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대로 믿을수록 놓치게 되는 것들
성경은 사실을 기록한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징과 비유, 시적 언어로 가득 찬 책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이 상징들을 ‘틀릴 수 없는 사실 설명’으로 오해하면서 시작됩니다.
그 결과, 본문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사라지고 불필요한 논쟁이나 왜곡된 신앙 언어만 남기도 합니다.
1. 창세기의 ‘6일 창조’를 과학 시간표로 읽어야 할까?
창세기 1장의 6일 창조는 성경을 둘러싼 가장 오래된 논쟁 중 하나입니다.
이 본문을 과학적 우주 생성 보고서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신학적 선언문에 가깝게 이해해야 할까?
‘날(day)’로 번역된 히브리어 욤(יום)은 24시간이 아니라, '일정한 질서와 구분의 단위'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즉, 본문의 핵심은 언제 무엇이 만들어졌는지가 아니라 누가 창조주이며, 세상은 혼돈이 아니라 질서라는 선언입니다.
상징을 사실로 오해할 때 신앙 vs 과학 대립이 발생하지만, 상징으로 읽을 때 창조 신앙의 핵심이 선명해집니다.
2. 선악과를 ‘특정 과일’로 집착해야 할까?
선악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사과, 무화과, 포도 등으로 특정하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과일의 종류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도덕 지식수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의 기준을 스스로 정하려는 인간의 태도'를 상징합니다.
즉, 문제는 먹은 것이 아니라 경계를 넘은 선택이었습니다.
이를 사실로 오해하면 “무슨 과일이었나?”가 궁금하지만, 상징으로 읽으면 “누가 기준이 되는가?”가 중요해집니다.
3. 요나가 물고기 뱃속에서 3일을 ‘물리적으로’ 살았는가
요나 이야기는 종종 가능/불가능 논쟁으로 소비됩니다.
그러나 히브리 문학에서 ‘3일’은 정확한 시간이 아니라, '죽음과 회복의 상징적 기간'입니다.
‘큰 물고기’ 역시 생물학적 종(species)보다 '혼돈과 죽음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예수께서 요나의 표적을 언급하신 것도 생존 기술이 아니라 '죽음 이후의 회복'이라는 구조 때문입니다.
상징으로 읽으면 '부활의 언어'가 보이며, 이것이 핵심입니다.
4. 계시록의 숫자를 예언 코드로 읽을 때
요한계시록은 상징을 상징으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7: 완전, 12: 하나님의 백성, 666: 짐승의 수
이 숫자들은 미래 날짜 계산용이 아니라, 박해 받던 초대교회 성도들의 '로마 제국과 권력 체계에 대한 상징적 저항 언어'입니다.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특정 인물, 특정 연도, 특정 기술에 끼워 맞추는 해석이 반복되어 왔는데, 그 결과로서 공포와 음모론은 커지고,
정작 계시록의 핵심 메시지인 “끝까지 견디는 신앙”은 흐려졌습니다.
5. 예수의 비유를 실제 사건으로 읽을 때
예수님이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 탕자, 부자와 나사로의 이야기는 비유입니다.
비유의 목적은 사실 전달이 나니라, 기존 가치의 전복이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이를 실제 역사처럼 읽으면 천국의 구조, 지옥의 지리, 등장인물의 신분 같은 부차적인 질문이 중심이 되어버립니다.
예수님 비유의 핵심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너는 누구 편에 서 있는가”입니다.
왜 우리는 상징을 사실로 붙잡으려 하는가?
불안하기에 확정적인 답을 원합니다.
통제 욕구입니다. 해석보다 규칙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안전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문자적 믿음 = 더 경건하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성경은 안전한 해답보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책에 가깝습니다. 그 질문을 직면해야 우리 삶에 변화가 생깁니다.
성경의 상징을 상징으로 읽는 것은 성경을 가볍게 여기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 본문이 요구하는 읽기 방식에 충실해지는 일입니다.
상징을 사실로 고정할수록 성경은 얕아지고, 상징으로 풀어낼수록 성경은 지금을 향해 말하기 시작합니다.
성경은 “정답을 주는 책”이라기보다, 우리를 변화시키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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