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김은진 사모
뉴코리아교회 사모
통일부 통일교육원 통일교육 강사
고려신학대학원 석사
나는 북한에서 할머니를 통해 복음을 들었다. 할머니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다. 자기 생각이나 세상 이론이나 지식으로 성경을 해석해서도 안되고 성령의 감동으로 해석하고 이해해야 한다시며, 한 구절이라도 볼 수 있을 때 많이 읽고 찬송가를 불러야 한다고 하셨다. 나중에 핍박을 받게 되며 할머니의 당부 말씀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신앙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북한 땅에 믿음의 사람들을 남겨 두시고 주님의 보혈로 덮으시고 눈동자처럼 지키시며 보호하고 계시다. 밖으로 나가서 전할 수 없기 때문에 가정 안에서 자녀들에게 신앙교육을 해서 대대로 믿음이 이어져 가고 있다.
우리 친가와 외가는 모두 기독교 집안이다. 다른 지방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함경도로 추방되어 온 두 집안이 서로 친하게 되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게 되었다. 하늘의 경사라는 이름의 아버지, 약속을 따라 택함을 받았다는 이름의 어머니. 늘 성경을 읽던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성경을 읽다가 누가 들어오면 광주리 안에 성경을 넣고 사회주의 잡지나 바느질감으로 가려 놓곤 했다. 양복점을 하시던 아버지도 시간만 나면 성경책을 읽었다. 어머니도 밤늦도록 성경을 읽다가 주무셨다. 할머니는 집안 일을 하시면서 '내 평생 소원 이것뿐' 이 찬송을 조용조용 부르시곤했다. 식사 기도도 번갈아 가며 빠짐없이 했다. 식사 시간은 말씀을 나누는 시간 이었다.
(시 22:10 내가 날 때부터 주께 맡긴 바 되었고 모태에서 나올 때부터 주는 나의 하나님이 되셨나이다) 이 말씀처럼 나는 태어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에는 잠들기 전에 할머니 주위에 우리를 모두 앉혔다. 그리고 우리는 김일성을 믿지 않고 하나님 아버지를 믿으며, 이 세상은 김일성이 아닌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라고 하셨다. 이 세상은 회칠한 무덤처럼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속으로는 더럽고 악한 것으로 가득한 곳이며,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을 보내주셨으니 예수를 믿으면 천당으로 옮김을 받는다고 말씀하셨다. 부모의 신앙으로 자녀들이 천당에 오는 것이 아니니 모두 잘 배우고 마음 가운데 믿음의 싹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그날부터 저녁이 되면 모든 문을 다 가리고 잠근 후에, 할머니 이부자리에 다리를 집어 넣고 모여 앉아 찬송가도 배우고 성경 말씀도 배웠다. 찬송가도 악보가 없고 한자어 가사만 있었다.
어느날 할머니가 흰 공책을 주셨는데 거기에는 우리가 배운 찬송가들이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그 다음부터 배운 찬양들은 우리가 그 공책에 적어 나갔다. "저를 사랑하시는 천부 아들 예수씨.... 더욱 사랑하심, 더욱 사랑하심.... 구주님 예수씨..."
마태복음의 열처녀 비유도 들었다. 우리가 말씀을 듣다가 졸면 잠언 6장 말씀을 인용해서 조금만 더 자자 눕자 하다가 미련한 다섯 처녀처럼 된다고 주의를 주셨다.
'하나님~'하고 부르고 무슨 이야기든 다 하면 하나님이 들어주신다고 하셨다. '마음 속에 믿음의 씨앗을 심었으니 쑥쑥 자라게 하소서.' 이렇게 할머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 그렇지만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해야 한다고 엄중 경계 하셨다.
주일이 되면 아버지 작업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온 가족이 예배를 드렸다. 할아버지 때부터 양복점을 했기 때문에 일반 손님들처럼 신앙의 사람들이 가끔 우리 양복점에 와서 예배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손뼉치며 찬양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성경도 기도도 찬양도 소근소근 조용조용 드려야 했다. 나는 예배는 그렇게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중국에 건너간 후 교회 십자가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이윽고 예배당에 들어가서는 예배당 안에서 찬양팀이 손뼉치며 마음껏 찬양을 인도하는 모습을 보고 놀랍고 감격해서 펑펑 울었다.
북한에서는 어른들이 예배를 드리는 동안 우리는 밖에 나가 놀면서 망을 보다가 우리 집으로 오시는 손님이 있으면 전해 드리곤 했다. 그러면 예배 드리던 분들은 모두 흩어져 숨었다. 예배 후에는 식탁 교제도 하고 용돈도 나누었다.
