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김영서 작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위촉 폭력 예방 전문 강사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저자
youtu.be/n1cGfHz6n50
김은호 목사님의 강사 소개:
목회자들이 충격을 받을 것 같아서 단상에 올라왔다. 목회자들의 양해를 미리 구하고자 한다. 오늘 강연은 성도들이 목회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러나 목회자도 사람이고 우리 안의 죄성을 다스리지 못하면 누구라도 사탄의 도구가 될 수 있으므로 늘 깨어 기도하기를 원한다. 또한, 선으로 악을 이기는 간증을 통해 도전을 받고,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결박을 풀고 진리 안에서 자유를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의 강사를 모신다. 힘찬 박수로 환영하며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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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강연을 위해 계속 기도하며 준비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제목으로 내 삶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선(善)'에 대해서 나누고자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가 처한 상황과 그 삶 속에서 함께 해주시기를 먼저 기도하고 시작한다. 이 시간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드러나기를 기도한다. 각자의 삶 속에서 선으로 악을 이기며 살아가게 하소서.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50년 동안 쌓았던 새벽기도가 있어서 망할 수 없다. 너는 하나님이 키우셨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서서 성도들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내 아빠는 목사였고 나를 9년 동안 성폭력했다. 나는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라는 255페이지 정도의 책을 썼다. 그 얇은 책에는 내가 겪은 9년간의 아픔과 눈물을 다 담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 속에서 진짜 중요한 내용은 내가 죽고 싶었던 순간에도 하나님께서는 내게 빛을 보여주셨다는 것이다. 오늘 여러분과 그 순간들을 나누고 싶다.
아빠는 목사였지만, 가정 폭력을 행사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까지의 9년 동안 나는 아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엄마는 병들었었고, 아빠에게는 큰아들, 둘째 나와 셋째 아들, 넷째 아들이 있었다. 그들 4남매는 아빠에게 죽을만큼 두들겨 맞고 촛점 없는 눈의 엄마를 매일 보며 숨 죽이고 살았다.)
당시에는 그런 폭력적인 상황에 대해 아무 이름도 없어서 개념도 몰랐고 대응 교육도 없어서 그저 막막했다. '이게 뭐예요? 죽을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요.' 나는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이 상황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내 영혼을 하나님께서 기도를 통해 살려주셨다고 생각한다. 꿈 속에서조차 하나님께 기도하다가, 하나님께서는 나 혼자 두시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계속 기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100일 기도를 17번 했을 정도로 기도를 했다. 기도의 내용은 단 한 가지 였다. '하나님 이 악한 상황을 바꿔주세요. 이 상황을 뭔지 모르겠지만 너무 악하고 무서운 이 상황을 바꿔주세요.' 기도를 중단할 수 없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상황에서 나는 계속해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때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말해야할 지도 몰라서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내 책에도 담지 못한, 차마 글로 표현하고 싶지도 않고 표현할 수도 없는 일들이 내 인생 가운데 있었고 나는 악에게 집어삼킴을 당하지 않기 위해 더욱 하나님을 붙들어야만 했다.
오늘 본문을 표준새번역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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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십시오.
서로 한 마음이 되고, 교만한 마음을 품지 말고, 비천한 사람들과 함께 사귀고, 스스로 지혜가 있는 체하지 마십시오.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고 애쓰십시오.
여러분 쪽에서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하게 지내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스스로 원수를 갚지 말고, 그 일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십시오. 성경에도 기록하기를 "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겠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하였습니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그가 목말라 하거든 마실 것을 주어라. 그렇게 하는 것은, 네가 그의 머리 위에다가 숯불을 쌓는 셈이 될 것이다" 하였습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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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가정은 어떤 곳인가? 내게 가정은 평안한 쉼의 장소가 아니라 감옥 같았다. 그래서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바로 학교, 여자 목욕탕, 여자 화장실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졸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시간 밖에 공부할 수 없었고, 아빠가 내 시간과 공간으로 들어올 수 없는 평안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여자 목욕탕도 아빠가 올 수 없는 장소였기에 탕 속에 들어가면 너무 자유롭고 행복했다.
