합니다. 멜기세덱은 예수님의 성육신 이전에 그림자로 존재했을 뿐, 참된 구원은 오직 예수님께만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실을 흔들림 없이 붙들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교회'라는 이단이 있습니다. 안상홍이 교주인데, 자신을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른 자로 주장합니다.
“천지의 주재이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
멜기세덱은 모두가 아브람의 이름을 높이 부르며 환호할 때, 오히려 “천지의 주재이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선포합니다(창 14:19). “엘 엘리온(el elyon)!” 모든 승리의 근원이 사람(아브람)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심을 외치는 것이지요. 전쟁의 승리를 주신 분, 보호하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심을 밝히 드러낸 것입니다.
“붙이신” 하나님
창세기 14장 20절에서 멜기세덱은 “너의 대적을 네 손에 붙이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찬송하라”라고 합니다. 여기서 “붙이신”(히브리어 ‘믹겐’ magan, 넘겨주다. 어떤 사람이 예상되는 특정한 위험에서 피할 길이 없을 만큼 에워 싸여 있다는 뜻)은 에워싸서 피해 갈 길이 없게 만든다는 강력한 단어입니다. 사무엘상 17장 47절에서도 다윗은 골리앗과의 전쟁에서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이라 선언하며, 하나님이 원수를 “우리 손에 넘기시리라”(‘믹겐’)고 확신했습니다.
우리가 삶에서 어떤 승리를 거두었다면, 그 모든 성과는 우리 능력이 아닌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붙여주셨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바로 이 신앙이 아브람의 믿음이었습니다.
아브람의 고백, “십일조”
아브람은 멜기세덱을 통해 “엘 엘리온 하나님”을 체험한 직후, 즉시 믿음의 행동을 보입니다. “십 분의 일을 멜기세덱에게 주었더라”(창 14:20). 아직 율법도 주어지기 전이었지만, 아브람은 전쟁의 모든 전리품 중 십 분의 일을 구별하여 드림으로 “이 승리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십일조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며, 나는 그중 일부만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라는 신앙 고백입니다. 아브람은 명예도, 전리품도, 그 어떤 것도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것이 아닌,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께 YES”라고 외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소돔 왕과의 만남: 세상에 NO (창 14:21~24)
소돔 왕 베라
또 한 사람, 소돔 왕 베라는 전쟁 중 역청 구덩이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왕입니다. 이름의 뜻부터가 ‘정복자, 파멸, 악의 아들’(베라)입니다. 그는 아브람에게 “사람은 내게 보내고 재물은 네가 가지라”라고 말하는데, 이는 아브람을 마치 용병 부리듯 여기며 현실적인 이익을 꾀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치부하게 하였다 할까 하여”
이에 대해 아브람은 “네게 속한 것은 실 한 오라기나 들메끈 한 가닥도 가지지 아니하리라”(창 14:23)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엘 엘리온 하나님’이 주신 승리를 두고, 소돔 왕이 ‘내가 아브람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고 주장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게는 당당하게 “NO”를 외치는 아브람의 믿음이 빛납니다.
물질적으로 보면, 십의 일을 멜기세덱에게 드렸고, 나머지 아홉 몫도 소돔 왕에게 도로 돌려준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남는 것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아브람은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린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처럼 세상이 줄 수 있는 재물과 영광을 단호히 뿌리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하나님이 이미 모든 것을 주셨다”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께 손을 들어 맹세하라
아브람은 멜기세덱에게서 배운 하나님의 이름에 ‘여호와’를 붙여 “천지의 주재이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 여호와께 내가 손을 들어 맹세하노니…”라고 고백합니다(창 14:22). ‘여호와’는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을 의미합니다. 곧 이 이름에는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거룩한 두 손을 들어’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께 맹세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갈 때, 환경은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들 때도 있고, 세상의 논리와 요구가 우리를 집요하게 따라올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은 ‘천지의 주재이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바라기는, 우리 모두 아브람처럼 승리의 순간에도 교만하지 않고,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세상이 아무리 달콤한 제안과 이익을 내밀어도, “나는 하나님께 이미 모든 것을 받았다”라고 담대하게 외치며 거절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하나님께 Yes, 세상에 No”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성도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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