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말씀: 요한복음 2장 6절 – 11절 제목: 기적 너머의 표적을 보는 눈
Ⅰ. 들어가는 말: 기적은 자연의 법칙을 덮는 하나님의 질서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인생에는 때로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결핍’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마치 잔치 도중 포도주가 떨어진 가나의 혼인 잔치처럼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때 기적을 바랍니다. 어떤 이들은 기적을 간절히 원하고, 어떤 이들은 이성적이지 않다며 기적을 부정합니다.
그러나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일은 기적이다. 다만 그것을 볼 눈이 필요할 뿐이다.”
빅토르 위고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기적이란 불가능한 것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믿던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자연 법칙을 거스르는 것을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욥기 28장을 보면, 하나님은 바람의 무게를 정하시고 물의 분량을 정하신, 이 세상 모든 법칙의 창조주이십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무거운 쇳덩이는 물에 가라앉는 것이 중력의 법칙입니다. 하지만 부력이라는 또 다른 법칙을 만나면 배는 물 위에 뜹니다. 비행기가 그 육중한 몸체로 하늘을 나는 것은 중력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양력이라는 더 높은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기적도 이와 같습니다. 기적은 자연 법칙이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질서’라는 상위의 법칙이 우리의 삶에 개입하는 사건입니다. 하나님이 임하시면 우리의 상식이 깨지고, 하나님의 상식이 시작됩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첫 번째 ‘표적(Sign)’입니다. 요한복음은 기적을 단순히 놀라운 일(Miracle)이라 하지 않고,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가리키는 신호판, 즉 ‘표적’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이 시간,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을 통해 우리 삶에도 ‘새 포도주’의 은혜가 채워지기를 소망합니다.
Ⅱ. 기적을 부르는 믿음의 세 가지 단계
그렇다면, 하나님의 개입을 이끌어내는 믿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본문을 통해 세 가지 단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첫째,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구하십시오 (관계의 믿음)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즉시 예수님께 나아가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반응이 의외입니다.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요 2:4)
얼핏 보면 냉정한 거절 같습니다. 여기서 ‘내 때’란 요한복음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단어로, 궁극적으로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영광 받으실 때를 의미합니다. 주님은 아직 공생애를 드러낼 때가 아니라고 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바른 관계가 빠른 응답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친척이라도 서먹하면 부탁하기 어렵지만, 친밀한 관계라면 형식이나 때를 넘어 마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 기적은 논리가 아니라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수로보니게 여인을 기억하십니까? “자녀의 떡을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않다”는 거절 앞에서도,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때 주님의 ‘때’와 계획을 뛰어넘는 즉각적인 응답이 임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의 때’를 기다린다는 핑계로 기도를 멈추지 마십시오. 자녀는 아버지에게 이유를 따지며 결재를 올리지 않습니다. 그냥 구합니다. 믿음은 거절처럼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끈질기게 주님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2. 둘째,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순종하십시오 (행동하는 믿음)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놀라운 지침을 줍니다.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요 2:5)
그리고 예수님은 하인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리십니다.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그리고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이 항아리는 유대인의 정결 예식을 위해 손발을 씻는 물을 담는 통이었습니다. 마실 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맹물을 떠다 주라니요? 연회장에게 맹물을 가져다주었다가 혼이라도 나면 어떡합니까?
하지만 하인들은 ‘아귀까지’ 물을 채웠고, 그 물을 떠서 날랐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기적을 방해하는 두 가지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이기적’인 계산과, ‘밍기적’거리는 태도입니다. 내 생각과 계산(이기적)에 갇히면 순종할 수 없습니다. 익숙한 관성(밍기적)에 갇히면 움직일 수 없습니다.
기적은 우리의 이성이 멈추고 순종이 시작되는 곳에서 일어납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한 시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하인들이 순종하여 발을 떼었을 때 역사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주님, 이해되지 않아도 순종할 수 있는 근육을 우리에게 더하여 주옵소서.” 이 기도가 저와 여러분의 기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3. 셋째, 아는 것을 넘어 믿음으로 나아가십시오 (보는 믿음)
순종의 결과는 달콤했습니다. 물은 극상품 포도주가 되었습니다. 연회장은 이 포도주를 맛보고 감탄하며 신랑을 칭찬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 포도주가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성경은 아주 중요한 구절을 기록합니다. “연회장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요 2:9)
현장에 있었다고 다 아는 것이 아닙니다. 순종하며 땀 흘린 하인들만이 그 비밀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하인들은 ‘기적의 과정’을 알았지만, 제자들은 무엇을 보았습니까?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요 2:11)
하인들은 ‘놀라운 일’을 보았지만, 제자들은 그 사건을 통해 ‘예수님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표적’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예수님이 “나는 생명의 떡이요, 참 포도나무요, 부활이요 생명이라”고 선언하시는 하나님이심을 보여주는 간판이었습니다.
우리는 기적을 구경하는 ‘손님’에 머물러서도 안 되고, 기적의 현상만 아는 ‘하인’에 머물러서도 안 됩니다. 기적을 통해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Ⅲ. 맺는 말: 기적 너머의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가나의 혼인 잔치는 예수님이 공허한 맹물 같은 우리 인생을 기쁨의 새 포도주로 바꾸시는 분임을 선포한 자리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앉아 계십니까? 단지 잔치를 즐기는 구경꾼입니까? 일만 하고 돌아가는 하인입니까? 아니면 예수님의 말씀에 운명을 걸고, 그분의 영광을 목격하는 제자입니까?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계십니다. 하나님의 질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내 인생의 포도주가 떨어져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주님 앞에 가지고 나오십시오. 내 이성으로는 이해되지 않아도, 주님이 말씀하시면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순종하십시오.
그때, 맹물 같던 우리의 일상이 변하여 향기로운 포도주가 되는 기적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적 너머에 계신 영광스러운 주님을 깊이 만나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사랑의 하나님, 때로 우리의 인생 항아리가 비어버린 것 같아 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을 통해 기적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주님을 향한 믿음과 순종에서 시작됨을 깨닫습니다. 계산하지 않고 기도하게 하소서. 주저하지 않고 순종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삶의 평범한 물이 변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포도주가 되게 하시고, 기적을 넘어 기적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참된 제자의 삶을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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