지금은 매우 자유롭다. 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작년(2019년)에 가해자인 친아빠가 죽었다. 아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하나님, 제게 사과 한 마디 안하고 그냥 갔네요.'라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 그런데 그 때부터 내가 결코 맛보지 못했던 평안을 느꼈다. 나는 늘 누군가가 와서 내 등을 찌르는 것이 두려웠다. 심지어 교회에서조차 등을 벽에 대고 기도했는데, 내 등을 빈 공간에 노출시키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대학생이 멋진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는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알고싶어서 책도 읽고 기사도 읽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유튜브도 보고 열심히 김영서 작가의 책도 읽었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정말 멋지고 맞는 얘기다. 여러분이 오늘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과 기도와 시간,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집을 나와서 가정/성폭력은 끊어냈지만, 인신매매 등이 두려워 무척 무서웠다. 그래도 죽지 않기 위해, 악을 끊어내고 탈출했다.
(“아저씨, 저 납치됐어요.” 수화기를 들고 여관 주인에게 구조 요청을 보낸 후에 문이 열리자마자 정신없이 달려 경찰서로 도망쳤다. 여러 행운과 좋은 사람들이 건넨 도움 덕에 가해자(아빠)는 중형을 받았다. 끝까지 ‘좋은 아빠’인 척하는 가해자의 마지막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9년 동안 이어진 성폭력의 고리를 끊어냈다. 끝은 아니었다. 9년 동안 이어진 폭력이 남긴 흔적과 상처는 해결되지 않은 채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남았고, 나는 긴 세월을 여기에 맞서 싸워야 했다.')
집을 나왔는데 '월수 200보장. 숙식제공. 가족같이 모십니다'는 전봇대 홍보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가족에 대한 보상심리와 있었나보다. 갈까...하는 생각으로 친한 언니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결사적으로 말렸기에 가지는 않았다. 성매매 여성의 70%가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어려서 경험한 후 집을 뛰쳐나온 사람들이라는 논문을 보고 경악했다. 예수님의 주변에 누가 있었나? 창녀들이 있었다. 나는 혼자 살아남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했다. 밤마다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는 악몽을 꾸면서도 아침이 되면 일어나서 학교도 가고 치유 상담도 받고 아르바이트도 했다.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얽매이지 않도록 기독교인들이 보다 현실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목사인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왔기에 10년 정도 교회를 떠나 있었다. 그런데 무척 신기한 교회를 만나서 7~8년 전부터 다시 다니게 되었다. 성폭력 피해자를 후원하는 명단에 있어서 호기심에 기독교100주년 기념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교회가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아픈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일 수 있다. 하나님께서 좋은 분들을 만나게 해주셨는데 집을 나온 후에 나를 담당할 때 피해자 보호를 가장 우선시하며 함께 분노해주셨던 형사님이 가장 대표적인 빛의 사람이었다. 내 잘못이 아니라시며 내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러한 빛의 역할을 교회가 해주어야 한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당한 이들이 교회 안에서 부끄러워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 터지듯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아니고 어디에 가서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교회에서는 그런 일들을 말해도 되는 곳이어야 한다.
내 북 콘서트에 80대 할아버지가 한 분 오셨는데 눈물을 글썽이며 강연을 듣는 것이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도 아버지께 맞았는데 나는 그것이 가정폭력인지도 몰랐어.' 그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다. 강연에서 만나는 많은 할머니들도 '내가 어릴 때 당했던 것이 바로 성폭력이었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힘들었어.'라고 인생의 말년에야 비로소 말씀하실 수 있었다.
교회가 그 피해자들이 편안하게 말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교회가 준비를 하고 있더라도 많은 피해자들은 피해를 하나님과의 1:1로만 가져가며 자기 혼자만의 이슈로 삼고 있을 수도 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것과 기뻐하는 자들과 함께 기뻐하는 자,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시간이 더 걸릴까?
자기 상처를 제대로 치유받지 못하고 공감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집을 처음 나왔을 때의 나는 고생을 안하고 자란 친구들, 즉 학교도 좋고 부모님들도 좋고 심지어 자취방에 그랜드 피아노를 갖고 있던 친구들을 보면 기가 죽어 그들의 기뻐함을 있는 그대로 기뻐할 수 없었다. 차라리 남이 잘못된 일에는 함께 울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기쁨을 순수하게 함께 기뻐하기는 쉽지 않았다. 각자의 마음의 건강상태를 이것으로 체크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기뻐하는 자와 기뻐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원하신다.
상한 마음을 가진 분들, 깊은 상처를 가진 분들은 자신의 상처를 집중해서 치유하고, 상담도 받고 집단 상담이 있으면 거기도 가면 좋겠다. 나는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었다.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완전 몰입해서 해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악을 중단시키는 일을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하셨으면 좋겠다.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사실 가정폭력으로 맞아죽는 여성들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교도소에서 살인자로 복역하고 있는 여성들의 상당수는 만성적 폭력의 피해자다. 가정폭력으로 계속 맞다가 또 맞을지도 모르는 어느날, 폭력에 사람이 오래 노출되면 무기력도 해지지만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지다보니 진짜 얼떨결에 사람을 죽이고 그곳에 살인자로 가 있는 경우들이 상당한 것이다.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폭력을 중단시키고 청소년이든 아동이든 아내들이든 교회 안에 그런 일들이 일어날때 다시 집으로 돌려보낸다거나 그렇게 안일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좋겠다.