골방예배가 지속될 줄 알았는데, 1994년 김일성이 죽던 해에 보위부원 4명이 우리 집으로 갑자기 쳐들어 왔다. 아침 등교시에는 아버지가 학교를 바래주셨는데 귀가해 보니 집 분위기가 차갑고 무거워서 이상했다. 평상시와는 달리 아버지가 반기는 일도 없었다. 식사 후에 학교로 돌아가 내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 책상에 하얀 백묵으로 '새끼 반동'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반 친구들 모두 교실 뒷편으로 가서 수군대는 것이었다. '쟤네 아버지가 간첩이었고, 쟤네 집이 모두 반동 소굴이었대.'
그날 저녁에 할머니로부터 모든 것을 들었다. 보위부원들에게 갑자기 끌려가신 아버지는 그 이후로 소식이 없다. 남은 가족들은 성경책을 잘 싸서 돼지굴 속에 묻었다. 그 뒤로부터 보위부로 우리 가족은 한 명씩 소환되어 조사받았고, 사람들은 우리를 경원시하며 비난하고 막말을 쏟아냈다.
우리는 밤마다 온 가족이 실려가는 것을 대비해야 했다. 떠날 준비를 해야 했기에 이불 한 채, 재봉틀 핵심 부분, 비상약, 종자 등을 한 보따리를 만들어 준비해 놓고 살았다. 집안에 도청 장치가 되어 있다기에 마음껏 울지도 못했다. 이 세상을 떠날 때 영원히 사는 곳에서 우리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기 위해 복음을 너희에게 전해준 것이라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앓아 누우신 할머니가 묻었던 성경책을 꺼내 오라고 하시더니 발각이 되면 위험하다시며 태우라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까지 배운 말씀과 찬송가를 깊이 간직하고 기억하고 있으라고 하셨다. 어머니가 성경책을 한 장 한 장 찢어 태울 때 우리 모두는 울었다. 그 다음날 할머니는 소천하셨다. 장례를 위하여 왔던 친척들이 곧바로 돌아가셨는데, 함흥에서 오신 고모 부부는 좀더 남아서 우리를 도와주었다. 함흥으로 돌아가셨던 고모도 신앙으로 인해 보위부에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했고, 고모부와 사촌들도 모두 함경도 탄광으로 끌려간 후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다. 모든 가까운 분들이 다 사라져서 의지할 곳은 하나님 밖에 없었다. 길을 걸으며 마음 속으로 하나님을 부르며 찾았다.
그러다가 우리 가족은 세 면이 산으로 막힌 산골로 추방되었다. 그 이후에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지만 깊은 산골이었기 때문에 땔감도 풍성했고 생명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식량도 재배할 수 있었다. 보위부는 우리를 험한 곳으로 추방한 것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도피처가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찬송도 비교적 자유롭게 부를 수 있었다. 찬송가 가사를 기억에 의존해서 공책에 적어가며 불렀다. 찬양은 우리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되었다. 그렇게 추방지에서 10년을 살았다.
나는 태목사님을 통해 중국으로 불러내셨고 이 땅까지 와서 아직도 북한에 하나님이 남겨 두신 믿음의 사람들이 있음을 증거할 수 있게 되었다.
남한에서 좋은 형제(정형신 목사)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세 자녀와 함께 신앙 생활을 하며, 탈북자 중심 교회인 뉴코리아 교회를 세워서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예배하는 믿음의 공동체로 살아가고 있다.
북한에서의 삶이 다 하나님의 은혜이었음을 고백하게 된다. 광야의 고난은 성도에게 축복이다.
(기도) 어떤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특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한의 성도들을 기억해 주시고 저들도 마음껏 말씀을 읽고 찬송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게 하소서. 이 예배의 자유와 기쁨을 세상 것들에게 빼앗기지 않게 하소서.
적용기도:
오늘 북한 지하교회의 실상을 생생하게 들었다. 북한 지하교회 성도를 13만에서 40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
사모님의 어머님은 이제 한국으로 나오셔서 가까이에서 살고 계시다. 아버님은 순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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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사가 화면에 게시된 찬송가 세 편은 다음과 같다.
1.
저는 아릅답신 주님 믿소 매일 의지 하옵니다.
저와 함께 계시고 항상 도와주시며 쓸 것 다 주시리라
저는 믿소 깊이 믿소 그 은혜를 의지하오
저의 죄를 면하사니 크게 놀라 하옵니다.
2.
어느 날에 주 오실까 등잔 딱고 기름 쳤다
신랑께서 문 여실 때 신부 그 앞 가오리라
내 주 낯을 뵈리로다 구하신 은혜 연설하오
3.
인생 험한 길에서 갈 길 몰라 헤매일 때
류수 같은 세월이 지난 일도 몽상이요
날 돌아보소 내 주여 날 돌아보소 내 주여
예수 공로 위로받기 원합니다 내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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