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말씀: 요한복음 2장 1절 – 5절 제목: 인생의 잔치에 기쁨이 마를 때
Ⅰ. 들어가는 말: 인생의 잔치, 그리고 떨어진 포도주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인생은 마치 ‘잔치’와 같습니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인생이라는 잔치를 벌입니다. 오늘 본문의 배경인 갈릴리 가나의 혼인 잔치도 그러했습니다. 결혼은 인생의 가장 기쁜 날이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축제입니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풍성한 음식을 나눕니다.
그런데 이 완벽해 보이는 잔치에 예고 없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요 2:3)
유대 사회에서 포도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그것은 ‘기쁨’의 상징입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잔치의 흥이 깨지고, 기쁨이 중단되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인생의 실존입니다.
우리는 건강의 포도주, 재정의 포도주, 관계의 포도주가 영원할 것처럼 잔치를 벌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떨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내가 준비한 것이 바닥나고, 내 능력으로 채울 수 없는 ‘결핍(Lack)’의 순간, 바로 그때가 오늘 설교의 출발점입니다.
Ⅱ. 본론: 결핍을 기적으로 바꾸는 믿음의 태도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당황하는 연회장, 영문도 모르는 신랑, 수군거리는 하객들. 그러나 오늘 본문은 이 위기 속에서 ‘기적을 준비하는 한 사람’을 조명합니다. 바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1. 문제를 가지고 ‘정확한 대상’에게 나아가십시오 (1-3절)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마리아는 연회장에게 가지 않았습니다. 신랑에게 가서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녀는 곧바로 예수님께 나아갔습니다.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요 2:3)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의 인생에 ‘없음’의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를 찾아가십니까? 사람을 찾아가면 위로는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해결은 받을 수 없습니다. 돈을 의지하면 잠시 채울 수는 있어도 영원한 만족은 없습니다. 마리아는 알았습니다. 이 결핍을 채우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알았습니다.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이 짧은 보고는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 아닙니다. “주님, 주님이 아니면 이 잔치는 끝납니다. 주님이 개입해 주십시오”라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기적은 나의 결핍을 인정하고, 주님께 가져갈 때 시작됩니다.
2. 거절처럼 보이는 말씀 속 ‘하나님의 때’를 신뢰하십시오 (4절)
그런데 예수님의 답변이 너무나 차갑게 들립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요 2:4)
어머니에게 “여자여”라고 부르는 것은 당시 극존칭이었지만,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넘어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로 선을 긋는 말씀입니다. 또한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라는 말은 헬라어로 “당신의 관심사와 나의 관심사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마리아는 당장의 ‘민망함 해결’을 원했지만, 예수님은 단순한 문제 해결사가 아니셨습니다. 주님은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고, 십자가의 구원을 예표하는 ‘표적(Sign)’을 보여주길 원하셨습니다. 여기서 말씀하신 “내 때”는 궁극적으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피 흘려 우리 죄를 씻으실 ‘구원의 때’를 의미합니다.
때로 우리의 기도가 거절당하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 왜 침묵하십니까? 왜 지금 안 들어주십니까?”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주님의 침묵은 거절이 아니라, ‘더 큰 은혜를 위한 준비’입니다. 내 때가 아니라 주님의 때에, 내 방법이 아니라 주님의 방법으로 일하시기 위해 주님은 잠시 뜸을 들이시는 것입니다.
3. 이해되지 않아도 순종을 준비하십시오 (5절)
예수님의 냉정한 반응에도 마리아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인들에게 놀라운 말을 남깁니다.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요 2:5)
이것이 기적을 부르는 믿음의 핵심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거절 뒤에 숨겨진 긍정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바로 ‘순종’을 준비시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이 말은 내 상식, 내 경험, 내 자존심을 다 내려놓겠다는 선언입니다. “물을 떠다 줘라”고 하시면 물을 떠다 주고, “항아리를 채우라”고 하시면 채우겠다는 결단입니다. 기적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 순종의 영역에서 일어납니다. 주님은 우리의 순종을 재료 삼아 기적을 빚으십니다.
Ⅲ. 맺는 말: 빈 항아리를 주님께 내어드리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여러분의 인생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졌습니까? 기쁨이 사라지고, 열정이 식고, 텅 빈 항아리만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까? 낙심하지 마십시오. 바로 지금이 예수님이 일하실 때입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위기이지만, 동시에 예수님을 ‘손님’의 자리에서 ‘주인’의 자리로 모실 수 있는 기회입니다. 내가 주인 되어 내 힘으로 채우려던 인생을 내려놓고, 빈 항아리 그대로 주님께 나아가십시오. 그리고 마리아처럼 고백하십시오. “주님, 내게 기쁨이 없습니다. 주님, 나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 주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내가 순종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그 믿음의 고백 위에, 주님은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 놀라운 표적을 시작하실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 나의 결핍을 기적의 재료로 사용하실 주님을 기대하며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함께 드리는 기도]
사랑의 주님, 화려해 보이는 우리의 인생 잔치에도 남모를 결핍과 아픔이 있습니다. 웃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풍성한 것 같지만 영혼은 곤고할 때가 많습니다.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시며 우리의 빈 마음을 아시는 주님 앞에 나아갑니다. 때로 주님의 응답이 더딘 것 같아도, 주님의 때를 신뢰하며 기다리게 하옵소서.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는 말씀에 의지하여 순종의 발걸음을 떼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결핍이 변하여 하나님의 영광이 되는 기적을 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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