(목사 행세를 하며 먹고사는 친아버지라는 사람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저질러온 성폭력, 가정 폭력, 폭언과 폭행, 초경통하고 함께 겪어낸 원하지 않은 임신과 임신 중단, 탈출하고 다시 잡혀 오기를 거듭하는 동안 피해 사실을 눈감은 채 피해자를 가해자에게 돌려보낸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나 자신의 경우를 보더라도, 대학교 1학년 때 기독교 상담을 전공하시는 교수님께 힘들다며 내 피해 사실을 얘기했더니, 그 교수님이 나도 몰래 아버지께 연락을 해서 나는 다시 집으로 끌려가서 크게 맞았다. 그래서 다시 혼자 힘으로 탈출해야 했다. 우리 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때 나는 정말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겨우 탈출했는데 다시 끌려 갔으니...
피해자들이 그렇게 탈출도 하고 도움도 요청하고, 또 교회는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받을 준비를 한다면, 우리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인들 안에서 정말 많은 치유의 역사가, 또 악에게 지지않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일들이 충만하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각자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내 강연에 대해 많은 분들이 자기들의 동일한 아픔과 경험을 댓글로 단다. 또 나는 상담자로 일하는데 상담하면서 만나는 내방자들이 그냥 내방자로 끝나지 않고, 그들의 삶이 올바로 세워지고 그들이 또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생명을 전파하는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피해 영상물속에 있는 이들을 단순히 컨텐츠로 소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음. 그 안에서 재유포되는 것은 지금 여기 계시는 성도님들처럼 살아있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500원만 내면 받을 수 있고 다른 피해물을 올리면 더 쌘 영상을 받을 수 있어 하면서 굉장히 쉽게 거래하고 있음.
살아있는 영혼을 컨텐츠 소비하듯이. 이것은 엄청난 죄악임. 지금이라도 불법 촬영물인지 몰랐어 라고 하면서 그런 몰카, 야동들을 바꿔나가야하는데 불법 촬영물임. 그런 피해물 속에 있는 사람을 살아있는 영혼으로 대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고
자신부터도 그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말을 들었음. 제가 살아잇는게 이상해요. 늘 죽고싶은 생각을 하니까.
그 영혼들을 어떻게 살릴지, 악에 어떻게 맞설지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도 상담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본디 그렇게 악하다.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선하심 뿐이다. 피해 영상물의 그 사람을 단순히 contents로 삼으면 안된다. 그 안에서 재유포되는 것은 500원이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매우 쉬운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여러분처럼 살아있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영혼을 contents 소비하듯 하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 이것은 큰 죄악이다. 몰카/야동이란 표현도 부적절하다. 불법촬영물이다. 그런 피해영상물 속에 있는 사람을 교회는 살아있는 영혼으로 대해야 한다. 그 영혼들을 어떻게 살릴 지, 악에 어떻게 맞설지 준비해야 한다.
성폭력은 교회 안에서부터 중단되어져야 한다. 피해자의 편에 교회가 서야 한다.
나는 성폭력에 대한 편견들을 없애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수치심은 피해자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해자의 것이 되어야 한다.
피해자가 말을 할 수 있으려면 그런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중보 기도 제목은 스스로 나누어야 한다. 남에 대해서 들은 것을 중보기도 제목으로 삼으면 안된다. 조언을 해주려고도 하지 말라. 다른 사람의 상처를 들을 때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공감적 경청을 해야 한다.
피해자가 혼자 살아남게 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저는 9년동안 성폭력을 당했어요' 라고 말할 때 '왜 9년이나 당했지?'라기보다는 '9년동안 말할 수 없었던 그녀의 삶은 어땠을까?'라고 묻는 것이 필요하다.
내 조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내 남동생이 하던 말했다. '누나가 저렇게 어렸었구나 그때 그 일을 당했구나' 나도 그 조카를 볼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저렇게 작고 어릴 때 기절할만큼 맞아가면서 성폭력을 당하고도 살아남았구나. 하나님이 살려주셨구나.
자신의 피해 사실을 남들에게 말해도 안전한 교회, 피해를 말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한국 교회가 된다면 교회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치유의 하나님을 만날 것 같다.
내가 기뻐하는 자들과 함께 기뻐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함께 기뻐할 수 있게 되자 우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게 되었다. 상담하는 사람과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시사프로그램PD 한 분이 '성폭력이 성적인 것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내 책 제목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는 내가 그 긴 아픔의 기간 동안 울고 울다가 비로소 빛을 보고 깨닫게 된 것인데, 그 우는 과정을 생략하고 반짝이기만을 기대하면 안 된다. 내
내가 대학생 때 아빠를 용서해야 한다고 괴로워할 때, 대학부 전도사님은 용서하지 말라. 그것은 하나님께 맡기고... 네 감정을 속이지 말라고 하셨다. 피해자들에게 제3자가 용서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말자. 그래서 교회는 피해자들에게 자유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달라.
지난 주에 세바시(CBS에서 여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강연 프로그램) 독자의 편지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독자입니다. 몇년전 북콘서트에서 김영서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저도 어려서 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자랐기에 강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할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포스트잇에 붙여놓았었습니다.
제가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엄마에게 이야기 했는데 엄마는 '왜 지금까지 안했어? 너도 잘못이지.' 라고 답했습니다. 엄마에게 들은 그 답변을 생각하며 질문을 써놓았는데 작가님은 환하게 웃으며 '자기 자신이 가장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많이 위로해 주세요.' 라고 답변해 주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어느날. 그 어머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제게 전화를 하셔서 '세바시를 봤는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라는 책 알아?' 하시며 "네 잘못 아니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전화 한통에 나는 모든 나쁜 감정이 무너져 눈물이 엄청나게 쏟아졌고, 그 순간 엄마의 후회, 사랑, 미안함 등이 한순간에 다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삶 자체는 참 고되고 힘들었으나, 여러 독자들을 만나면서 큰 감사를 느낀다. 그들의 변화를 들으며, 내 삶에 힘든 것들을 치유하겠다는 마음을 먹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내 눈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황폐한 땅에서 나와 우리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 일을 하나님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내 기도 제목을 나눈다.
-내 삶의 공간이 안전하고 보호받게 기도합니다.
-내 진로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공부와 일이 모두 필요합니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해 말하는 사람들의 모임(공폐단)' 위한 모임의 일이 이루어지도록 기도 부탁합니다.
적용 기도:
하나님은 이 교회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원하신다.
많은 사람들이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희생양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악을 이겨내고 끊을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러나 직접 원수를 갚으려 하지 않게 하시고 선으로 악을 이기게 하소서.
이 아픔과 상처가 우리 인생의 주인이 되지 않게 하시고, 이를 통해 이웃의 아픔과 상처를 싸매주고 회복시켜 주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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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강사의 책 내용 중에서 발췌한 부분들이다.
“아빠, 제발 이제는 하지 말아줘.”
이런 부탁도 끝이다. 아빠의 그 짓은 부탁해서 멈추게 할 일이 아니라 원래 하면 안 되는 짓이었고, 감옥에 갇혀야 할 정도의 큰 죄였다.
아니, 이 택시가 이상하다. 아까 그 사람이 일보러 간다던 우체국 앞으로 가는 택시. 나도 모르게 뒷좌석에서 몸을 낮게 숨기며 말했다.
“아저씨 빨리 좀 가요.”
--- p.24
엄마라는 사람은 워낙 결혼 초부터 계속된 매질에 익숙해지고 무기력해져 있었다. 왜 경찰을 부르지 않나 싶었지만, 그때는 부부싸움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면 ‘집안 문제’로 여기고 경찰이 집에 오지도 않았다. 엄마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신고는 아예 생각조차 못 하게 되고, 내게 일어나는 일도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엄마도 죽느냐 사느냐 하는 위협을 계속 느끼며 살아서 딸을 돕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가족 전체의 목숨을 위협하는 아빠라는 사람하고 살면서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 같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잃어버린 듯했다.
--- p.39
아침에 눈을 뜨니 이제까지 살던 세상하고는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아빠는 없어졌다. 내게 아빠라는 존재는 없다. 아빠라는 사람이 내 팬티 속에 손을 넣은 첫날. 나는 이제 그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웃고 떠들며 친할머니의 생일잔치를 준비했다. 평소처럼 대하는 그 사람의 쓰다듬기, 칭찬, 웃음소리가 이제는 모두 달라졌다.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아빠였지만 그나마 아빠라 여기던 마음까지 사라졌다.
--- p.71
아침이 됐다. 미역국이 나왔다. 나는 산모인 거다. 누가 뭐래도 내 몸은 산모다.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메뉴는 정확히 생각난다. 의사는 병실에 와서 이제 좀 어떠냐고 묻더니 자기 운전기사에게 말해뒀으니 퇴원해서 집까지 자기 차를 타고 가라고 했다. 의사의 친절함을 확인한 순간 어떤 생각이 스쳤다. ‘도와달라고 얘기할까?’ 집에 가면 그 짓을 또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던 일로 될까 봐 걱정도 됐고, 도움을 청하면 어떻게든 도와주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한편 겁도 났다. 친아빠가 친딸한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6학년인 지금까지 거의 매일 강제로 그 짓을 한다는 게,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이야기라 나도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랐다.
--- pp.95-96
조용히 반항하지 않고 당한다고 해서 그게 꺾인 것도 아니고, 포기한 것도 아니다. 그놈한테 동조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그때 그 상황 속에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내가 무너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누구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렇게 살아내는 것이 그 사람과 그 사람이 저지른 더러운 짓을 완전히 무시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그때도 학교에서 웃을 일이 있을 때는 웃고, 좋은 것이 있을 때는 좋아했고, 공부해야 할 때는 열심히 공부했다.
--- pp.110-111
내가 겪은 일은 역사적으로 누구나 기억해줄 수 있는 사건은 아니다. 아빠라는 사람 탓에 겪은 고통은 그 사람과 나 두 사람만 안다. 우리 둘 중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고 살다 죽으면 그 일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그 사람은 절대로 그 일들을 말하지 않을 테고, 글로 쓰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이 입을 다물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나는 내가 입을 열어야 하는 이유를 더 확실히 알게 됐다. 그 사람이 내게 저지른 더러운 짓거리는 분명히 사실이다. 그 사람은 그때도 그런 것처럼 지금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목사 행세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한 짓들은 내 영혼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기도하고, 울부짖으며, 숨쉬고, 결국은 탈출하고, 살아남았다.
--- pp.140-141
“야, 이년아, 거울에 네 얼굴 봤어, 얼굴을 찡그려? 네가 뭐 성모 마리아라도 되냐?”
머리 가죽이 벗겨진 것처럼 화끈거렸다. 거실까지 머리카락이 당겨지는 힘으로 끌려나왔다. 그 사람은 내 온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아니, 밟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성모 마리아가 아니라 네놈 딸이거든. 그래서 네가 성모 마리아랑 뭔 짓을 하든 나한테 상관없는데, 나한테는 이러면 안 되거든. 개썅, 미친 새끼야, 차라리 성모 마리아랑 그 짓을 해라.’
--- p.149
상처를 노출하는 것은 단순히 상처를 열어 보이고 '마이 아파'라고 말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상처에 앉은 딱지와 이미 새살이 돋아 볼록하게 솟아오른 내 일부를 보려주면서 이렇게 말하려는 거다.
'이 약을 써보세요. 이런 방법이 참 괜찮네요.'
--- p.197
나는 쉽사리 용서를 말하고 싶지 않다. 욕할 만큼 하고, 미워할 만큼 미워하고, 죽이고 싶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죽이고 또 죽이면서 속이 풀릴 때까지 원 없이 욕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설프게 미워하고, 대충 욕하지 말고, 완벽하게, 철저하게 온 마음을 다 실어서 더는 미워할 힘이 남지 않을 때까지 미워하라. 욕하고 욕하다 더는 어떻게 욕해야 할지 모를 때까지, 세상에 있는 나쁜 표현은 다 써버려서 더는 할 말이 없을 때까지 욕하라.
--- p.205
아빠가 성폭력 한 것을 용서합니다. 어린 나이에 성폭력으로 임신하게 하고, 낙태까지 경험하게 한 것을 용서합니다. 수능 전날 밤 호텔에서 성폭력 하려다 말을 안 듣는다고 밤새 때린 것을 용서합니다. 강제로 행한 온갖 더러운 짓거리들, 그 짓들로 나를 상처 입힌 것을 용서합니다. 하루는 기절할 때까지 나를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다니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때린 뒤 다음 날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게 한 것을 용서합니다. 밤에 으슥한 산길에 차를 대놓고, 그곳에서 성폭력 한 것을 용서합니다. 내가 기침감기가 심하게 걸려 계속해서 기침이 나오는데 그 짓거리 하겠다며 내 위에 올라타서는 계속 기침한다고 주먹으로 내 얼굴과 가슴을 내리치던 것을 용서합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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